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NC 다이노스 드류 루친스키
입력 : 2019.02.1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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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류 루친스키(Drew Rucinski)
선발투수, 우투우타, 188cm, 86kg, 1988년 12월 30일생


[스포탈코리아] 지난해 창단 후 최악의 시즌을 보낸 NC는 2019 시즌을 대비해 많은 것을 바꿨다. 그 중 하나가 부진했던 외국인 선수를 전원 교체하는 것이었다. 특히 선발 투수였던 로건 베렛과 왕웨이중은 1,2선발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외국인 투수 사이에서 두 선수가 기록한 SWAR은 4.52로 10개 구단 중 9번째였으며, ERA는 4.79로 7번째였다.



2018년 NC 투수진 성적(*괄호는 10개 구단 중 순위)


지난해 NC는 부진한 선발진과 벤치의 무리한 운용으로 불펜진의 과부하가 심했다. 이재학을 제외한 토종 선발진이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고, 이는 필연적으로 불펜의 과부하로 이어졌다. 외국인 투수와 이재학 외에는 모두 5점대 방어율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는데 올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NC 하위 선발 후보 선수들의 2018년 성적(*괄호는 선발 등판 횟수)


외국인 투수는 전원 교체됐고, 4, 5선발 후보로 구창모, 최성영, 정수민, 박진우, 유원상 정도가 거론된다. 이재학 외에는 상수가 부족한 NC의 선발진인 것이다. 따라서 NC가 지난해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외국인 투수의 많은 이닝 소화가 꼭 필요하다.

가장 먼저 계약 소식을 알린 것은 지난해까지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뛰던 드류 루친스키다. 얼마 전 만 30살이 된 루친스키는 여러 팀을 전전하다가 최근 2년 동안 불펜으로 자리잡았다. 루친스키의 영입 소식을 들은 NC 팬들의 반응은 반반이다. 그가 지닌 독특한 구종(커터, 싱커, 스플리터)과 현역 메이저리거에 기대를 거는 팬이 있는 반면, 또 불펜 출신의 우완 투수냐며 불안해 하는 팬도 있다. 뒤이어 영입된 에디 버틀러와 함께 2019년 NC의 마운드를 책임지게 된 루친스키는 과연 어떤 선수일까


배경

위스콘신 주 출신의 루친스키는 시작부터 모두에게 주목 받던 엘리트 출신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시절(2007년)과 대학교 시절(2010년) 두 번의 드래프트 기회가 있었지만 모두 프로팀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만 22세의 나이에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자유계약을 맺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지만 역시 그 곳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농장과 스포츠용품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뛰면서도 루친스키는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독립리그로 발길을 돌렸고, 결과적으로 옳은 결정이 됐다.

대학시절에도 고작 14번의 등판만이 허용됐던 루친스키에게 독립리그는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볼 수 있는 소중한 무대였다. 2년 간의 실적을 토대로 2013 시즌 중반 LA 에인절스와 마이너 계약을 맺었다. 선발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루친스키에게 2014년은 최고의 한 해였다. 그 해 더블 A 레벨에서 루친스키는 팀 내 이닝 1위, 다승 2위(완투 2회, 완봉 1회), ERA 2위를 기록했다. 처음으로 팀 내 유망주 순위(Baseball America 선정 LA 에인절스 18위)에도 이름을 올린 것에 이어 메이저리그 데뷔까지 이뤄냈다.



루친스키의 마이너리그 성적(*20이닝 이하는 제외)


그렇지만 ‘선발’ 루친스키는 트리플 A 무대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더블 A 레벨까지만 해도 좋은 제구력과 구위를 보여주는 선수였지만 트리플 A 이상의 무대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루친스키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커터의 빈도를 높이는 것이었다. 비록 여전히 단조로운 볼배합 탓에 불펜으로 보직을 완전히 전환했지만 커터는 그의 경력을 2년 더 연장시켰다.



