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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인권과 홍콩 시위에 다르게 대처하는 NBA의 상업주의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등록 : 2020.09.14
[스타뉴스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지난 8월31일(한국시간) NBA 토론토-보스턴의 플레이오프가 열린 미국 플로리다주 ESPN 와이드 월드 오브 스포츠 컴플렉스에 'Black Lives Matter' 문구가 표출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지난 8월31일(한국시간) NBA 토론토-보스턴의 플레이오프가 열린 미국 플로리다주 ESPN 와이드 월드 오브 스포츠 컴플렉스에 'Black Lives Matter' 문구가 표출되고 있다. /AFPBBNews=뉴스1
흑인에 대한 미국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과 총기발사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인종차별 문제를 다시 촉발시켰다. 흑인의 인권도 소중하다는 의미의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는 이제 NBA(미국프로농구) 2019~2020시즌의 화두가 된 듯하다.


코트에는 이 문구가 장식돼 있고 선수들의 유니폼에는 인종차별과 관련된 구호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NBA 플레이오프에서 밀워키 벅스가 팀의 연고도시 밀워키가 속해 있는 위스콘신주에서 발생한 백인 경찰의 흑인 상대 총기발사 사건에 대한 항의로 경기를 보이콧한 것도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스포츠 구단의 사회참여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스포츠가 단순히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비판을 할 수 있는 도덕적 용기를 가진 문화라는 측면이 최근 일련의 NBA의 활동을 통해 크게 부각된 셈이다. 물론 NBA의 정치참여나 사회참여에 대해 미국 사회의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NBA를 대표하는 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비난의 메시지를 쏟아냈을 때 미국 우익의 정서를 대변하는 폭스 뉴스의 한 앵커는 “닥치고 드리블이나 하라(Shut up and Dribble)”고 일축하기도 했다.

NBA는 재즈, 힙합, 복싱, 육상 등과 함께 미국의 흑인 문화가 대중들과 호흡할 수 있는 대표적 창구 역할을 해왔다. 농구 종목에 유달리 경기력이 뛰어난 흑인 선수들이 많았을 뿐더러 미국 주류 사회도 농구의 이 같은 문화적 특징을 인정했다. 2019~2020시즌 NBA에 등록된 선수 가운데 흑인 선수 비율은 무려 81.1%이며 NBA 팬의 약 40% 이상이 흑인이다. 이는 흑인이 미국 전체 인구의 13%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숫자다. NBA의 인종차별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NBA 휴스턴 로키츠의 제임스 하든이 'Black Lives Matter'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다. /AFPBBNews=뉴스1
NBA 휴스턴 로키츠의 제임스 하든이 'Black Lives Matter'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다. /AFPBBNews=뉴스1
하지만 1년 전으로 시계를 돌리면 NBA의 정의로운 사회참여 캠페인에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2019년 10월 NBA 휴스턴 로키츠의 대릴 모리 단장은 트위터에 홍콩의 인권을 위해 시위하는 시민들을 응원하는 멘션을 했다 홍역을 치렀다. 중국에서 NBA 경기를 중계하는 국영방송 CCTV와 텐센트가 휴스턴 경기 중계를 모두 취소했으며 휴스턴과 관련된 모든 NBA 상품의 중국 내 판매 금지 조치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홍콩 시위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던 중국 외교부는 “NBA는 중국 국민의 뜻(민의)을 헤아리라”고까지 압박했다.

NBA는 미국 프로 스포츠 가운데 가장 대중 의존도가 높은 리그이다. ‘움직이는 만리장성’이라고 불린 야오밍 시대부터 NBA는 중국으로의 세계화 전략에 집중했고 한 시즌에 중국인 8억 명이 시청하는 대표적 리그로 성장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NBA는 모리 단장의 언급에 대해 사과했고, 다른 미국 내 사회 문제에 대해 용기 있는 발언을 해왔던 르브론 제임스는 “우리에게는 의사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이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도 있으며 트위터를 할 때 조심해야 한다”고 말해 이른바 중국에 대한 NBA의 ‘자기검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지난 6일 대치하고 있는 홍콩 경찰과 시위대의 모습. /AFPBBNews=뉴스1
지난 6일 대치하고 있는 홍콩 경찰과 시위대의 모습. /AFPBBNews=뉴스1
최근 디즈니 영화 뮬란과 관련해 더 크게 부각되고 있는 미국 영화와 스포츠의 중국에 대한 ‘자기검열 논란’은 중국과 비즈니스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을 애초에 삭제해야 한다는 의식과 맞물려 있다. 이 부분에 중국시장의 영향력이 큰 NBA도 자유롭지 못했다. NBA 전체 수입에 따라 샐러리 캡(연봉 상한선)이 조정될 수 있는 상황에서 어쩌면 경영적으로는 효율적인 판단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은 ‘흑인 인권뿐 아니라 홍콩 시민의 인권도 중요하다’는 메시지로 NBA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쏘았고 NBA는 적지 않은 도덕적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터키에서 독재자 대통령 에르도얀을 비난한 뒤 미국으로 망명해 보스턴 셀틱스에서 활약 중인 에네스 칸터를 제외한 모든 NBA 선수들은 홍콩 시민들에 대해 지지를 보내는 행동을 금기시하고 있다. 상업주의와 정의로운 사회참여가 서로 상충될 때 한 가지 선택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현재 NBA가 진행하고 있는 메시지가 더욱 정의로워지려면 상황에 따라 리그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우리는 정의를 택했다'는 진정성이 필요해 보인다.

이종성 교수.
이종성 교수.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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