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터뷰] 역경 이긴 박태홍, 그의 축구는 지금 시작이다
입력 : 2015.05.0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요코하마(일본)] 김성진 기자= 현재 요코하마 FC의 주전 수비수 박태홍(24)은 엘리트 코스를 걸어온 인재였다. 부경고 재학 시절 U-16 대표팀을 시작으로 U-20 대표팀까지 연령별 대표팀을 모두 거쳤다. 비록 세계 대회에는 나서지 못했지만 나이가 한 살씩 늘 때마다 연령별 대표팀에 빠지지 않고 뽑혔다는 점은 그의 가능성을 보여준 대목이다.

그런데 박태홍은 연세대 1학년이던 2010년 갑작스레 자퇴했다. 어린 나이에 축구를 하기 싫다는 치기 어린 마음에 자퇴서를 내고 학교를 떠났다. 하지만 박태홍은 이내 자신을 되돌아봤고 테스트를 거쳐 2011년 요코하마 FC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자신 있게 시작한 프로 생활이지만 이번에는 부상이라는 장애물에 발목이 잡혔다. 2012년 7월 오른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 부상으로 한동안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굴곡진 생활을 한 박태홍은 지난해 여름 카탈레 토야마와 단기 계약을 맺고 입단, 12경기를 뛰며 재기에 성공했다. 그리고 올해 다시 요코하마 FC 유니폼을 입으면서 프로 선수로서의 삶을 즐기고 있다.

지난 4월 말 올 시즌 J2리그 전 경기를 풀타임 소화 중인 박태홍을 요코하마 FC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올 초 득남한 뒤 좋은 일만 계속되고 있는 그는 올 시즌 내내 이러한 기분이 이어지길 바랐다.

- 2011년 요코하마 FC에 입단했다. J리그행은 K리그 드래프트를 피하기 위한 것이었나요?
연세대에 그만둔다고 하고 나왔습니다. 심재흠 감독님께 축구를 그만둔다고 하고 나왔는데 나중에 후회했죠. 반항의 시기였습니다. 자퇴해버렸는데 나중에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나 절대 싸워서 나온 건 아니고 그저 축구를 그냥 하고 싶지 않았어요.

- 그런데 바로 J리그로 오게 됐네요?
여기와 가시마 앤틀러스 테스트를 받았고 두 팀 모두 좋은 평가를 했어요. 그런데 가시마에 가면 시합을 못 뛸 것 같아서 요코하마 FC로 왔죠. 당시 감독님도 절 원하셨고 생활도 편했을 것 같았어요. 그러다 2012년에 부상을 당했고 2013년에는 요코하마 FC 홍콩에 임대 이적했죠. 그 뒤 작년 5월에 일본으로 다시 왔고 오이타 트리니타랑 토야마 테스트를 받은 다음 토야마와 연말까지 단기 계약을 맺었죠. 그런 다음 여기로 다시 오게 된 거죠.

- 부상은 어떻게 된 건가요?
2012년 7월에 오른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와 연골을 다 다쳤어요. 연습경기를 하다가 잘못 디뎠는데 무릎이 돌아가버렸어요. 무서워서 제내 다시 돌려놨는데 그러다 보니 연골까지 다쳐버렸죠. 정말 재활이 힘들었어요. 다친 뒤에 쉬지도 않고 재활만 했죠. 그러고 요코하마 FC 홍콩으로 갔죠. 요코하마 FC가 홍콩리그에 창단한 팀인데 운영하는 곳은 다른 것으로 알아요. 거기서 임대로 뛰었죠.

- 입단 첫 해 26경기를 뛰었는데 부상이 많이 아쉬웠겠어요?
아쉽죠. 조금만 더 했으면 됐는데.. 2011년에 26경기를 뛰었는데 그대로 쭉 갔어야 했어요. 하지만 부상을 당했고, 또 당시 감독님이 저를 많이 안 쓴 이유도 있고요.

- 토야마에서 12경기를 뛴 것이 큰 힘이 됐을 것 같아요.
그게 컸죠. 작년에 토야마를 안 갔으면 정말 힘들었을 겁니다.

- 토야마랑 계약 종료 뒤 다른 곳으로 가도 됐을 텐데 요코하마 FC에 다시 온 이유가 있나요?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도 제가 J리그에서 5년째 생활을 하고, 요코하마FC가 친정팀인데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은 해보고 싶었어요.

- 올해로 J리그 생활 5년차인데 일본축구는 어떤 것 같나요?
아기자기한 스타일에 무조건 조직적인 플레이를 하고 미드필드에서의 패스가 남다릅니다. 저희 팀은 포백라인을 내리는 걸 싫어하고 무조건 압박을 심하게 해요. 그래도 내려서는 것보다 올려서는 게 더 편하죠. 상대에게 부담을 주고 공격수가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거든요.

