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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지원은 손소독제뿐..'' 영화계 정부 지원 촉구 성명 준비
등록 : 2020.03.25
[스타뉴스 전형화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텅 빈 극장가. 영화계 각 단체들은 문체부와 영진위에게 코로나19로 위기를 겪고 있는 영화산업 지원을 촉구하는 성명을 준비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텅 빈 극장가. 영화계 각 단체들은 문체부와 영진위에게 코로나19로 위기를 겪고 있는 영화산업 지원을 촉구하는 성명을 준비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지원은 손소독제뿐.."

한국영화계가 들끓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극장업 뿐 아니라 한국영화산업 전반이 위기를 겪고 있는데 정부의 지원은 손소독제 뿐이라는 비명이 쏟아지고 있다.

24일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의 한 관계자는 "영진위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촬영 현장 실태를 조사하고 지원한다면서 손소독제만 지원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마스크를 비롯해 당장 현장에서 급한 지원책들을 요청했지만 영진위에서 현실적으로 지원 가능한 게 손소독제뿐이라고 했다"며 "이달 중순부터 각 촬영현장에 손소독제가 지원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당장 현장에선 마스크가 필요하다. 100명 가까운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매일 마스크를 지급해야 하는데 구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고 고충을 호소했다.

앞서 영진위는 코로나19 확진이 늘어나자 2월 12일 전국 200개 상영관에 손소독제 5000병을 긴급 지원했다. 이후 영진위는 영화산업이 위기에 처했다며 이곳저곳에서 비명이 터지자 PGK를 통해 의견을 청취한 뒤 또 다시 손소독제를 지원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영진위가 할 수 있는 지원이 손소독제뿐이란 건 한국영화산업의 암담한 현실을 반영한다.

현재 촬영 중인 영화들은 그야말로 비상 상황이다.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공공장소는 촬영이 불허돼 세트로 촬영을 돌리고 있다. 그나마 세트 촬영이 예정돼 있던 현장은 버틸 수 있지만 야외 촬영이 많은 영화들은 제작이 멈춘 곳도 여럿이다. 그러다 보니 스태프들 사이에서 유급으로 쉬는 것인지, 무급으로 쉬는 것인지 갈등도 폭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진위에서 긴급 지원한 게 손소독제 뿐이니 부글부글한 상태다.

영화 제작사, 마케팅업체 등 각 영화산업 주체들이 영진위와 문체부 등이 코로나19 사태에 손을 놓고 있다고 여기는 건, 고용노동부에서 추진한 특별고용지원업종에 영화업도 지정을 요청했지만 빠진 게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PGK 관계자는 "영화 제작사 등도 특별업종지정을 요청했지만 결국 포함이 안 됐다"고 밝혔다.

영화업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코로나19 영향을 받는 중소기업들에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을 확대한 업종에서도 사실상 별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영화관, 공연관련업 등이 포함됐지만 중소기업이 대상인 만큼 서울극장 등 개별 사업자가 하는 일부 극장을 제외하면 전체 극장수 83%, 스크린수 94%에 달하는 멀티플렉스 3사는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 중소기업 제작사가 지원 신청을 하더라도 지난해 동월 대비 매출액이 10% 이상 줄어드는 걸 입증해야 하는데 영화 제작 특성상 개봉을 안했다면 매출이 발생하지 않기에 피해액을 입증하기가 어려운 까닭이다.

대기업 극장은 차지하더라도 중소기업인 영화 제작사가 지원대상에서 빠진 것에 대해 "영진위와 문체부는 도대체 한국영화산업을 위해 뭘 하고 있냐"는 반감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앞서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19일 드라마 '반의반' 제작 현장을 찾은 뒤 방송영상독립제작사 등 사업체를 대상으로 ▲고용유지지원금 ▲국세·지방세 신고 및 납구기한 연장 ▲융자 보증 등 정책금융 ▲방송영상진흥재원 융자 금리 인하 ▲방송제작시설 빛마루 등 임대료 인하 등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방송영상독립제작사로 CJ ENM 계열사인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 말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영화 각 단체들은 대기업 계열사인 스튜디오드래곤 같은 방송영상독립영화제작사는 지원하는데 중소기업인 영화사 및 영화 관련 업종은 지원에서 배제된 데 대해 분노하고 있다.

