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한화 이글스 워윅 서폴드
입력 : 2019.02.1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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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윅 서폴드(Warwick Saupold)
선발투수, 우투우타, 188cm, 101kg, 1990년 1월 16일생


[스포탈코리아] 11년 만의 가을야구를 만끽한 한화 이글스는 전력 강화를 위해 세간의 예상에서 벗어난 선택을 했다. 재계약할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았던 두 명의 외국인 선발 투수, 탈삼진왕 키버스 샘슨과 대체 선수로 데려온 데이빗 헤일을 모두 교체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기존 외국인 선발 투수들의 재계약 불발과 동시에 영입이 발표된 선수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출신인 워윅 서폴드, 채드 벨이었다. 이 중 서폴드는 크리스 옥스프링, 브래드 토마스, 트래비스 블랙클리의 뒤를 잇는 또 다른 호주 출신 KBO리그 선수가 됐다.


배경

호주 퍼스에서 나고 자란 서폴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호주 프로야구 리그(ABL)의 명문 구단 퍼스 히트에 입단했다. 퍼스 입단 2년 차였던 2011년에는 시즌 평균자책점 1.41을 기록했다. 이때 그의 성장세를 눈여겨본 디트로이트는 서폴드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이후 서폴드는 마이너리그 및 메이저리그 선수 생활과 호주 야구 리그 선수 생활을 겸업했다.

서폴드는 호주에선 좋은 선수였을지도 모르지만, 미국에선 그렇지 않았다. 처음 22세의 나이로 마이너리그 싱글A에서 경기를 뛴 2012년, 서폴드는 흔하디흔한 마이너리거 1명에 불과했다. 차곡차곡 단계를 밟아 2016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소속으로 메이저리그 데뷔의 꿈을 이루긴 했지만, 마이너리그 시절 서폴드는 단 한 번도 뛰어난 유망주로 주목받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2017년부터 소속팀이 메이저리그 최하위권으로 추락하자, 서폴드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6경기 9.2이닝 출장에 그쳤지만 2017년 45경기 62.2이닝, 2018년 31경기 34.1이닝 등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하지만 언제나 그에게 주어진 보직은 롱릴리프, 추격조, 패전처리, 불펜의 2안 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자리에 불과했다. 그만큼 그에 대한 기대치도, 실제 기록한 성적도 뛰어난 편이 아니었다.

2018년 7월 말 디트로이트는 서폴드를 양도지명(DFA)했고, 웨이버 공시를 통과한 서폴드는 트리플A로 배치됐다. 사용할 수 있는 마이너리그 옵션 횟수가 떨어졌기에 언젠가는 찾아왔을 순서였다. 시즌이 끝난 뒤 11월 2일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한 그는 약 2주 뒤, 한화 이글스행을 공식화하며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워윅 서폴드 미국 통산 성적



스카우팅 리포트

서폴드는 4가지 구종을 던진다. 포심 패스트볼(직구), 슬라이더와 커브, 그리고 체인지업이다. 주로 사용하는 구종은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이다. 마이너리그에서 선발로 많은 경기에 나선만큼(통산 155경기 중 101경기 선발) 나름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구비한 선수다.

주무기인 슬라이더는 빠른 구속이 특징이다. 2018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불펜으로 나왔을 때는 평균 시속 88마일(141km/h)을 기록했다. 당시 패스트볼 구속은 시속 91~93마일 수준에서 형성됐다. 선발로 뛴다면 패스트볼은 시속 145km, 슬라이더는 시속 137km 정도의 구속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최근 KBO리그에 빠른 슬라이더를 던지는 외국인 선발 투수가 종종 등장했는데 서폴드도 이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한다.

3번째 구종인 커브는 각이 크지만 자주 사용하지는 않은 공이다. 커브를 3번째 공으로 선택한 대다수의 선수처럼, 정교한 제구로 헛스윙을 유도하거나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는 대신 타자의 눈높이를 흔드는 용도로 쓰는 경우가 많다. 체인지업은 좌타자 상대로 구사할 때가 있지만 많이 쓰지는 않는다.

KBO리그 기준으로 본다면 평균 시속 91~93마일의 패스트볼 구속은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슬라이더 역시 마찬가지다. 이 슬라이더는 빠르면서 작게 꺾인다는 점에서 커터로 분류되기도 한다. 지난해 KBO리그에서 이름을 날린 타일러 윌슨의 슬라이더보다는 세스 후랭코프의 커터에 좀 더 가깝다. 마침 서폴드의 레퍼토리는 후랭코프의 것과 비슷한 면이 있다. 우완이면서 우타자 몸쪽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이 있는 패스트볼을 던지고, 빠른 슬라이더(커터)와 낙차 큰 커브를 갖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서폴드의 슬라이더는 메이저리그에서 오른손 타자 상대로 0.170의 피안타율과 0.222의 피장타율을 기록했다. 110타석이란 적은 표본을 고려해야 겠지만, 상당히 뛰어난 성적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메이저리그에서는 우타자 상대로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우타자 상대 통산 OPS는 0.768인 반면(295타석), 좌타자 상대로는 0.899로 더 나빴다(192타석). 좌타자 상대로는 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모두 결과가 썩 좋지 않았다.

