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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의택의 제대로축구] 류승우 인터뷰② '''나는 진짜 행복한 사람이구나' 싶죠''
등록 : 2015.02.14

[스포탈코리아=브라운슈바이크(독일)] :: 1편에 이어서 계속(다시보기 클릭)

"츠바이 스프라이트, 아이네 타쎄 카푸치노 비테(zwei Sprite, eine Tasse Cappuccino bitte. 스프라이트 두 잔, 카푸치노 한 잔요)". 이 정도 주문은 눈치껏 수사만 붙여 할 수 있어도, 완벽한 회화를 구사하려면 갈 길이 멀다. 레버쿠젠 구단에서 파견한 통역이 얼마 전 떠나면서 당장 이번 주부터 독한 과외를 시작해야 한다.


류승우(21·브라운슈바이크)가 느낀 독일은 '조금 심심한 도시'. 레버쿠젠 시절 거주한 쾰른과 달리 브라운슈바이크에서는 더더욱 할 게 없지만, 그렇다고 딱히 답답한 건 없단다. (손)흥민이 형과 함께했던 짧은 추억을 그리워하고, (구)자철이 형 조언엔 시쳇말로 '하트 뿅뿅'이던 이 청년. 1년이 지나 되돌아본 독일 생활은 아직도 실감 안 나는 나날이었다.

▲ 독일에 온 지 만 1년이 지났다. 말은 좀 통하는 편인가.

"제가 일상 대화를 주도할 정도는 안 돼요. 상대가 물어보면 간단히 답할 수 있는 정도? 언어만 완벽하게 되면 훨씬 더 자신 있게 할 텐데, 그런 부분이 아쉬워요. 레버쿠젠에서는 구단이 과외도 붙여줬지만, 여기선 구하지 못 했거든요."

▲ 그럼 브라운슈바이크에서는 따로 독일어 공부를 안 하나.

"통역 형과 1년 동안 함께 있다 보니 밥도 같이 먹고, 생활도 같이하면서 괜찮았는데요. 지금부터가 걱정이에요. 과외하면서 공부하려고요. (과거 구자철 인터뷰 중 '축구 선수는 무조건 과외를 해야 실력이 늘 거라고 했는데) 맞아요. 혼자 앉아서 공부하는 건 진짜···(웃음)."

▲ 말도 말인데, 음식 고생은 없었나. 운동선수에게 정말 중요한 부분 아닌가.

"사촌 누나가 함께 지내면서 진짜 잘해줘요. 신메뉴도 막 개발하고요. 음식 고생은 없는데, 그래도 한국이 그립긴 하죠. 순대, 떡볶이···. 레버쿠젠에 있을 땐 뒤셀도르프에 있는 한식집에 자주 갔거든요. 그때가 좋았죠. 지금은 뒤셀도르프에서 택배로 식재료를 받고 있어요."



▲ 브라운슈바이크에선 한국인 보기가 쉽지 않을 텐데.

"뱐 년 동안 세 분 정도 뵈었나. 경기장에서 뵌 건 딱 한 분요. 팬석에서 한국말로 '류승우!'라고 부르시길래 돌아봤어요. 죄송하게도 너무 급해서 악수 한 번밖에 나누지 못 했어요. 나머지는 장 보러 갔다가 뵌 분, 그리고 유학생 분요. 동양인이 없다 보니 반가웠죠."

▲ 도시가 참 차분하다. 젊은 청년에겐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는데.

"제가 노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잘 못 놀죠. 즐길 줄도 모르고요(웃음). 대학생 때도 친구들 만나 얘기하고 밥 먹고 하는 건 좋아했는데, 웬만하면 숙소 방에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 다운로드 받아서 불 꺼놓고 혼자 있는 거 좋아하고요. 이곳도 엄청 불편한 건 없어요."

▲ 마인츠, 아우크스부르크 등 한국 선수가 짝지어 있는 팀 보면 부럽지 않나.

" 아무래도 여기 오니까 아무도 모르고, 낯선 환경이다 보니 외로운 게 좀 있었어요. 레버쿠젠 있을 때는 흥민이 형이랑 같이 밥도 먹고 하면서 옆에서 보고 배우는 게 많았거든요. 지금도 연락 가끔 하고 그래요."

▲ 독일에 먼저 온 다른 형들은 잘 챙겨주지 않던가.

