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눈]벤투호 변화에 눈 감으면 아시안컵 우승도 없다
입력 : 2019.01.1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59년만에 아시안컵 우승 도전에 나선 있는 한국이 지난 16일 아랍에미리트(UAE)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최종전에서 손흥민(27.토트넘) 효과로 중국에 2-0 완승을 거두며, 조 1위로 16강에 진출 했다. 우승 시나리오 1차 관문을 무사히 통과한 한국은 22일 바레인과 8강 진출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하지만 조별리그 3경기를 통하여 한국은 이번 2019 아시안컵 강력한 우승 후보에 걸맞지 않은 답답한 경기력으로 실망감을 안겨줬다.

물론 중국전 완승으로 답답한 경기력에 대한 실망감은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우승을 위한 시나리오에 아직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를 통하여 경기당 평균 1.3골이라는 저조한 골 결정력을 보였다. 이는 우승 후보로서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골 결정력으로서 이의 원인은 답답한 경기력에 있다. 한국은 조별리그 1, 2차전 약체 필리핀과 키르키스스탄을 상대로 하여, 상대의 밀집수비 공략법을 찾지 못한 채 각 각 1-0으로 승리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여기에 기성용(30.뉴캐슬), 이재성(27.홀슈타인), 이용(33.전북 현대) 등 핵심선수들의 부상과, 경고누적 등으로 인한 악재로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경기로 우승 시나리오에 불안감을 안겨줬다. 급기야 이 같은 한국의 악재로 결국 조별리그 최종전 중국과의 대전에서 경기 출전을 놓고, '설왕설래'에도 불구하고 조 1위를 차지하기 위한 손흥민 카드를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까지 직면했다. 이는 곧 우승 후보로서 한국이 안정감을 잃고 조급함에 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대회에 출전하여 우승을 차지하기 위한 과정에서 순탄한 경기만으로 마무리할 수는 없다.

우승을 위해서는 분명 한 두 번의 고비와 위기가 찾아오게 마련이다. 이를 간과한다면 한국은 그 고비와 위기를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맞았다고 자위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자위가 앞으로 우승을 향한 전력 향상으로 이어져, 과연 한국이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상대에게 뻔히 읽히는 양쪽 풀백의 오버랩핑에 의한 잦은 공격가담과, '황의조(27.감바 오사카)에 의한 황의조를 위한' 전술, 전략에 초점을 맞춘 단순한 축구로 일관했다.

결국 이는 한국의 답답한 경기력으로 나타났고 득점면에서도 필드플레이에 의한 득점이 단 1골에 그치는 골 결정력 부족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한국은 아직까지 팀 조직력이 완성체를 이루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팀 조직력이 경쟁력의 우위를 점할 수 있을 만큼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전술과 전략도 만족스러운 경기 결과를 얻기 힘들어, 어느팀에게도 승리할 수 있고 또한 어느 팀에게도 패할 수 있는 불안한 팀으로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조별리그에서의 경기력과 득점력으로 봤을 때 한국은 바로 이런 유형의 팀에 가까웠다. 이에 우승을 위한 16강전부터의 또 다른 시나리오에 한국은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주장하는 볼 점유율에 의한 경기지배 축구철학은 현대축구의 트렌드다. 또한 빠른 패스와 공격 빌드업도 이에 포함된다. 하지만 한국이 조별리그 3경기를 통하여 보여준 볼 점유율에 의한 경기지배는, 팀 전술, 전략 보다는, 한 두 수 우위에 있었던 선수 능력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볼 점유율에 의한 경기지배 측면에 가까웠다.

이 같은 증거는 경기력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빠른 패스와 공격 빌드업이 전연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데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팀 조직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에게 읽히는 뻔한 전술, 전략으로는 어려운 경기를 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우승을 위한 시나리오에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이는 비록 중국도 팀 핵심 선수가 빠진 약체 팀이었지만 조별리그 3경기를 통하여, 김영권(29.광저우 헝다)을 주축으로 한 포백 수비 라인이 무실점 수비를 펼쳤다는 점이다. 이는 축구의 '수비가 우선이냐 공격이 우선이냐'의 화두에서, 수비가 우선이라는 사실에 비춰볼 때 매우 고무적이지 않을 수 없다.