서폴드와 비슷한 커터를 쓰는 후랭코프는 KBO리그에서 좌타자 상대로 체인지업을 섞었고, 그 결과 우타자보다(OPS 0.673) 좌타자에게(OPS 0.583) 더 좋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서폴드는 메이저리그에서 좌타자 상대로도 체인지업을 거의 쓰지 않았다. 썼을 때 성적도 피안타율 0.420, 피장타율 0.667로 좋지 않았다.

유망주로서 서폴드는 뚜렷하게 강점이 있는 공은 없다는 평을 받았다. 컨트롤에도 크게 강점이 있지는 않다. 스트라이크존 경계선을 송곳처럼 날카롭게 공략하기보다는, 존 안으로 공을 집어넣는 스타일이다. 가진 공의 구속, 움직임, 컨트롤 모두 무난하거나 평범한 축에 속했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컨디션이 좋을 때는 3~4가지 구종을 섞어 던지면서 타자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었다. 전임자인 샘슨, 헤일과 비교한다면 둘의 중간쯤에 있는 선수라고 볼 수 있다.


전망

최근 KBO리그를 찾은 외국인 투수 중, 성공을 거둔 선수들의 특징은 변화구와 컨트롤에서 자신만의 뚜렷한 강점이 있다는 것이다. 시속 140km 중후반대의 패스트볼은 기본 소양이 됐고, 강력한 변화구 하나는 반드시 갖춰야 하며, 패스트볼과 주무기가 되는 변화구 중 하나를 계획대로 정확하게 구사하는 제구력이 필요하다. 제이크 브리검, 타일러 윌슨, 세스 후랭코프는 이런 조건에 정확하게 부합한 선수들이다. 한편, 전반기의 앙헬 산체스는 압도적인 스터프를 갖고 있었고 이것이 조금 부족한 제구력을 보완했다. 요약하자면 외국인 투수가 KBO리그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구위’와 ‘제구’가 필수적이다.

서폴드가 가진 무기는 이 기준에서 모두 어딘가 하나씩 아쉬운 점이 있다. 슬라이더(커터)의 움직임이나 빠르기는 후랭코프와 비슷하지만 정교함에선 조금 부족하다. 브리검과 윌슨의 슬라이더에 비하면 빠르지만 움직임이 부족하다. 패스트볼 구위가 산체스, 샘슨만큼 압도적인 것도 아니다.

체인지업이 뛰어나지 않다는 점도 걸린다. 앞서 숫자로 본 것처럼 서폴드는 메이저리그 기준이지만 좌타자 공략에 실패했다(마이너리그에선 좌/우타석 모두 비교적 고른 성적을 냈다). 한편 서폴드처럼 패스트볼-커터를 즐겨 쓰는 후랭코프는 앞서 설명한 대로 좌타자 상대로 체인지업을 추가해 좌타자에게 더 좋은 성적을 냈다. 후랭코프의 강점은 타자에게 계속해서 3지선다, 4지선다를 요구한다는 것이었다. 커브와 체인지업의 완성도가 높지 않은 서폴드에겐 기대하기 어려운 전략이다. 최근 좌타자의 강세가 두드러지는 KBO리그 흐름에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서폴드 통산 좌/우타자 상대 성적


물론 뒤집어 얘기하면 성공한 선수들의 장점을 몇 개씩 갖고 있다는 뜻도 된다. 브리검-윌슨보다 빠른 패스트볼, 빠르게 꺾이는 슬라이더, 그리고 낙차 큰 커브는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 각각의 구종에는 확실한 강점이 부족할 수도 있지만, 정확하게 구사한다면 더 큰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존재한다. 특히 빠른 슬라이더는 여전히 KBO리그에선 생소함을 바탕으로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

관건은 갖고있는 공의 강점을 얼마나 충실하게 살려낼 수 있느냐가 될 것이다. 전임자 샘슨은 극단적인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갖췄던 선수지만, 이중 장점을 잘 살려 비교적 성공을 거뒀다. 서폴드 역시 성공한 선수들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을 때 아쉬운 점이 있긴 하나 그렇다고 해서 강점이 없는 선수는 아니다.


야구공작소
박기태 칼럼니스트


참조 : Baseball Reference, Baseball Savant, Brooks Baseball, Minorleagueball, M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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