루친스키의 메이저리그 성적



스카우팅 리포트

루친스키는 포심 패스트볼부터 커터, 싱커, 스플리터,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까지 대부분의 구종을 던질 수 있다. 지난해 불펜에서 평균 93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지만 선발로 뛸 경우 1~2마일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포심 패스트볼과 함께 변형 패스트볼인 평균 구속 90마일의 커터, 싱커, 85마일의 스플리터를 적절히 섞어 이용한다. 평균 구속 80마일 초반의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도 던질 줄 알지만 이 중 슬라이더와 커브는 상위 무대에선 거의 쓰지 않는다. 2018시즌을 기준으로 우타자를 상대로 커터, 포심 패스트볼, 스플리터, 좌타자를 상대로 포심 패스트볼, 커터, 스플리터 순으로 사용한다.

* Fangraphs는 이 구종을 스플리터로 분류하지만, Baseball Savant처럼 체인지업으로 분류하는 곳도 있다. 본 리포트에서는 혼동을 피하기 위해 스플리터로 표기한다

루친스키에게 주목할 포인트는 불펜 경력, 패스트볼 위주의 구질, 땅볼 유도다.

2015~2016년 팀에서 선발로 기회를 줬지만 트리플 A 레벨 이상에서 루친스키의 성적은 낙제점에 가까웠다. 이 기간 동안 ‘선발’ 루친스키는 50경기 동안 단 한 경기만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렇기에 KBO에서 선발로 뛸 루친스키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선발에 실패하는 투수들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좋은 구위를 갖고 있지만 한 시즌 동안 긴 이닝을 소화할 체력이 부족한 경우.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은 있지만 타자를 상대할 구질이 질적 혹은 양적으로 부족한 경우. 루친스키는 이 중 후자에 가깝다.



2017~2018년 루친스키의 멀티 이닝 등판 시 세부 기록(*트리플A 레벨 이상)


루친스키가 지난 2년 동안 등판한 87경기 중 2경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불펜이었다. 불펜 중에서도 스윙맨(전천후로 멀티 이닝도 소화하는 불펜 투수)이었다. 불펜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한 이 기간 동안 1이닝 이하를 소화하는 것보다 멀티 이닝을 소화할 때의 기록이 좀 더 좋았다. 좋지 않았던 선발 시절(2015~2016년)에도 50경기 중 6이닝 이상 소화한 경기가 18번(36%), 퀄리티스타트가 14번(28%)이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멀티 이닝을 소화한 기간에도 구속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잔부상에 시달릴 확률도 낮아 보인다. 지난해 사타구니 부상으로 한 차례 간 것을 제외하고는 프로 생활 동안 부상자 명단에 올라간 적은 없다. 적어도 체력과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트리플 A 무대에서 루친스키의 아쉬운 점은 브레이킹볼의 부재였다. 프로 입성부터 그의 커브와 슬라이더는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지금도 루친스키는 스트라이크를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슬라이더와 커브 같은 브레이킹볼은 거의 쓰지 않는다. 스플리터가 그나마 여유 있는 볼 카운트에서 쓰일 뿐 루친스키가 결정구로 사용하는 공은 대부분 평균 구속 93마일의 포심 패스트볼과 커터다.



2018년 루친스키의 구종과 회전수



하지만 구종이 패스트볼 계열 뿐이고, 그 공이 빠르지도, 회전 수가 높지도 않은 평범한 공이라면 그 공은 갈수록 타자들에게 익숙해질 확률이 높다. 지난해 루친스키의 패스트볼 분당 회전 수는 평균 2014회, 최고 2100회 수준에 머물러 메이저리그 평균(2265회)에 미치지 못했다. 구속은 평균적으로 93마일, 최고 94마일까지 나왔지만 이는 불펜으로 등판했을 경우다. 브레이킹볼을 구사하지 못하고, 회전 수가 리그 평균보다 떨어지는 평균 91~2마일의 패스트볼을 가진 우완 투수. ‘선발’ 루친스키는 트리플 A에서 멈춰야했다.

물론 낮은 회전 수의 공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회전 수가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싱킹 무브먼트가 강하다. 싱킹 무브먼트가 강할수록 타자가 땅볼을 칠 확률은 높아진다. 2017년부터 루친스키는 커터의 비중을 크게 늘렸는데 낮은 회전 수의 공과 맞물려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낳았다. 단조로운 패스트볼에 비슷한 구속의 커터를 쓰면서 타자의 스윙을 유도하고 땅볼을 양산한 것이다.

