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해’ 범람?..도대체 문태유에게 왜 그래? [김재동의 나무와 숲]
입력 : 2023.01.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김재동 객원기자] 이 불똥이 이렇게 튄다고?

26일 방송된 JTBC 수목드라마 '사랑의 이해' 12회가 말미의 뜬금없는 전개로 시청자들을 아노미에 빠트렸다.

쇼팽의 ‘이별의 왈츠’래도 좋고 다른 음악이라도 좋은데 소경필(문태유 분)의 턱에 꽂힌 정종현(정가람 분)의 주먹은 튀어버린 턴테이블 니들처럼 생뚱맞다. 잔잔히 감상하던 시청자로선 아닌 밤중에 뜬금포가 아닐 수 없다.

‘사랑의 이해’는 한 직장에서 근무하는 하상수(유연석 분)·안수영(문가영 분)·박미경(금새록 분)·정종현 네 청춘남녀의 사랑이야기다. KCU은행 영포점에 흐르는 이들 네 남녀의 ‘애정의 강’은 휘돌고 맴돌고 굽이치지만 유역을 넘어 범람하진 않았다.

흐르는 물길을 막지 사람 사이 흐르는 마음 길을 어찌 막을까. 하상수와 안수영은 서로 좋아한다. 초장부터 좋아했다. 하지만 초장부터 엮어졌으면 드라마가 될 수 없는 일. 이들의 엇갈림부터 드라마는 시작했다. 여기에 하상수가 좋다는 박미경과, 안수영이 좋다는 정종현이 합류했다. 그렇게 하상수와 안수영은 갈라섰고 각각 박미경·정종현과 짝을 맺었다.

갈등은 하상수·안수영이 여전히 서로를 좋아한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원상복구를 해보려니 이미 옆자리에 터잡은 박미경·정종현이 버티고 있다. 나 좋다는 옆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자니 멀어져간 사람이 어른거린다. 꺼졌나 싶어 헤집으면 다시 발갛게 타오르는 모닥불처럼 완전연소까지는 길이 멀어 보인다.

모두가 착하다는 것도 딜레마다. 이렇게 최선을 다하는데, 이렇게 미안해 조아리는데 이들을 상처 주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좋아하는만큼 서로를 아끼는 마음도 걸림돌이다. 나로 인해 저 전도양양한 하상수가 허방에 빠지는 건 아닌지. 안 그래도 편견과 차별에 시달리는 안수영인데 나로 인한 구설로 더 힘들어지는 건 아닌 지. 사람 그리워하는 게 죄라면 하상수와 안수영은 확실히 유죄다.

박미경에게 사랑은 구차하다. 졸라서 구애했다. 그렇더라도 “처음부터 사랑해서 시작한 거 아니잖아. 그러니까 바뀐 거 없어”라 뻗대는 자신은 비참하다. “나 노력 많이 했거든. 좋은 사람이고 싶어서. 그게 마음 편하니까. 그런데 나쁜 사람 되더라도 내가 하는 사랑 가질 거야!”라 바닥 드러내는 어깃장은 또 얼마나 창피한가. 연적인 수영에게 “나 너 계속 좋아할거야. 너 좋아하는 내 마음이 불편해서라도 더 망설이라구. 니 마음 더 불편하라구.”라 말할 땐 차라리 제 입을 쥐어박고 싶은 심정였을 게다.

정종현에게 사랑은 졸렬하다. 처음 안수영은 감탄과 동경의 대상이었다. 고졸 텔러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탁월한 업무능력과 꾸준한 도전정신은 멋있었다. 다음은 연민과 응원였다. 그런 그녀가 편견과 차별에 힘들어하는 모습은 안타까웠다. 그러다 그녈 사랑하게 됐다. 다음은 제가 무너지면서 고마움과 미안함의 대상이 됐다. 그리고 시나브로 그런 미안함과 고마움에 내성이 생기면서 이제는 질투와 소유욕의 대상이 되었고 제 자신은 중인환시리에 그녀에 대한 배려없이 남의 턱을 돌릴만큼 졸렬해졌다.

안수영은 말했다. 어린 시절 공들여 쌓아놓은 모래성, 누가 망가뜨릴까 파도가 휩쓸까 싶어 제 손으로 무너뜨렸다고. 하상수는 그런 안수영에게 해변가에 온전히 남겨진 모래성 사진을 보냈다. 무너지지 않고 오래오래 남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하나같이 안타까운 사연들였다. 시청자들도 제각각의 시각으로 공감했을 것이다. 그런데, 모래성을 쌓던 부수던 지들끼리 할 일이지 소경필은 왜? 

소경필은 상수와 대학교, 대학원, 은행까지 함께 한 절친이다. 서글서글하고 유들유들하고 눙치고 변죽까지 좋은 그의 은행 내 별명은 소지랖이다.

학창시절 박미경과는 서로에게 첫사랑이 되어 달콤한 시간을 보낸 사이다. 대학시절 어느 날 박미경의 사촌오빠란 인물이 찾아와 “언감생신 마음 접어라” 협박했나 보다. 박미경과의 파장도 전적으로 박미경에게 유리한 쪽으로 세팅됐던 모양이다. 세간에는 여친인 박미경의 친구들과 돌아가며 잠잔 사이란 파렴치한의 딱지가 붙어있다. 그런 누명에도 입 닫은 채 감수해온 소경필이다. 여전히 하상수가 좋아죽겠다는 박미경을 향한 그의 시선에는 미련이 그렁그렁하다.

그렇게 안쓰러운 소경필을 안수영이 “지금 만날 수 있어요?”라 불러냈을 때, 안수영이 쌓아온 공감의 벽은 무너졌다. 그 턱에 주먹을 날린 순간 정종현의 매력도 사라졌다. 예고편에서 소경필을 다그치는 하상수도, 다시 소경필을 벌레 보듯 하게 될 박미경도 더 이상은 제 각각의 ‘비련’에 대한 공감을 강요하기 힘들 것 같다. 남은 4회의 주인공이 소경필이 아니라면, 소경필이 제작진이 숨겨뒀던 제 5의 주인공이 아니라면 소경필에게 닥친 이 시련은 생뚱맞고 불필요하고 작위적이다.

제작진의 이 선택은 시청자를 난감하게 만든다. 원작의 전개가 그렇더라도 드라마가 구축해온 심리적 개연성은 어쩔 작정인가. 남은 4회를 어찌 끌어갈진 모르겠지만 드라마의 대차대조에 심각한 오류가 발생한 것 같아 씁쓸하다. 드라마가 범람한 느낌이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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