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2017시즌 리뷰] 시애틀 매리너스 – 시간은 그들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입력 : 2017.11.2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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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그래프 시즌 예상 :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공동 3위 82승 80패
시즌 최종 성적 :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공동 3위 78승 84패


[스포탈코리아] 때는 지난 8월 26일. 시애틀 매리너스는 3연승을 거두며 와일드카드 2위와의 승차를 0.5게임으로 좁혔다. 당시 팀내 1, 2선발이었던 제임스 팩스턴과 펠릭스 에르난데스는 부상에서 복귀할 예정이었고, 다른 와일드카드 경쟁 팀들에 비해 객관적인 전력도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잇따르며 포스트시즌 진출이 눈앞인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들의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투타 밸런스의 불균형으로 시애틀은 마지막 15경기에서 4승 11패를 기록하며 시즌 78승을 거두는 데에 그쳤고, 116승을 기록했던 2001시즌 이후 16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였다.

디포토 단장은 ‘윈 나우(Win Now)’ 트레이드를 거듭하며 지난 2016시즌 86승을 거둔 시애틀에 즉시 전력을 보강했다. 진 세구라, 제러드 다이슨, 요바니 가야르도, 드류 스마일리, 대니 발렌시아 등이 가세하자 시즌 개막 직전 ESPN 전문가 35명 중 18명이 시애틀의 가을야구행을 점치기도 했다. 하지만 핵심 전력인 펠릭스 에르난데스(86.2이닝 평균자책점 4.36), 로빈슨 카노(OPS 0.790), 카일 시거(OPS 0.773) 등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시애틀은 또다시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의 쓴맛을 봐야만 했다.

세이프코 필드 개장 이래 두 번째로 200홈런 이상을 기록한 시즌이었음에도 시애틀의 공격력은 인상적인 수준이 아니었다(득점 AL 7위). 펠릭스 에르난데스, 히사시 이와쿠마, 요바니 가야르도가 부상과 부진의 늪에서 허덕인 투수진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시애틀이 활용한 선발투수는 17명에 달했다. 26개의 팀 블론세이브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 최다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빅리그 팀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와중에 팜 시스템도 수많은 트레이드를 겪으며 눈에 띄게 얇아졌다. 2014년 1라운더 알렉스 잭슨을 비롯하여 팀 내 2, 3, 7위 유망주였던 타일러 오닐, 루이즈 고하라, 드류 잭슨이 1년 만에 팀을 떠났다. 1위 유망주 카일 루이스는 올 시즌 49경기를 출전하는 데에 그쳤다(OPS 0.740). 베이스볼 아메리카 미드시즌 유망주 랭킹에서 100위 이내에 포함된 시애틀 소속 선수는 단 1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만년 유망주였던 마이크 주니노와 기대치가 낮았던 미치 해니거가 주전 자리를 꿰찼다는 점이다.



최고의 선수 – 제임스 팩스턴

시즌 성적 : 24경기 136이닝 12승 5패 ERA 2.98 FIP 2.61 156삼진 37볼넷 WAR 4.6


2017시즌 시애틀 투수들의 합산 WAR은 9.8로 23위에 불과했다. 시즌 후반 트레이드해온 마이크 리크를 제외하고 WAR 0.5가 넘는 선발투수는 고작 한 명에 불과했는데, 그가 바로 제임스 팩스턴이었다. 팩스턴은 지난해 콜업 후 보여줬던 모습(120이닝 WAR 3.5)을 이어나가며 단숨에 시애틀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흉부 근육 부상으로 한달 가량을 결장했음에도 그의 활약상은 단연 팀 내 최고로 꼽힌다.

팩스턴은 메이저리그 좌완 선발투수들 중 가장 빠른 패스트볼을 뿌리며(평균 시속 95.4마일, 100이닝 이상 기준), 낙차 큰 커브와의 조합을 통해 9이닝 당 10개 이상의 삼진을 솎아냈다. 또한 9이닝 당 볼넷을 2.5개도 내주지 않으면서 이전에 지적받던 제구력 문제까지 완벽하게 고쳐낸 모습이었다(마이너리그 통산 BB/9 3.8→올시즌 BB/9 2.4). 피홈런은 단 9개뿐이었고 BABIP가 0.300으로 행운이 따랐다고 보기는 힘든 시즌이었음에도 피안타율은 겨우 0.221(아메리칸리그 5위)이었다.

현재로서는 시애틀의 다음 시즌 선발 로테이션도 탄탄하지는 않아 보인다. 에르난데스는 이제 킹이 아니다. 스마일리, 미란다에게는 이닝이팅조차도 확신을 가지기 힘들다. 팩스턴의 어깨에 시애틀 투수진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년간 팔꿈치와 어깨 부상 없이 과거의 ‘유리몸’이란 오명을 떨쳐낸 팩스턴은 더 진화할 수 있을까.



가장 발전한 선수 – 마이크 주니노

시즌 성적 : 0.251/0.331/0.509 OPS 0.840 25홈런 64타점 160삼진 39볼넷 WAR 3.6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수많은 무브를 시행하던 디포토 단장도 포수 부문에서는 백업을 위해 베테랑 카를로스 루이즈를 데려온 것 외에는 별다른 영입을 하지 않았다. 이는 ‘만년 유망주’였던 주니노의 잠재력과 장타력을 신뢰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주니노는 여기에 부응해 메이저리그 4년차인 올해 타격 능력을 폭발시키기 시작했다.