- 압박 수비는 선수에게 부담이 되지 않나요? 요코하마 FC는 상대적으로 공격이 약하니 수비수의 부담도 가중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항상 부담이 크죠. 그런데 저희 팀 골키퍼가 베테랑이에요. 예전에 일본 국가대표를 했고 가시와 레이솔에서 황선홍, 홍명보, 유상철과 함께 선수 생활 했던 미나미 유타에요. 유타상이 뒤에서 얘기를 많이 해줘요. 자기가 있으니 무서워하지 말고 전진하라고요. 유타상은 필요한 말만 하고 컨트롤을 해줘요. 또 경기 때 정신을 못 차리면 강하게 얘기해요. 그래서 정말 좋아요.



- 현재 팀을 이끌고 있는 밀로쉬 루스 감독은 올해 취임했는데요. 신임을 얻을 것이라 생각했나요?
처음에는 간당간당 했고 무서웠습니다. 그런데 훈련을 할수록 감독님과 잘 맞아갔어요. 한국 스타일이세요. 예전 감독님은 패스를 강조했는데 루스 감독님은 패스만큼 밸런스도 중요하게 여기세요. 또 막 뛰어다니는게 아니고 꼭 공을 갖고 훈련을 해요. 감독님께서는 용기를 갖고 경기하는 선수를 제일 좋아하세요. 또 자신이 주문하는 것만 하면 경기를 뛴다고 했고요. 빠르고 헤딩 잘하는 선수를 선호하시는 것 같은데 제가 스피드와 공중볼에 장점이 있어요. 요즘 계속 세트피스 상황에서 득점 기회가 나오고 있는데 아직 골을 못 넣고 있네요. (웃음) 아! 하나 넣은 적이 있어요. 자책골요. (웃음) 2011년이었는데 걷어내려는 게 제대로 맞아서 저희 골대 안으로 들어갔어요. 완전 ‘멘붕’이었죠. (박태홍은 6일 카마타마레 사누키전에서 시즌 첫 골을 넣었다.)

- 요코하마 FC에는 한국선수가 많아서 생활하기에도 불편하지 않겠습니다.
2011년에 처음 왔을 때는 저 혼자였어요. 그 당시에 혼자여서 책을 많이 읽었었죠. 지금은 배후민, 나성수도 같이 있죠. 혼자 있는 것보다 같이 지내는 것이 편해요. 또 가족과 같이 지내서 외롭지도 않고 먹는 거나 생활에도 불편하지 않아요.

- 올해 24세인데 일찍 결혼했네요?
2013년 12월에 모델 활동을 하던 동갑인 아내와 혼인 신고를 했고 올해 1월 2일에 아들 가온이를 낳았어요. 어렸을때부터 반항심이 많다고 사람들이 말했는데 애기 낳고 잘 살고 있다는 말을 요즘 들어서 좋아요. 올해 잘 풀리고 있어요 지금까지 전 경기를 다 뛰었고 부상 없이 모든 경기를 뛰고 싶습니다.

- 승격도 바랄 것 같습니다. 아직 J1경험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원할텐데요?
J1리그에 올라가야죠. 요코하마 FC가 승격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팀이 힘을 좀 더 내야 되요. 구단도 굉장히 승격하고 싶어해요. 2006년 J2리그 우승으로 J1리그에 승격했지만 2007년에 바로 강등되고 못 올라가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올해는 카즈상의 프로 선수 30주년이니까 승격하면 대박인거죠. (웃음)

- 요코하마 FC는 미우라 카즈요시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팀 같아요. 박태홍 선수가 본 미우라 선수는 어떤 선수인가요?
카즈상이 올해 48세인데 저희 아버지보다 두 살 어리세요. 아버지와 같이 뛰는 셈이죠. (웃음) 카즈상은 말 그대로 레전드에요. 몸 관리가 철저하죠. 웨이트 트레이닝 룸에는 항상 카즈상이 있어요. 1시간 전에 와서 훈련 준비를 해야 하는데 카즈상은 더 일찍 와서 맛사지도 받고 준비하고 있죠. 복근 운동도 하루에 20~30분씩 해요. 몸을 보면 장난이 아니에요. 48세의 몸이 절대 아니죠. 또 전담 트레이너가 카즈상의 분신처럼 옆에 있어요. 먹는 것부터 해서 모든 것이 철저해요. 경기 때도 항상 좋은 말을 해줘요. “넌 집중하면 국가대표야. 내가 옆에서 도와줄 거야. 넌 국가대표가 될 선수야”라고요.

- 올해 원하는 목표가 있나요?
지금은 요코하마 FC의 승리가 중요해요. 요코하마 FC와 함께 J1으로 승격하면 요코하마 F.마리노스와 요코하마 더비도 하겠죠. 요코하마 더비는 정말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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