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택의 제대로축구] 류승우 인터뷰① ''2부리그도 만만찮더라고요''
입력 : 2015.02.1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브라운슈바이크(독일)] 8일(현지시각)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아인트라흐트 슈타디온에서 치러진 브라운슈바이크와 카이저슬라우테른의 2014/2015 분데스리가2 20라운드. 선제 득점에 신난 원정 팬 일부가 홍염을 투척했고, 붉은 화염과 뿌연 연기가 운동장을 뒤덮었다. 장내 아나운서가 급히 주의 방송을 내보냈음에도 광란의 분위기는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인구 25만이 거주하는 브라운슈바이크는 시내 번화가를 제외하면 대체로 한적한 도시였다. 중앙역에서 트램으로 20여 분을 달려 아담한 홈구장 아인트라흐트 슈타디온에 다다랐다. 그 생김새는 성남 탄천종합운동장과 흡사했는데, 육상 트랙 옆으로 붙어 있는 경사 낮은 관중석이 경기를 관전하는 시야를 해칠 수 있었다. 일부 지점엔 철창까지 설치돼 팬들의 욕구를 제한했다.

그럼에도 후반기 개막전이었던 이번 경기에 22,775명의 관중이 몰렸다. 좌석 점유율 97.6%. 원정석 주변 드물게 보였던 공석 외엔 가득 들어찼다. 꽁꽁 얼어붙은 겨울바람이 쉼 없이 불어닥쳤으나, 승격권 싸움에 흥이 났다. 1, 2위에 승격 직행 티켓, 3위엔 분데스리가(1부리그) 16위와의 플레이오프 티켓이 주어지는 제도상, 4위 브라운슈바이크는 5위 카이저슬라우테른을 필히 밟고 가야 했다.





이날 류승우(21·브라운슈바이크)는 4-4-2 시스템의 투톱으로 선발 출격해 51분을 소화했다. 포지션상 적진 깊숙이 드나들었던 이 선수는 카이저슬라우테른 중앙 수비 팀 호이바흐보다 머리 하나는 작았다. 상대 왼쪽 측면 수비 크리스 뢰베 정도만 빼면 신장을 견줄 만한 이도 없었다. 눈대중으로 보기에도 필드에서 뛰는 22명 선수 중 가장 작은 축에 속했다.

성장기가 지나 부쩍 클 일은 없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한 몸 불리기도 190cm 언저리의 서양 선수들과 부딪치기엔 역부족이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류승우는 본인만의 방식으로 용케 버티고 있었다. 볼 받기 전 먼저 동작을 가져가고, 선점할 공간을 미리 체크해두는 부지런함으로 맞섰다. 상대를 등지며 엉키는 장면이 자주 나오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앞서', '빠르게' 플레이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더 인상 깊었던 것은 수비에 임하는 태도와 감각. 바투 달라붙어 수비 클리어링을 저지한 장면이 세 차례나 됐다. 이에는 적절한 수비 위치가 크게 작용했다. 삼각 대형을 형성한 상대의 정중앙에 떡하니 들어서 빠르게 접근할 조건을 마련했고, 볼이 측면으로 빠졌을 때에는 속도를 더욱 높여 압박의 완성도를 높였다. 전방 압박에 실패한 뒤에는 곧장 내려와 두 번째, 세 번째 수비 조직을 형성했다.

코너플래그 바로 앞까지 뛰쳐나간 뒤 중앙선 언저리로 복귀하던 성실함엔 '빨빨거리다'라는 표현이 적격이었다. 전반 33분 수비 상황에서는 옐로우카드까지 받았다. 머리를 감싸 쥐고 주심에게 격하게 항의할 때, 홈팬들도 판정에 대한 야유로 힘을 실어줬다. 순둥이 같은 외모와 말투에 가려있던 싸움닭 기질. 정통 공격수보다는 프리롤로 움직이던 류승우에게 수비 적극성은 엄청난 무기였다.



▲ 생각보다 뜨거웠던 홈 경기장 분위기에 놀랐다.

"저희 팀 홈 경기가 상당히 재밌어요. 분위기도 좋고요. 가끔 원정 경기 가면 관중석이 텅 빈 것도 보는데, 브라운슈바이크는 달라요. 그런데 원정 팬들이 우리 홈에 와서 그런 거(홍염) 하느라 경기가 지연돼서 짜증도 났죠(웃음)."

▲ 국내에서는 브라운슈바이크 중계를 접하기 어렵다. 경기 내용 간단히 짚어줄 수 있을까.

