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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구에서 한 인기 했죠” 10년 만에 대구 찾는 김병철 코치의 추억
등록 : 2021.11.17

[OSEN=서정환 기자] ‘야반도주’로 황급히 대구를 떠났던 애증의 오리온이 10년 만에 대구를 다시 찾는다.

대구 한국가스공사는 17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2021-22 정관장 프로농구 2라운드’에서 고양 오리온을 상대한다. 지난 2011년 대구를 떠나 고양으로 연고지를 옮긴 오리온이 10년 만에 원정팀으로 돌아온다.

오리온은 1997년 프로원년 ‘동양제과 농구단’ 시절부터 대구를 연고로 했다. 대구팬들은 농구를 사랑했다. 98-99시즌 전설의 32연패를 할 때도 대구시민들은 농구장을 찾았다. 기다림은 빛을 봤다. 오리온은 기존 전희철, 김병철 콤비에 2001년 김승현이 입단해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덩크왕’ 마르커스 힉스와 ‘리바운드왕’ 라이언 페리맨의 활약까지 더한 오리온은 2002년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김승현은 신인상과 MVP를 석권하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으로 돌풍의 주인공이 된다. 오리온은 2003년에도 정규리그 2연패를 차지했지만, 챔프전에서 ‘잃어버린 15초 사건’이 터져 우승을 허재와 김주성의 TG삼보에게 내줬다.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2011년 오리온 농구단 매각 소문이 돌며 꾸준히 연고지를 수도권으로 옮길 것이란 이야기가 나왔다. 대구팬들의 반발에 구단은 꾸준히 연고이전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구단이 하루아침에 사무실을 옮겼고, 그렇게 대구를 떠났다.

이후 연고구단을 잃은 대구경북지역은 프로농구에서 암흑기를 맞았다. 전국구 인기팀이었던 오리온의 위상도 추락했다. 오리온이 고양에 새로운 터전을 잡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동안 대구팬들의 농구에 대한 관심은 완전히 죽었다.

현재 오리온 농구단에는 연고이전을 주도한 심용섭 전 단장 등의 핵심인물이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 프로농구판에서 가장 오래 사무국장을 역임한 김태훈 사무국장도 지난 시즌 도중 구단을 떠났다. 사실 지금의 오리온은 연고이전에 대한 사정도 잘 모르고, 옛 기억도 전혀 없다.

그래도 오리온에서 대구를 추억할 수 있는 인물이 있다. 오리온에서만 뛰며 슈퍼스타로 활약해 우승까지 이끈 김병철 코치다. 오리온은 ‘피터팬’으로 불린 김 코치의 등번호 10번을 영구결번했다.

김병철 코치는 “대구는 내가 가장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한 곳이다. 대구에서 한 인기 좀 했다. 하하. 농담이 아니라 (전)희철이와 대구시내를 한 번도 제대로 다녀본 기억이 없다. 길거리에서 워낙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 항상 숨어서 뒷문으로 다녀야 했다. 그래도 대구분들이 아직도 절 좋게 기억해주신다. 10년 만에 대구에 간다니 기분이 새롭다”고 밝혔다.

베테랑 오용준과 김강선은 10년 전 대구에서 오리온 유니폼을 입고 뛴 경험이 있다. 대구 계성고출신 한국가스공사 정영삼 역시 고향에서 오리온을 상대해봤다.

산증인은 따로 있다. 바로 대구시절부터 오리온에서 활약하고 있는 윤유량 코치다. 그는 “대구에서 오리온 인기가 정말 말도 못하게 좋았다. 경기 끝나면 선수들이 버스로 가기가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그 중 김병철 코치에게 와서 사인을 받았던 어린아이가 바로 계성고 임종일이었다. 나중에 커서 오리온 선수로 왔을 때 김병철 코치에게 사연을 이야기해줬다”며 웃었다.

이제 대구의 주인은 한국가스공사다. 오리온에게 배신감을 느꼈던 대구팬들도 이제 새로운 팀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한국가스공사는 10년 전 오리온 유니폼을 가져오는 팬에게 한국가스공사 유니폼을 주는 이벤트도 실시한다. 

대구팬 김준우 씨는 “십년 전 대학생 시절 오리온을 열정적으로 응원했다. 구단이 떠났을 때 다시 프로농구를 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동안 농구를 잊고 지냈고 지금은 나도 한 가정의 가장이 됐다. 이제 오리온에 대한 섭섭한 감정은 많이 없어졌다. 대구에서 다시 프로농구를 볼 수 있어서 좋다. 한국가스공사를 응원해야겠다는 생각”이라 밝혔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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