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이 뛰고 은퇴하라”…연봉 5천만원 동결, 38살에 쓰는 재기 스토리
입력 : 2023.01.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두산 장원준 / OSEN DB

[OSEN=이후광 기자]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연봉 10억 원부터 5000만 원까지. 두산 베테랑 좌완투수 장원준(38)이 2023시즌 마지막 불꽃을 태워보려 한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 26일 2023시즌 연봉 재계약 대상자 51명 중 학교폭력 혐의로 재판 중인 이영하를 제외한 50명과 계약을 완료했다. 

장원준은 2023시즌 현역 연장에 성공하며 김재호와 함께 두산 최고령 선수가 됐다. 그리고 구단과의 연봉 협상 테이블에 앉아 지난해와 동일한 5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장원준은 과거 두산 왕조의 서막을 연 장본인이다. 2015시즌에 앞서 4년 총액 84억 원에 두산 유니폼을 입은 뒤 첫해 12승, 이듬해 15승을 거두며 2년 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그는 2017년에도 14승을 올리며 롯데 시절이었던 2008년부터 무려 8년 연속 10승을 달성했다. 

장원준은 두산 4년차부터 원인 모를 부진과 부상에 신음했다. 2018년 24경기 3승 7패 2홀드 평균자책점 9.92를 시작으로 2019년 6경기, 2020년 2경기 출전에 그치며 에이스의 자존심을 제대로 구겼다. 2020년 2경기 평균자책점 12.71의 충격 속 은퇴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장원준에게 포기는 없었다. 절치부심한 그는 2021년 32경기 1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6.75로 부활 기지개를 켠 뒤 작년 27경기 1패 6홀드 평균자책점 3.71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두산 장원준 / OSEN DB

세월이 흘러 어느덧 38살이 된 장원준. 그는 이승엽 신임 감독과의 면담 자리에서 은퇴가 아닌 현역 연장 의지를 어필했다. 그리고 이 감독은 “우리 팀에 좌완투수가 부족해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129승을 거둔 투수가 다른 팀을 알아보고, 알아봤는데 잘 안 되면 불명예다. 본인이 은퇴 생각이 없는데 그만두라고 하는 건 아니다”라며 선수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장원준은 2015년 FA 계약 당시 연봉이 10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2018년부터 부진이 시작되며 2019년 6억 원, 2020년 3억 원, 2021년 8000만 원으로 연봉이 수직 하락했고, 지난해 사실상 최저 수준인 5000만 원을 받고 공을 던졌다. 다행히 올해 연봉은 삭감 없이 동결됐지만 지금 그에게 중요한 건 돈이 아닌 명예회복이다.

이 감독의 말대로 두산의 2023시즌 최대 약점은 왼손투수다. 함덕주의 트레이드 이적을 시작으로 유희관, 이현승이 차례로 은퇴하며 좌완 불펜 파트에 큰 구멍이 생겼다. 최승용, 이병헌이라는 신예 좌완들이 있지만 올해는 장원준이 최근 2년 동안 이현승이 그랬듯 회춘투로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장원준을 향한 사령탑의 마음은 남다르다. 은퇴를 해도 무방한 나이와 기량이지만 “선수는 본인이 은퇴를 납득할 때 떠나야 한다”라는 지론 아래 그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이 감독은 “장원준과 같은 레전드는 대우를 해주고 싶다. 그래서 후회 없이 뛰어보라고 말해줬다. 그리고 올해 잘하면 더 할 수 있는 것”이라며 “2023시즌 진짜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후배들과 한 번 경쟁을 해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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