"상대의 전력이 크게 낫다고 보지는 않았는데, 여유있게 자신들만의 플레이를 했어요. 후반기 첫 경기라 팀 컨디션이 안 좋았고, 특히 공격이 잘 안 됐어요. 저희가 볼 점유율이 높은 팀이 아니라, 경기하는 데 어려웠어요. 상대가 준비를 잘했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 개인적인 몸 상태는 어땠나. 오랜만에 뛰는 실전에 숨이 안 터져 고생하지는 않았는지.

"개인적으로도 활발하게 플레이하지 못 해 아쉬워요. 휴식기 직전 경기를 너무 많이 몰아 뛰고 한국 갔거든요. 가서 푹 쉬고 오니까 근육량도 많이 준 듯해요. 전지 훈련하면서 몸을 많이 끌어올렸다고 생각했는데도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완벽하진 못 했어요."

▲ 그런 사람이 그렇게도 부지런히 쫓아다녔나. 퇴장 당하는 줄 알았다.

"두 번째 경고를 받으면 안 된다는 부담도 있었고,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도 했는데요. 저도 모르게 태클을 하고 있더라고요(웃음). 한 달 반만에 리그를 재개해서 힘든 줄도 모르고 뛰었는데, 감독님은 제가 별로였다고 보셨나봐요. 퇴장 당할까봐 우려도 하셨던 것 같고요."

▲ 대학에서 갓 프로로 진출한 선수들이 겪는 공통적인 어려움 중 하나가 수비 능력인데.

"대학과는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저도 처음에 엄청 고생했어요. 피지컬적으로 강한 것도 아니다 보니 더 힘들었어요. 다행히 지금 포지션이 원래 봐온 가운데라 기본적인 감은 있어요. 감독님들마다 갖고 계신 틀이란 게 있는데, 이제 팀 전술이 익어 부지런히 하고 있습니다."



▲ 유효한 공격이 많지는 않았다. 활동량에 비해 볼 잡는 빈도는 극히 낮았다.

"사전에 상대 팀 영상을 봤을 때, 감독님께서 '상대 수비라인이 공격수의 움직임에 따라 끌려나오는 경우가 많으니 뒷공간을 많이 파라'고 하셨어요. 잘된 부분이 있기는 했어도, 볼 잡기는 많이 어려웠어요."

▲ 상대 중앙 수비보다 한 뼘 이상 작았던 신체적 요소도 힘겹게 했을 텐데.

"최전방 공격수다 보니 아무래도 몸으로 싸울 떄가 굉장히 많아요. 압박이 워낙 강하게 들어오다 보니 팀 지원이 늦으면 때로는 버티기도 해야 하는데, 아직은 미스가 많아요. 스로인 할 때도 등지는 걸 시도해보지만, 많이 약하죠."

▲ 거친 프로리그에서 뛰며 피지컬을 보완하는 노하우도 생기지 않았을까.

"많은 활동량과 스피드요. 일단 독일 선수들이 몸이 워낙 좋고요. 신체적으로 강하다 보니 똑같이 힘으로 맞받아치기는 무리라고 봐요. 제가 아무리 몸을 키운다 하더라도요. 그보다는 남들보다 빠른 민첩성을 올려야 할 것 같아요."

▲ 말이 좋아 활동량이지, 이마저도 적정 수준을 넘으면 감당하기 어렵다.

"독일 오고 나서 6개월 동안 너무 못 뛰어서 괜찮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일주일에 한 경기를 뛰어도 후반 10분만 지나면 쥐가 나더라고요. 다행히 경기를 계속 뛰다 보니 체력적으로 올라오는 것 같고요. 아직까지 완성된 단계는 아니지만, 좋아지고 있습니다."

▲ 그래도 레버쿠젠에서 못 뛸 때보다는 한결 나아 보인다.

"레버쿠젠에 처음 들어갔을 때, 1부리그도 짧게 경험했고 2군 경기도 꽤 뛰어 봤어요. 그래서 처음 브라운슈바이크에 와서는 상대적으로 만만할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더라고요. 제가 아마추어에서 바로 올라와 더 심했고요. 일단은 굉장히 노력해 발전하는 게 우선이에요"


류승우는 이번 시즌 14경기(DFB 포칼컵 1경기 포함)에 나서 4골을 작렬했다. 시즌 초반 겪었던 부침을 극복하고, 현재 10경기 연속 출장(9경기 선발) 중이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글, 사진=홍의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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