"그 외엔 자철이 형밖에 잘 몰라요. 같은 회사 소속이다 보니 워낙 잘 챙겨주세요. 저번에 한 번은 너무 힘들어서 전화를 드렸거든요. 그랬더니 '뭐가 그렇게 힘드냐. 너 자신한테 지고 있는데, 누굴 이기려 하느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아, 스스로 나약해져 있었구나' 싶었어요."

▲ 축구 팬들이 말하는 '오글거린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멘트 같다.

"아니에요(웃음). 자철이 형 보면 생각하는 게 남들과는 달라요. 어떤 분들께는 오글거리게 보일 수도 있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말이 나오니까 그거 잘 듣고선 '와, 자철이형 되게 멋있다'라고 해요. 꾸준히 먼저 연락주시고 늘 감사해요."



▲ 자철이 형에게 연락한 때라면 시즌 초반 뛰지 못 했던 때를 말하는 건가.

"독일 와서 제일 힘든 기간이었어요. 경기를 뛰려고 2부 리그로 팀을 옮겨 왔는데도 두 달 동안 전력에서 완전히 제외돼 있었거든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경기 뛸 몸도 아니었고요. 팀에 보탬이 될 수가 없었어요."

▲ 시간을 두고 적응하라는 감독의 배려는 아니었을까.

"사실 배려라기보다는 그냥 제외된 상황이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그래서 개인 운동을 참 많이 했어요. 팀 운동량이 부족하면 집에 와서 또 채워넣으려고 했고요. 통역 형이랑 6개월 동안 있으면서 운동도 많이 하고 그랬죠."

▲ 아무리 운동을 많이 해도 그 외 시간이 많이 남을 텐데.

"운동 안 할 때면 스마트폰도 만지고, TV도 보고요. Sky Sports를 달면 축구 중계를 온종일 해주거든요. 챔피언스리그도 보고, 한국 형들 있는 경기 중심으로 봐요. 특히 레버쿠젠요. 흥민이 형도 있고, 제가 돌아가서 뛰게 될 팀이기도 하니까요. 요즘은 어떤가 싶어 보죠."

▲ 경기 틀어놓고선 본인이 뛸 자리도 구상하면서 보나.

"슈미츠 감독님이 저를 윙어로 생각하고 계세요. 프리시즌 때 '가장 자신 있는 자리가 어디냐'고 하시더라고요. '가운데랑 사이드를 뛸 수 있어요'라고 답했는데요. 감독님이 생각하시기엔 윙어도 안쪽으로 들어와 플레이하다 보니 괜찮다고 보셨던 것 같아요. 결국 윙어로 프리시즌 뛰었어요."

▲ 지금까지 중앙이 가장 편하고 잘할 수 있는 포지션이라고 말해왔다.

"요즘 윙들은 대부분 빠르잖아요. 제가 갖고 있는 능력으로는 버겁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차라리 중앙에서 뛴다면 사이드로 나가고 가운데로 들어오면서 자유롭게 움직이면 되는데, 측면에서는 아래로 내려가 수비도 같이 해야 하고요. 체력도, 스피드도 쉽지 않았어요."

▲ 현재로선 키슬링 바로 아래 자리가 가장 탐나겠다.

"거기서 뛰는 게 가장 좋죠. 그런데 하칸(찰하노글루)이 지금 잘 뛰고 있고, 저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서요. 일단은 여기에서 발전하는 게 우선이에요."



▲ 한국 소식에 늘 목말라 있을 텐데.

"최근에 이광종 감독님 많이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진짜 저희와는 19세 때부터 함께 하셨던 감독님인데···. 2013년에 U-20 월드컵하면서 되게 기대 많이 했거든요. 올림픽까지 준비 잘해서 도움되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심각한 병이더라고요."

▲ 갑자기 눈이 그렁그렁하다. 이후 연락은 드려봤는지.

"아직 연락은 못 드려봤어요. 정말 아무 일 없으셔야 할 텐데···. 이번에 킹스컵 간 친구들에게 연락했더니 감독님께 꼭 우승컵 안겨드리고 싶어서 되게 열심히 했다고 하더라고요. 오늘 한국 들어간다고 들었는데, 저도 마음이 좋더라고요."

▲ 킹스컵 중 심상민이 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된 이야기는 들었나.

"맞았다는 소식 듣고 나서 바로 카톡했어요.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정신없었다'고만 하더라고요. (심상민 인터뷰 중 주위에서 '쫄았냐(위축되다는 뜻의 비속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하던데) 저는 그냥 '잘 참았다'고 했어요. 가서 싸우면 같이 퇴장이잖아요? 저도 레버쿠젠 때 박치기로 세 경기 징계 맞았는걸요."

