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골 4개→태하드라마 주연' 정재희의 웃음 ''30부작? 작가님이 길게 써주시길''[오!쎈 인터뷰]
입력 : 2024.05.0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고성환 기자] "태하드라마요? 작가님이 최대한 길게 길게 써줬으면 좋겠어요."

포항 스틸러스는 지난 4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1 2024 11라운드에서 김종우의 극장골에 힘입어 전북 현대를 1-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포항은 또 한 번 추가시간에 강한 면모를 자랑하며 10경기 무패 행진을 질주했다. 동시에 승점 24점으로 한 경기 덜 치른 울산 HD(승점 23)를 제치고 선두 탈환에 성공했다. 홈팬들 앞에서 4경기 만에 거둔 승리이기도 하다.

이날 포항은 종료 직전까지 슈팅 18개를 터트리고도 좀처럼 골문을 열지 못했다. 주어진 추가시간 4분이 끝나가도록 0의 균형이 유지됐다. 이번에도 안방에서 무승부에 그치는가 싶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태하드라마'는 계속됐다. 마지막 순간 역습 기회에서 김종우가 짜릿한 극장골을 뽑아내며 홈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측면 공격수 정재희도 선발 출전해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그는 경기 후 "전북이 준비를 잘하고 나왔다. 우리가 홈에서 이겨야 하는데 승리하기 쉽지 않았던 경기였다.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집중력 잃지 않고 잘 뛰어줘서 승리할 수 있었다. 정말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최근 뜨거운 발끝을 자랑하고 있는 정재희다. 특히 지난 강원전에선 생애 첫 해트트릭을 터트리며 공동 득점 1위(7골)로 뛰어올랐다. 전북전에서도 공격 포인트는 올리지 못했지만, 측면에서 날카로운 장면을 몇 차례 만들었다.

정재희는 "나도 해트트릭을 처음 해봐서 그냥 얼떨떨했다. 며칠간 계속 기분이 좋았다. 지금 득점 선두에 있지만, 최대한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의식하게 되면 오히려 안 좋을 수 있다. 최대한 경기력에 지장이 가지 않게끔 하려 한다"라며 "내가 몇 골을 넣든, 몇 경기를 뛰든 그냥 흘러가는 대로 할 생각이다. 지금처럼 안 다치고 잘 뛰면서 시즌을 잘 마무리하겠다"라고 말했다.

정재희는 후반전 조커와 선발 출전을 오가고 있다. 그는 "아무래도 선발로 나오면 선수들이 처음부터 집중도 많이 하고 있고, 체력적으로도 100%인 상태다. 더 격렬한 경기가 된다. 후반에 들어오면 아무래도 나보단 상대가 체력이 떨어져 있다. 그러다 보니 조금 더 수월하긴 하다"라고 차이를 전했다.

물론 어떤 역할이든 팀을 위해 뛸 준비가 돼 있는 정재희다. 그는 "(선발 출전 여부는) 내가 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난 그냥 운동하면서 기다리고, 감독님이 선택을 하시는 거다. 난 감독님 선택에 따라 전반이든 후반이든 잘 준비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포항은 1위를 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한 가지 고민이 있다. 바로 길어지고 있는 공격수 조르지의 침묵. 그는 전북전에서도 마수걸이 골을 기록하지 못하며 1라운드 로빈을 득점 없이 마쳤다. 박태하 감독은 "끝까지 믿고 기용할 생각"이라며 계속 믿음을 보냈지만, 갈수록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

정재희는 조르지 이야기가 나오자 "오늘은 뭔가 골을 넣고 싶어 하는 욕심이 좀 있었던 것 같다. 좀 안타깝다. 더 침착하고 차분하게 하면 좋겠다. 멘탈을 회복해서 잘 쉬고 들어오길 바란다. 아직 어린 친구이기 때문에 말도 많이 해주고 옆에서 도와줘야 한다"라고 다독였다.

이날 극장골의 주인공 김종우는 공격적인 역할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정재희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곧바로 "안 될 것 같은데"라며 웃음을 터트리더니 "내가 경기 중에 (김종우에게) 크로스를 하나 올렸다. 공이 땅으로 굴러가는데 머리를 갖다 대더라. 그래서 내가 왜 굴러가는데 머리를 대냐고 뭐라 했다. 그렇게 해가지고는 공격적인 위치로 못 올라올 것 같다"라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포항의 태하드라마는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드라마가 이어지려면 올 시즌 추가시간에만 4골을 넣은 '주연 배우' 정재희의 활약이 중요하다. 몇 부작인지 묻자 정재희는 "최대한 길게"라며 웃은 뒤 "작가님이 최대한 길게 길게 써줬으면 좋겠는데 나도 잘 모르겠다. (30부작 기대해도 되나?) 최선을 다해보겠다"라고 답했다.

/finekosh@osen.co.kr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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