''남행선의 이중생활''..'길복순' 전도연, 몸이 부서져도 해낸 청불 액션 [종합]
입력 : 2023.03.2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김성락 기자]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OSEN=하수정 기자] 전도연의 본격 액션 연기가 기대되는 '길복순'이 글로벌 시청자들과 만난다.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5층 그랜드볼룸에서는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의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주연 배우 전도연, 설경구, 김시아, 이솜, 구교환, 변성현 감독 등이 참석했다.

'길복순'은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죽거나 또는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2017년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과 2022년 백상예술대상과 대종상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킹메이커' 등 장르 불문, 스타일리시한 연출력과 독보적인 캐릭터 서사,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인정받은 변성현 감독은 신작 '길복순'으로 돌아왔다. 최근 제7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스페셜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일찍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변성현은 "'불한당'이 칸에 갔을 때 '얻어 걸렸다'고 해서 많이 혼났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전혀 예상 못했다"며 "베를린 영화제와 우리 영화가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했고, 베를린 영화제에 가기엔 '너무 장르적이지 않나' 했다. 초청해주셔서 영광이었다. 총 1800석이었는데 많은 관객들이 와주셔서 감동적이었고, 내 이야기에 많이 공감해주셔서 좋았다"고 했다. 

설경구는 "불한당 때는 칸에 갔는데, 이번에는 참석을 못해서 아쉬웠고, 감독님한테 연락이 왔는데 너무 반갑고 좋은 소식이었다. 공개를 하기 전에 이 영화가 넷플릭스 통해 글로벌하게 공개됐다. 감독님한테 '칸에 갔고, 이번에는 베를린에 갔고, 다음에 베니스를 가면 되겠네'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전도연은 "베를린은 처음이라서 '길복순'이 베를린 영화제와 성격이 맞을지 궁금했다. 가서 스크리닝할 때 보고 너무너무 감동적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순간, 그 시간에, 그 극장에 내가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고 놀라웠던 순간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OSEN=김성락 기자]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OSEN=김성락 기자]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전도연은 극 중 킬러이자 싱글맘 길복순으로 분해 열연했다. 길복순은 업계에서는 킬복순이라고 불릴만큼 모든 이가 인정하는 실력 좋은 킬러이지만 혼자 키우는 15살 딸과의 관계는 쉽지 않은 싱글맘이다. 킬러와 사춘기 딸의 엄마, 이중생활 사이에서의 고민을 특유의 섬세한 연기로 그려낸다. 전도연은 데뷔작 '접속'부터 '해피엔드', '밀양', '하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등 숱한 대표작들과 최근 '일타 스캔들'까지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한국 여성 캐릭터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변성현 감독은 "영화 '생일' 현장에서 경구 선배님이 날 부르셨다. 내가 도연 선배님의 오랜 팬이라서 그걸 알고 일부러 부르셨고, 그 자리에서 도연 선배님을 소개 받았다"며 "선배님이 그 이후에 연락이 오셨는데, 어떤 작품을 제안하셨다. 근데 내 오리지널을 하고 싶어서 역으로 제안드렸다. '내가 쓰는 오리지널을 하실 수 있느냐?'고 물어봤다. 전도연 선배님을 데리고 무슨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선배님은 너무 좋은 영화를 많이 하셨다. 거의 대부분 무거운 드라마라서 부담이 됐다"며 "정면승부보단 '좀 돌아가자' 싶어서 측면 승부를 해보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장르 영화를 선택했고, 도연 선배님 필모에 액션 영화가 크게 없더라. 장르를 액션으로 정하고 한참 후에 시나리오를 썼다. 선배님과 만나면서 아이디어를 얻으려고 대화를 나눠봤는데 '엄마 전도연'과 '배우 전도연'의 간극이 크더라. 그 안에서 다른 매력이 나올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전도연은 "너무 해보고 싶었고 흥미로웠다. 다양한 작품을 해보고 싶은데 그런 작품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 그런 제의를 해줬을 때 기뻤다. 시나리오를 보지 않았을 때 작품을 선택한 적이 없어서 기쁘기도 했는데 반신반의했다. 실제 시나리오를 받고 생각보다 액션이 많아서 놀라긴 했다. 잘할 수 있을지 무서운 생각도 들었다"며 "마음은 날아다니고 싶었는데 마음만큼 되지 않은 몸 때문에 고생했다. 몸이 고장 나더라도 쉬지 않고 날 채찍질 하면서 극복하려고 했다. 그렇게 했는데도 많이 아쉬움이 남긴 하다"고 고백했다.

이날 현장에서 오픈된 스틸 속에는 장을 보는 길복순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인기 드라마 '일타스캔들' 남행선을 떠올리게 한다는 말에 전도연은 :오픈이 이렇게 빨라질지 몰랐다"며 "'일타스캔들'과 겹쳐서 그런지 '남행선의 이중생활'라고 하는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 감독님도 걱정을 했다. 댓글이 많은 건 좋은데 이 댓글을 기뻐해야할지 어떨지 모르겠다고 했다"며 웃었다.