* 2018년 루친스키 패스트볼 회전 수 순위는 메이저리그에서 100구 이상 던진 투수 655명 중 620위.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도 루친스키의 커터는 괜찮은 모습을 보여줬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그의 커터를 상대로 좋지 못한 타구를 만들어냈는데 그 비율이 6.8%로 전체 투수 중 6번째다. 또, 루친스키가 커터로 땅볼을 만들어낸 비율은 8번째로 높다. 특히 우타자를 상대로 효과적인데 우타자를 상대로는 상위 5번째에 해당한다. 대상은 400개 이상의 공을 던진 메이저리그 투수 130명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평범했지만 기본적으로 루친스키는 안정적인 제구와 구위를 갖춘 투수다. 선발로서 부진한 시즌이 있었음에도 마이너리그에서는 통산 9이닝당 볼넷이 2.5개, 삼진은 7.7개를 잡았다. 낮은 회전 수가 만들어낸 싱킹 무브먼트와 그의 평범한 구속은 메이저리그 무대에선 빛을 발하지 못했지만 KBO 무대에선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망

서두에서 밝혔듯 2019년 NC에게는 많은 이닝을 소화해 줄 선발투수가 필요하다. 하지만 루친스키에게 체력은 큰 문제가 아니다. 2016년까지만 해도 선발로 경기를 소화했고, 최근 2년도 1이닝 불펜이 아닌 스윙맨이었다. 체력보다 걱정되는 건 브레이킹볼의 경쟁력이다. KBO무대에서 벤 헤켄, 이재학처럼 슬라이더와 커브 없이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도 있지만 루친스키의 패턴이 읽힐 확률도 배제할 순 없다. 다행인 것은 새로이 장착한 커터가 상위 무대에서도 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지난해 42개의 적은 표본이지만 스플리터도 카운트를 잡는 공으로서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헛스윙 유도율 38.1%)

그는 패스트볼 계열 위주의 투구로도 트리플 A까지 올라온 선발투수였다. 트리플 A에서 루친스키는 통산 9이닝당 2.5개의 볼넷과 7.7개의 삼진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볼넷은 많이 허용했지만(3.8개) 삼진율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7.3개). 최근 NC를 거쳐간 세 명의 투수와 비교해봐도 마이너리그 통산 삼진율과 플라이볼 대비 땅볼을 만들어내는 비율 성적이 부족하진 않다.



최근 NC 외국인 선수들과 루친스키의 마이너리그 세부 성적 비교



커터로 땅볼 유도를 잘하는 루친스키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 NC 내야진의 도움은 필수적이다. 스탯티즈 기준으로 지난해 NC 내야진의 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도가 10개 구단 중 9번째(-1승), 실책은 4번째로 많아(67개) 좋지 못했다. 그렇지만 가장 적은 내야 안타를 허용한 것(76개로 최소)도 2번째로 많은 병살 유도를 한 것(50.5%)도 2018년의 NC의 내야진이다.

새로이 가세한 양의지의 합류도 루친스키에게는 호재다. 지난해 NC의 포수진은 가장 많은 폭투를 허용했다. 반면, 양의지가 기록한 pass/9 수치는 2014년 수비 기록 집계 이후 3000이닝 이상을 소화한 포수 중 3번째다.

*PASS/9 = 9이닝 당 허용한 폭투+포일

지난해 창단 첫 꼴찌라는 아픈 기억을 잊기 위해 NC는 2019년을 위해 많은 것을 준비했다. 창원 NC파크로 명명된 새로운 홈구장부터 세이버 메트릭스에 관심이 많다는 이동욱 감독 선임, 리그 최고의 포수 영입, 모두 교체된 외국인 선수들까지. 새로운 것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변수가 많다는 점에서 예측을 어렵게 한다. 하지만 그 변수는 많은 기대와 설렘을 가지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묘하게도 지금의 NC는 언제나 안주하기보단 최악의 상황에서 새롭게 도전했던 루친스키의 지난 경력과도 닮아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루친스키의 선택은 본인의 노력이 더해져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루친스키가 가져올 긍정적인 바람이 NC를 바꿔 놓을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야구공작소
김동윤 칼럼니스트 / 에디터=김혜원


기록 출처: MiLB.com, Fangraphs, baseballsavant.com,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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