한편으로 한국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손꼽히던 프리킥, 코너킥, 페널티킥 등, 세트피스에서 3득점을 뽑아내며 승리를 견인하는 결정적인 한 방으로 작용 세트피드 약점을 벗어났다는 사실이다. 이 또한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우승을 위해 결정적인 무기가 될 수 있어 한국에게는 시너지 효과가 아닐 수 없다. 그 중 김민재(23.전북 현대)의 헤더 2골은 또 하나의 공격 옵션으로 떠올라 단순한 공격전술, 전략에서 비롯된 답답한 경기력을 벗어날 수 있는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아울러 기성용, 부상과 이용의 경고누적 결장으로 선발에 합류한 황인범(23.대전시티즌)과 김문환(24.부산 아이파크)의 즉시 전력 자원 합류다.

황인범은 기성용의 부상으로 키르키스스탄전 부터 선발에 합류하여 중원에서 정우영(30.알 사드)과 조화를 이뤄, 확실한 역할 분담속에 많은 활동량에 의한 빠른 패스와 1선 침투 등으로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리틀 기성용'이 아닌 나홀로 팀 핵심 자원으로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한편으로 이용의 경고누적 결장으로 중국전에 깜짝 등장한 김문환은 공수에서 질높은 크로스와 탄탄한 수비 능력을 과시, 한국 포백 라인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우뚝 서며 우승 도전에 이용과 선의의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치게 됐다.

분명 한국은 우승 시나리오 1차 관문을 무사히 통과했지만 16강전부터의 승부에서, 조별리그에서 드러난 몇 가지 약점을 개선하여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는 바로 단순한 전술, 전략은 물론 한국의 득점을 책임지고 있는, 황의조의 고립에 대한 플랜B 전술, 전략 대비와 벤투(50.포르투갈) 감독의 용병술에 대한 지략이다. 한국이 우승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변화는 필수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벤투 감독의 용병술은 승부의 한 축이 될 수 있는 관건으로서 중국전 용병술에 의한 포지션 변경에 의한 실효성을 한번 곱씹어 볼 필요성이 있다.

또한 좌우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 활용법도 심사숙고 해 보지 않으면 안 된다. 기본적으로 좌우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의 주 역할은, 폭을 최대로 이용하는 플레이와 개인 돌파에 의한 크로스다. 그러나 벤투 감독의 축구철학은 이보다는 적극적인 풀백 공격가담 철학으로 양쪽 공격형 미드필더는, 그 역할이 퇴색되며 폭을 좁혀 중원 미드필더에 가까운 역할 소화로 팀 공격력 강화와 파괴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황의찬(23.함부르크) 활용에 대한 해법 찾기는 우승을 위한 또 하나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중국에게 완승을 거두며 반전에 성공하며 분위기는 물론 동기부여 역시도 우승 모드로 전환됐다. 그렇지만 평가전 무패 행진에서 나타난 경기력과는 상이했다. 이는 벤투 감독 축구철학이 아직까지는 실효성과는 괴리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평가전은 어디까지나 평가전일 뿐 실전과는 다르다. 상대팀이 오직 승리를 목적으로 두지 않는 상태에서는 평가전에서 팀은 강한 전방 압박 전략을 구사할 이유가 없다. 바로 한국과 평가전을 가졌던 팀들이 대부분 그와 같은 전략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하지만 아시안컵에서 약체 필리핀부터 중국까지 상대는 적극적인 전방 압박 전략을 구사했고, 한국은 이에 평가전과는 전연 다른 경기력으로 조별리그를 마쳤다. 이를 직시할 때 한국은 이제 16강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 시작의 꼭지점은 변화다. 만약 한국이 변하지 않고 조별리그에서와 같은 답답한 경기력과 저조한 골 결정력을 보여준다면, 한국은 자칫 정상탈환 길목에서 주저앉게 될지도 모른다. 진정 지금 현 시점에서 한국이 평가전 무패 행진만을 곱씹으며 단순한 전술, 전략만으로 아시안컵 우승을 노린다면 한국의 아시안컵 59년 만의 우승은 단지 꿈에 불과할 수 있고 아울러 자칫 이변의 희생양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따라서 벤투 감독은 축구철학, 스타일만을 논하기 이전에 실질적으로 실효성과 효율성이 증대된 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팀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곧 벤투 감독 자신의 축구철학을 인정받는 길이기도 하다.

김병윤(전 용인시축구센터 전임지도자)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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