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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 2이닝+불펜 올인’ 승부사로 변신한 허문회 감독 [오!쎈 창원]
등록 : 2020.07.01

[OSEN=창원, 민경훈 기자]롯데 허문회 감독이 덕아웃에서 스톱워치를 사용하고 있다. / rumi@osen.co.kr

[OSEN=창원, 조형래 기자] 자신의 신념에 유연성, 그리고 승리에 대한 의지를 더했다. 6월의 마지막 날, 롯데 허문회 감독은 승부사의 기질을 과시했다. 

롯데는 지난달 30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시즌 첫 맞대결에서 연장 11회 접전 끝에 10-8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롯데는 6월 승률 12승11패를 마크했다. 시즌 성적은 23승23패. 롯데가 개막 이후 6월까지 5할 승률을 맞춘 시즌은 지난 2014년(35승30패1무) 이후 6년 만이다. 4번 타자 이대호가 3-4로 뒤진 7회초 역전 스리런, 그리고 8-8로 맞선 연장 11회초 결승 투런포에 힘입어 대첩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대호의 활약에 더해 허문회 감독의 변화된 경기 운영도 결과론적으로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그동안 미래에 먼저 시선을 두면서 시즌 운영을 했던 허문회 감독이 당장 눈 앞에 닥친 현재에도 승부를 걸 수 있다는 승부사의 면모를 보여준 경기이기도 했다. 향후 시즌 운영에도 큰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대목이었다.

이날 롯데는 노경은의 손목 부상으로 예상치 못한 불펜 데이를 펼치면서 이미 5회까지 선발 김대우를 비롯해 진명호, 이인복, 박시영 등 4명의 투수를 소모한 상태였다. 3-2로 앞선 6회말부터는 필승조를 가동했다. 1점의 리드가 불안했지만 필승조를 투입할 수밖에 없는 시점. 하지만 구승민이 1⅔이닝 동안 피홈런 2개로 3실점했다. 7회 이대호의 3점포가 터졌고 8회에도 2득점 하면서 8-5로 승기를 굳히는 듯 했지만 또 다른 필승조 박진형이 8회말 난조를 보이면서 8-7로 쫓겼고, 무사 2루 동점의 위기가 됐다. 1점 차에 9회 정규이닝까지 아웃카운트는 6개가 남아있었다.

여기서 허문회 감독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결단을 내렸다. 주중 3연전의 첫 경기, 향후 치러질 5경기도 고려해야 했던 상황에서 마무리 김원중에게 2이닝을 맡기기 위해 투입했다. 그동안 허문회 감독은 김원중의 첫 마무리 시즌을 세심하게 관리했다. 세이브 상황이 아니면 최대한 아끼며 중압감을 덜어주려고 했다. 올 시즌 멀티 이닝 소화도 1경기 뿐이었다. 원정 경기에 마무리 투수 투입이라는 위험부담까지도 고려해 김원중을 활용했던 허문회 감독의 강수였다. 

결과는 실패였다. 8회말 무사 2루에서 노진혁에게 희생번트를 대주고 강진성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했다. 다만, 블론세이브라는 결과와는 별개로 허문회 감독은 이날 경기 승부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그리고 김원중에게 9회까지 2이닝을 맡겼고 승부를 연장으로 이끌었다. 

압권은 10회말이었다. 필승조가 부진했고 마무리 김원중까지 소모했다. 추격조 성격의 투수들, 이날 콜업된 김유영, 강동호 뿐이었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지 않았고 먼 미래를 내다보지도 않았다. 철저한 이닝 쪼개기를 통해 남은 불펜 자원을 ‘올인’했다. 

먼저 올린 송승준이 난조를 보이자 곧장 좌완 김유영을 올렸다. 김유영마저 의도치 않은 포수의 패스트볼로 인해 위기를 증폭시켰다. 결국 자동 고의4구 작전을 두 차례나 쓰면서 1사 만루의 벼랑 끝 전술을 펼친 끝에 오현택이 강진성을 2루수 땅볼로 유도해 홈에서 아웃시켰고, 뒤이어 올라온 강동호가 2사 만루 위기에서 이명기를 우익수 뜬공으로 유도해 위기를 극복했다. 승기를 가져온 결정적 장면이었다. 

이날 롯데는 선발 투수를 제외하고 11명의 불펜 투수들을 총동원했다. 역대 한 경기 팀 투수 최다 출장 타이 기록(11명). 주중 첫 경기라는 점, 원정경기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마무리에게 2이닝을 맡겼고, 불펜진을 총동원했다. 승기를 잡았던 순간이 있었고, 그 순간들이 날아가더라도 어떻게든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현재에 충실했다. 시리즈 2차전 NC가 현재 최고 투수인 구창모가 예고되어 있다는 점도 현재에 올인한 이유 중 하나일 터. 어쨌든 결과론의 영역인 투수 운영에서 승리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지난 6월, 수도권 원정 9연전 중 당한 4번의 끝내기 패배에서 허문회 감독의 시즌 운용에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현재보다 미래에 집중한 나머지 유연하지 못하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하지만 잡을 수 있는 경기는 잡아야 한다는 현재의 승리를 향한 열망이 운영에 녹아들면서 허문회 감독의 신념도 다소 변하고 있는 듯 하다.

이번 주 NC 시리즈 2경기, 주말 SK와의 3연전에서의 불펜 운영은 또 다른 고민거리다. 하지만 허문회 감독의 승부사 기질을 확인하며 6월의 마지막 날을 마무리 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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