또한 액션 연기를 선보인 전도연은 "무섭고 두려웠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야 된다'고 생각했다. '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이건 꼭 해내야 한다'고 느꼈다"며 "끊임없이 연습을 한 이유는 내가 액션 배우랑 액션 연기를 한 게 아니라 배우들끼리 하는 거라서 더 연습을 많이했다. 그리고 촬영에 들어가면 동작보다 감정이 앞서서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도 있어서, 그런 상황들 때문에 조심스럽고 어려웠다. 감독님이 액션을 찍는 방식이 잘라서 찍는 게 아니라 롱테이크로 찍었다"며 "무섭지만 해냈을 때 쾌감이 컸다. 그래서 만감이 교차했다"고 털어놨다.

[OSEN=김성락 기자]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설경구는 길복순을 최고의 킬러로 길러낸 스승이자 살인청부업계 최고의 회사 MK ENT.의 대표 차민규를 맡았다. 차민규는 열일곱 살 길복순의 타고난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전설적인 킬러로 길러낸 스승이자 보스다. 룰을 어긴 자는 누구든 죽음으로 응징하지만, 길복순에게만은 예외를 두는 인물이며, 눈빛만으로도 서사를 만드는 설경구와 만나 입체적인 캐릭터로 완성됐다. 변성현 감독과 세 번째 만난 설경규는 '박하사탕', '공공의 적', '실미도',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킹메이커', '유령' 등 장르 불문 경계 없는 연기로 독보적인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설경구는 "변성현 감독의 작품을 안 할 이유가 없었다"며 "변성현 감독의 현장을 좋아하고 작품을 좋아한다. 그때 '불한당'의 스태프들이 '길복순'에도 참여해서 팀워크가 좋았다. 세 작품 중에 가장 화려한 작품인 것 같다는 생각에 무조건 참여했다"고 밝혔다.

변성현 감독은 "경구 선배님한테는 캐스팅 여부를 안 여쭤봤다. 경구 선배님이랑 통화를 자주하는 사이는 아닌데 전화를 드렸다. 선배님께서 '시나리오 나왔나보네?' 그러더라. '예'라고 했더니. '그러면 한 이틀 후에 집으로 와'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냥 뭐 길게 설명하지도 않았다. 선배님이 당연히 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MC 박경림이 "설경구가 변성현 감독의 페르소나인 걸 인정하냐?"라는 질문에 변 감독은 "페르소나는 아니다"라고 답해 또 한번 웃음을 선사했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일'에 이어 4년 만에 설경구와 만난 전도연은 "이번에 3번째 작업하는데 든든하고 산 같았다.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산 같더라. 기다려주고 배려해주면서 촬영했다"며 고마워했다. 설경구는 "전도연은 전도연"이라며 "특히 액션 장면을 옆에서 봤는데 안쓰러울 정도로 한계를 넘기려고 하더라. 정말 안쓰럽고 걱정됐는데 그걸 넘기더라. 자기 한계를 넘겼다. 그래서 '전도연이구나' 싶었다. '너가 아니면 못한다' 그런 말도 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OSEN=김성락 기자]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솜은 차민규의 동생이자 MK ENT.의 이사 차민희를, 김시아는 길복순의 딸이자 질풍노도 시기를 겪는 10대 길재영을, 구교환은 MK ENT.에 소속된 킬러로 실력은 A급이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C등급인 한희성을 연기했다.

이솜은 "유난히 오빠에 대한 애정이 크고 소속 킬러들 중에 길복순에게 유별나게 관대한 오빠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사사건건 길복순을 견제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현장에서 많이 만들어가는 캐릭터라서 감독님께 의지를 많이 했고, 감독님의 날것 같은 디렉션과 방향성을 따라가니까 인물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베를린 영화제 공식 초청에 대해 구교환은 "난 예상했다. 베를린 거리를 걷는 내 모습도 예상했다"며 "어느 영화제마다 성격이 있지만 '한 곳에선 '길복순'을 필요로 할 것이다' 생각했다"고 말해 웃음을 선사했다.

구교환은 "희성은 인정 욕구가 강하고, 돈을 많이 벌고 싶어한다. 들여다보면 볼수록 알수가 없는 인물이었다"며 "희성이는 감독님이 자신과 닮은 점이 있다고 하더라. 어떤 디렉션이나 철학을 장황하게 늘어 놓을 때가 있는데 그 패기를 희성이한테 담아 내려고 했다. 때론 쭈구려 앉아 있을 때도 있는데 그것도 담아내려고 했다"고 설명해 웃음을 자아냈다.

변성현 감독은 "내 모습을 투영했다는 건, 말로는 굉장히 이상적이고 혁명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현실은 굉장히 타협하길 좋아하고, 자본을 쫓아가는 사람이다. 내가 생각해도 난 모순이 많은 사람이다. 20대 때 현실에 대한 불만도 굉장히 많았다. 그런 모습을 생각하면서 희성을 썼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전도연은 "블랙코미디에 유머러스한 대사도 있어서 전 세계 관객들도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 설경구는 "베를린에서 공개했을 때 감독님이 의도한 대로 반응이 나왔다고 하더라. 여러분들도 재밌게 즐겨주실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불 '길복순'은 오는 31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 hsjssu@osen.co.kr

[사진] 김성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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