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풋볼토크] 화려하지 않아도 울림 컸던 김재성의 작은 은퇴식
입력 : 2019.03.1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성진 기자= “해설하러 갔는데 울컥하고 말았네요.”

11일 오전 수화기 넘어 들리는 목소리에는 그날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게 전달됐다. 팬들이 준비한 은퇴식에 감동의 눈물을 흘렸던 김재성(36)이었다.

포항 스틸러스와 상주 상무의 경기에서는 최근 현역 생활을 마친 한 선수의 예고에 없던 은퇴식이 열렸다. 지난해까지 선수 생활을 한 뒤 올해부터 축구해설위원으로 변신한 김재성의 작은 은퇴식이었다.

김재성은 제주 유나이티드, 포항 스틸러스, 상주 상무, 전남 드래곤즈를 거친 그는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호주), 우돈 타니(태국) 등 해외팀에서도 선수 생활을 했다. 그리고 올 시즌 K리그 개막을 앞두고 여러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은퇴 및 해설위원으로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K리그 개막과 함께 해설위원으로 현장을 찾고 있는 그는 지난 10일 오랜만에 포항스틸야드에 섰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4년간의 프로 생활 중 절반 가까운 시간을 포항에서만 보냈다. 포항에서는 K리그, FA컵, 리그컵, AFC 챔피언스리그 등 할 수 있는 모든 우승을 하며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포항을 떠난 뒤 여러 팀을 거쳤지만 여전히 김재성하면 포항 시절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별명도 포항 영일만에서 따온 ‘영일만 지단’이었다.

이는 포항 팬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김재성이 이날 경기를 해설한다는 예고가 나오자 포항 팬들은 옷장 속에 보관하고 있던 김재성의 이름이 새겨진 포항 유니폼을 꺼냈다. 김재성을 향한 응원 메시지가 적힌 현수막도 펼쳤다.

그라운드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재성은 마음이 울컥했다. 게다가 포항 장영복 단장의 꽃다발 증정까지 이어지자 결국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은 그대로 전파를 타고 전국의 축구팬들에게 전해졌다. 김재성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방송사에서도 내가 포항에서 선수 생활을 했으니까 좋은 장면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팬들이 만들어준 은퇴식이 너무 고마웠다”고 전했다.



은퇴식은 선수에게 있어 인생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출발점이다. 그래서 각 팀은 은퇴하는 선수를 위해 성대한 은퇴식을 한다. 차두리의 경우 사전에 은퇴를 알렸기에 마지막 시즌 때는 상대팀 팬들에게도 매 경기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저마다의 사정으로 은퇴식이라는 하나의 문을 거치지 못한 채 선수 생활을 마치는 이들도 많다. 특히 해외에서 선수 생활을 마친 선수들의 경우에는 더욱 은퇴식이라는 행사를 하기 어렵다. 김재성도 해외에서 선수 생활을 마쳤기에 본인 스스로 은퇴식이라는 것을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팬들이 준비한 은퇴식은 김재성 본인에게나 이를 지켜본 많은 이들에게나 감동을 주기 충분했다.

김재성은 “포항 팬 한 분께서 올 때 손수건을 준비하고 오라는 메시지를 보내셨다. 처음 메시지 받았을 때는 어떤 상황인지 몰랐다”면서 “이렇게 나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고 나를 인정해주신 것 같아 감사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제 김재성은 해설위원으로 제2의 축구인생을 시작했다. 또한 해설위원을 하면서 지도자 준비도 병행할 계획이다. 4월에는 A라이선스 취득을 위한 교육도 받을 예정이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 같은 분에게서 배우고 싶다”는 김재성은 “내가 시청자에게 하는 표현이 미래에 가르칠 선수에게 하는 표현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며 해설위원 활동을 지도자라는 꿈이 되기 위한 과정으로 여겼다.

그리고 김재성은 따뜻한 봄날과 함께 그 꿈을 향해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디뎠다.

김재성은 11일 오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눈물 흘리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함께 글을 남겼다.

“눈물이 흘러 이별인 줄 알았어😥😢😭 정말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아서 못나 보이게 울었습니다. 눈물의 의미는 스틸야드에서 뛰었던 시간을 기억해 주시고 이후의 삶도 응원해 주시는 포항축구팬분들께 감동을 받아서였습니다. 앞으로도 포항을 응원하겠습니다.”



사진=포항 스틸러스, SPOTV, 김재성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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