주니노는 컨택 능력을 발전시켜 지난 3년간 기록한 멘도사 라인의 타율(0.214-0.199-0.207)을 훌쩍 뛰어넘는 타율 0.251을 기록했다. 또한 25개의 홈런으로 1977년 팀 창단 이후 단일 시즌 가장 많은 홈런을 때려낸 포수가 되는 영예를 안았다. 우수한 수비와 함께 기록한 WAR 3.6은 개리 산체스와 버스터 포지의 뒤를 이어 메이저리그 전체 공동 3위에 올랐다. 주니노가 계속 홈플레이트 오른쪽에서 생산력을 보여준다면 로빈슨 카노, 카일 시거 등 좌타자들이 포진한 팀 중심타선의 좌우 균형을 맞추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가장 실망스러운 선수 – 펠릭스 에르난데스

시즌 성적 : 16경기 86.2이닝 6승 5패 ERA 4.36 FIP 5.02 78삼진 26볼넷 WAR 0.4


시애틀의 영원한 에이스인줄로만 알았던 ‘킹’ 펠릭스 에르난데스가 30대에 접어든 이후 끝없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0년 연속 30번 이상 선발 등판, 8년 연속 200이닝 이상 투구 기록이 깨졌던 지난해보다도 성적이 악화된 에르난데스는 16경기 86.2이닝 동안 4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말았다. 29세 시즌까지 50이 넘는 WAR을 기록했던 그였지만 지난 2년간은 고작 1.4 WAR을 추가하는 데에 그치고 있다.

부진의 원인은 명확하다. 타자를 압도하던 전성기 시절의 구위가 사라진 것이다. 실제로 시속 94-95마일이던 에르난데스의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4년 연속 하락해 올 시즌에는 시속 90.5마일에 불과했다. 커브와 체인지업의 비중을 높여보았지만 패스트볼의 위력이 사라진 상황에서 이는 그다지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지 못하였다. 커리어 하이에 해당하는 9이닝 당 피홈런(1.77개), 커리어 로우에 해당하는 그라운드볼 비율(46.9%). 결코 간단한 문제로 치부할 수치들이 아니다.

2013년 2월에 맺은 에르난데스의 7년 1억 7500만달러 계약은 이제 2년이 남아있다. 시애틀에게는 팀 연봉 총액의 1/6 이상을 차지하는 그의 부활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디포토 단장은 올 시즌이 끝나자마자 에르난데스를 특별히 관리해 다음 시즌에는 30번 이상 선발로 등판시킬 거라 공언한 바 있다. 에르난데스는 걸어왔던 탄탄대로로 다시 돌아가 명예의 전당급 커리어를 이어갈 것인지, 전성기를 뒤로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인지의 갈림길에 서 있다.



키 포인트 – 못 먹어도 GO, 도전을 이어갈 수밖에..

시애틀은 올 시즌에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면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오랫동안 가을야구를 하지 못한 팀’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이어나가야만 했다. 팀의 연봉 총액은 3년 연속으로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지만(2017년 1억 5400만 달러), 그렇다고 ‘윈 나우’ 모드를 중단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팬들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으며 로빈슨 카노, 카일 시거, 펠릭스 에르난데스 등 장기 계약된 코어 선수들의 노쇠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2018시즌을 끝으로 이렇게나 ‘혜자’일 줄은 몰랐던 넬슨 크루즈의 4년 계약이 만료된다. 공격력이 들쭉날쭉한 팀 입장에서는, 지난 3년간 126홈런을 때려낸 크루즈가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지금 가을야구 도전을 이어나가는 게 옳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여러모로 “못 먹어도 GO”를 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위와 같은 현실은 쇼헤이 오타니나 이번 FA 선발투수 탑4(유 다르빗슈, 제이크 아리에타, 알렉스 콥, 랜스 린) 영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디포토 단장이라면 빠질 수 없는 트레이드가 이번 오프시즌에도 계속되고 있다. 시애틀은 이미 에밀리오 파간과 알렉산더 캄포스를 대가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서 라이언 힐리를 영입하였고, 티에고 비에이라를 대가로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국제유망주 슬랏머니 50만 달러를 획득하였다. 마이너리그 투수 유망주 두 명을 대가로 뉴욕 양키스로부터 닉 럼블로우를 영입하여 양질의 불펜진을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마무리

시애틀의 전력이 결코 나쁜 편은 아니다. 하지만 같은 지구에 속한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왕조 구축에 도전하고 있을 정도로 극강의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LA 에인절스와 텍사스 레인저스 또한 준수한 기틀을 가진, 언제 치고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팀들이다. 지금까지 해온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트레이드로는 시애틀의 오랜 포스트시즌 가뭄을 해결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또한 미래를 담보로 한 유망주 트레이드는 자칫하면 기나긴 암흑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시애틀, 그들은 정말로 중요한 겨울을 맞고 있다.


야구공작소
김형준 칼럼니스트


출처 : Fangraphs, Baseball-Reference, Cot’s Baseball Contra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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