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생각] 황선홍 감독이 울린 팡파레 무엇을 의미하나
입력 : 2024.04.0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지도자에게 때로는 자신의 진로 문제에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이 찾아온다. 이럴 경우 선택은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그렇지 않고 섣부른 선택을 하게 되면 지도자 생활에 의도와는 다르게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이점에 황선홍(56) 감독이 대두된다. 황선홍 감독은 한국 U-23세 이하 올림픽축구대표팀 수장으로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참사로 경질된 전 위르겐 클린스만(60.독일) 감독 후임으로, 지난 2월 말 대한축구협회(KFA) 대표팀전력강화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태국과의 3~4차전 한국축구대표팀(이하 A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그야말로 황선홍 감독의 선택은 의외로 받아들여 졌다. 이에 섣부른 판단이라는 지적과 함께 욕심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제시됐다. 그도 그럴것이 황선홍 감독에게는 단 2경기만을 위한 한시적인 임시감독은 물론, 당장 다음달(4.15~5.3) 개최되는 2024 AFC 카타르 U-23세 이하 아시안컵 겸, 2024 파리올림픽(7.26~8.11) 아시아 최종 예선을 이끌어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가 부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지도자에게 '기회가 왔을 때 잡아라'라는 말은 곧 정설로 받아들여 진다. 하지만 U-23세 이하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서, 황선홍 감독의 선택은 분명 명분적으로도 이해되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 더구나 A대표팀은 카타르 참사에 이어 제기된 일련의 논란으로 팀 분위기와 상황은 최악 그 자체였다. 그럼에도 황선홍 감독은 A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선수 선발부터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두 말할 나위도 없이 황선홍 감독은 프로축구(K리그) 울산 현대 홍명보(55) 감독과 더불어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쌍끌이 레전드 출신으로, 지도자로서도 현재 쌍두마차 역할을 하는 가운데, 2022 항저우 아시아경기대회(2023.9 .23~10.8)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K리그와 연령별 대표팀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한편으로 특징적인 전술 축구가 엿보이지 않는다는 꼬리표가 붙어있기도 했다.

이런 평가는 3차전 안방 경기에서 현실로 나타나며 객관적인 선수 역량과 전력 차이에도 무승부(1-1)를 기록, 한국 축구의 염원인 10회 및 11회 연속 올림픽과 월드컵 본선 진출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여정에 불안감을 드리웠다. 이로서 황선홍 감독의 선택은 중대 위기를 맞는 귀로에 서게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황선홍 감독은 자신의 축구 철학 구현이 아닌 '원 팀'을 위한 리더십에 올인, 4차전 원정 경기에서 급기야 대승(3-0)을 거두는 팡파레를 울렸다.

실로 섣부른 판단 및 욕심의 부정적인 의견을 한 방에 날려버린 승전보였고, 또한 전술적 축구를 의심하는 시선을 지우기에 충분한 승전고였다. 이같은 성과에 황선홍 감독의 과감한 선수 선발이 대두된다. 그 중심에 카타르 아시안컵 '하극상 논란'의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은 물론, K리거 주민규(33.울산 현대), 박진섭(29.전북 현대) 이명재(31.울산 현대), 정호연(24.광주 FC)의 A대표팀 첫 승선이 있다.

이같은 무리수 선발은 비난과 위험을 오롯이 황선홍 감독 개인이 감수하겠다는 의도로 읽혔고, 결국 그같은 소신은 악조건 속에서도 이들은 높은 팀 기여도의 활약상을 펼쳤다. 더불어 4차전 대승 요인으로는 황선홍 감독의 조규성(26.미트윌란), 이강인의 과감한 선발 카드도 한 몫 했다. 이로 인하여 이재성(32.마인츠)과 손흥민(32.토트넘 홋스퍼)은 선제골과 추가골을 터뜨리며 월드클래스 다운 진면목을 과시했고, 경기 분위기와 흐름을 염두에 둔 적절한 타이밍의 박진섭 기용은 승부에 쐐기를 박는 '신의 한 수' 용병술로 작용 황선홍 감독의 지도력에 날개를 달아줬다.

한국 축구는 그동안 A대표팀 외국인 감독 체제에서,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뜬 구름 잡기식 말 축구에 농락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황선홍 감독은 이와는 다르게 한국 축구 발전을 전제로 말의 합리화에 치중하며, 선수를 믿고 신뢰하는 리더십으로 단 2경기 만에 부진에 빠졌던 한국 축구에 청신호를 밝혔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간과하지 않을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황선홍 감독이 울린 팡파레로 대한축구협회(KFA) 정몽규(62) 회장의 독단적인 정책 추진의 문제점들은 묻혀질 수 없고, 또한 황선홍 감독 효과를 악용하려는 꼼수도 있어서는 절대 안된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황선홍 감독을 낙점한 대표팀전력강화위원회도 KFA 한 조직으로서, 정몽규 회장의 독단적인 권한에서 자유스러운 가운데 독립성을 앞세워, A대표팀 감독 선임을 전권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황선홍 임시 감독 체제는 막을 내렸다. 하지만 태국과의 4차전 성과로 황선홍 감독의 A대표팀 감독 '대망론'이 제기되어 있는 상태다. 이점에 황선홍 감독은 향후 거취에 대하여 27일 인천공항 귀국 기자회견에서, 확실하게 선을 그으며 U-23세 이하 올림픽대표팀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때문에 대표팀전력강화위원회가 5월 초로 공언한 A대표팀 감독 선임이 과연 어떻게 결정날지 관심이 모인다. 두 말할 나위도 없이 황선홍 감독이 울린 팡파레는, KFA 정몽규 회장이 행사한 독단적인 권한에 일침을 가한 경고이기도 하다. 실로 한국 축구는 A대표팀의 무능력 외국인 감독 선임으로 형언하기 힘든 큰 고통과 시련을 겪었다. 뿐만 아니라 금전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그렇다면 KFA의 대표팀 운영 난맥상 개선과 더불어 독립적 조직인 대표팀전력강화위원회의 A대표팀 감독 선임 건에 대한 전권 행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김병윤(전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사무차장)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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