반감과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을 비롯해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등 각 영화 단체들은 뜻을 모아 영진위와 문체부에 협조 공문을 보내기로 의견을 모았다.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극장들은 고사 직전까지 내몰렸다. 24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3일 극장을 찾은 총관객은 2만 5373명으로 집계됐다. 통합전산망이 구축된 이래 역대 최저 일일 관객수다. 코로나19 여파로 3월 극장 총관객수는 전년 대비 85%나 줄었다. 극장을 열고 있는 것보다 닫고 있는 게 차라리 더 손해를 줄이는 지경까지 왔다.

극장들은 고육지책으로 객석 50%를 포기하며 객석간 거리두기를 실시하고 있지만 큰 의미는 없다. 극장당 관객이 열명도 채 되지 않는데다 이동해서 앉아도 제재할 수 없는 탓이다.

최악의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극장들은 한시적으로 영화발전기금면제를 요청했다. 지난 13일 한국상영발전협회는 '영화상영업계 영화발전기금면제 요청' 성명서를 배포했다. 한국상영발전협회는 영화 상영관 지원 및 활성화를 위해 설립된 단체다.

협회는 성명서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로 인한 관객급감으로 현재 상영관들은 폐업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엄중한 국가적 위기에 영진위가 영화발전기금 부과금의 일시적 면제 방안을 강구하여 상영업계의 경영난을 해소하고 상영관을 살리는 데 앞장서 줄 것을 요청하는 바"라고 덧붙였다. 현재 극장에선 영화 관람료에 포함된 영화발전기금(3%)을 매월 납부하고 있다.

극장들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월 26일 예술영화전용관 아트나인을 방문해 영화관 애로사항을 들은 뒤 조치한 영화발전기금 납부기한 유예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영진위는 지난 11일 영화발전기금 납부기한 유예를 발표했다. 올해 2월부터 11월까지 영화발전기금 납부를 연체료 없이 납부할 수 있게 한 것.

이에 대해 극장들은 영화발전기금 납부기한 유예는 "조삼모사일 뿐"이라며 연체료 없이 납부하는 게 아니라 아예 일시적으로 면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 중에는 극장 셧다운까지 고려하고 있다. 무책임하지 않으려 하지만 점점 더 최악으로 몰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극장업이 고사 직전으로 몰린 상황인 만큼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나눠 지원하는 게 아니라 문화산업 특성을 고려한 현실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영화계의 불만에 대해 오석근 영진위원장은 "극장에 대한 지원은 (당장은 해당 예산이 없기에) 예산을 만들려면 기존 (영진위)사업을 줄여야 한다"며 "이에 대해 문체부, 기재부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발금 일시 면제는 영진위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이기에 문체부와 관련 부처가 논의해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또 오 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로 개봉을 미룬 영화들과 촬영에 들어갔는데 피해를 입은 영화, 제작이 연기된 영화들 현황을 파악 중"이라면서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문체부와 효율성과 적정성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오석근 영진위원장의 말대로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한국영화산업을 구하기 위해선 문체부를 비롯한 정부 각 부처의 지원이 시급하다.

현재 영화계에선 영화 '사냥의 시간'이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 단독 개봉을 선택한 걸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투자배급사 리틀빅픽쳐스는 '사냥의 시간'을 이미 해외 세일즈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넷플릭스에 독점권을 넘겼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 한국영화산업 각 주체가 무너지고 미국 OTT회사인 넷플릭스만 배부르게 하는 형국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고조되고 있다.

리틀빅픽쳐스가 명필름, 삼거리픽쳐스, 영화사청어람, 주피터필름 등 국내 유수의 제작사가 대기업 중심으로 전개되는 영화계 불합리한 제작 환경을 개선하고 공정한 영화 유통 환경을 조성하고자 만든 투자배급사라는 점도 갈등의 한 요소다. 코로나19로 불어닥친 위기에 한국영화산업은 내부에선 균열이 일고, 외부인 넷플릭스만 득을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손소독제뿐만 아니라 한국영화산업을 살릴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더 늦으면 걷잡을 수 없이 피해가 늘어날 전망이다. 포스트 봉준호, 포스트 '기생충'을 이야기하려면 우선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한국영화를 육성하려는 정책 목표가 있다면, 지금 지원이 필요하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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