▲ 당시 상황이 궁금하기는 했다. '박치기 사건'의 전말 들어볼 수 있을까.

"그 선수가 저한테만 두세 번씩 시비를 걸더라고요. 파울 당해서 넘어진 건데, 다이빙한다고 손가락질하고 '장난하냐'는 둥 독일어 욕을 했어요. 마침 키가 비슷해서 머리를 들이밀었어요. 키 큰 애였으면 가슴이라도 받았을 거예요. 그렇게 세게 친 것도 아닌데, 그쪽에서 오버한 것도 있었어요. 지금껏 축구 하면서 퇴장당한 건 그때가 처음일 거예요."

▲ 결국 징계 탓에 한국 팬들 앞에 설 기회도 놓쳤는데.

"연습 경기였거든요. 당연히 징계 같은 게 없을 줄 알았는데, 독일은 프리시즌에도 적용된다고 하더라고요. 박치기는 무조건 세 경기 징계라고 정해져 있었어요. 프로 선수로 한국에서 단 한 번도 못 뛰어봤기에 진짜 설렜는데, 결국 못 뛰었어요. 그냥 관광하러 간 거죠. 그때 많이 배웠어요."

▲ 벤치에 앉아있던 모습이 화면에 잡히자, 어색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흥민이 형이야 워낙 스타잖아요. 축구 팬분들께서 저는 모르실 수도 있는데, 그래도 한국인이라고 막 소리 질러 주시고 응원해주시니까 진짜 감사했죠. 옆에 있던 동료들은 또 저를 신기하게 쳐다보고요(웃음)."



▲ 중앙대서 뛸 때 봤던 선수를 1년여 만에 독일서 만났다. 개인적으로도 참 감회가 깊다.

"저도 항상 실감이 안 나요. '나는 진짜 행복한 사람이구나' 싶죠. K리그에도 저보다 잘하시는 분들 많으신데, 저는 운 좋게 기회를 잡았을 뿐이에요. 항상 생각하는 게 저는 중앙대에서 바로 빅클럽, 빅리그로 온 만큼 거품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언제든 터질 수 있는 풍선이에요."

▲ 국내에서의 관심은 지대하지 않나. 도르트문트 영입설로 화제가 되기도 했고.

"사실 한국에서는 제가 증명해 보인 게 없잖아요. U-20 월드컵 골이나, 레버쿠젠 이적, 브라운슈바이크 득점 소식만 듣고선 너무 높게 보시는 것 같기도 해요. 관심도 감사한데, 저는 아직 이것밖에 안 되고 좋은 선수도 아니거든요. 경기 뛰면서 배우고 싶어 2부리그로 와 있는 거고요."

▲ 급작스럽게 관심이 집중된 만큼 부진이 부풀려질 때도 잦을 텐데.

"그분들이 제가 살아온 인생을 전부 볼 수 없으니 그런 것(부진했을 때 비판하는 것)도 당연한 것 같아요. 팬분들 말씀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하나하나 신경 쓰기보다는 직접 증명해 보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요. 한국 나이로는 스물셋인데, 유망주라고 할 나이는 아니잖아요?"

▲ 내년이면 벌써 히우 올림픽이다. 이제 슬슬 예선전도 시작한다.

"간절하게 꿈꾸며 준비했던 것이 U-20 월드컵 무대에서 골로 연결됐어요. 세계 무대에 서면서 자신감도 생겼고요. 구단에서는 '올림픽 예선전 차출이 힘들 수도 있다'고 하던데,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제가 못 뽑힐 수도 있는 거고요. 또래 친구들이랑 하는 것 그 자체로도 정말 좋거든요. 잘 됐으면 좋겠어요."

▲ 냉정히 말해 올림픽 메달 획득이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떻게 내다 보나.

"친구들이랑 얘기 진짜 많이 해요. 안 다치고 준비 잘하자고요. 히우 올림픽이 저희 또래 마지막 연령별 대회니까 마무리 잘하자는 꿈이 있어요. 런던에서 형들이 해내는 걸 봤잖아요. (메달 획득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희가 또 개인보다는 '팀'으로 주목받아온 세대니까 힘 합쳐 하다 보면 좋은 결과 있지 않을까요?"

글=홍의택
사진=레버쿠젠, 브라운슈바이크,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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