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생각]벤투 감독 효과...한국축구 부흥 이룰 수 있을까
입력 : 2018.10.0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한국축구 130여년 역사에서 2002년한일FIFA월드컵 4강과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획득은 하나의 획을 긋는 큰 업적이다. 한국축구는 이로 인하여 세계축구 변방 이라는 꼬리표를 떼며 위상 확립은 물론 선수들의 해외진출도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는 한국축구와 선수들의 경쟁력 강화를 의미한다. 하지만 지도자들의 지도 능력은 아직까지 세계축구 선진국 지도자들과는 수준차가 있어, 대표팀 감독은 외국인이어야 한다는 등식이 성립되어 있다. 그렇다고 한국축구가 대표팀 지휘봉을 외국인 지도자에게 맡겨 아시아권 대회와, FIFA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및 본선 무대에 도전장을 던져 발전을 이룩하며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둔 것도 아니다.

오직 한국축구에게 돌아온 것은 외국인 지도자의 지도 능력 미흡에 의한 성적 부진으로 날선 비판과 비난뿐이었으며, 또한 외국 언론으로 부터도 한국축구 대표팀 감독은 '독이 든 성배'라는 조롱을 받아왔다. 결국 이와 같은 결과는 선수 해외 진출에도 걸림돌로 작용하여 현재 선수들의 해외진출은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보다 크게 떨어져 있으며, 그 분포도도 유럽 국가 보다는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 국가에 머물러 있다. 이와 같은 한국축구 현실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이지는 않더라도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한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세계축구는 2018 러시아 FIFA월드컵에서 나타났듯 세계축구 주류를 이루던 '점유율 축구'가 몰락하며, 빠른 공수 전환이 주류를 이루는 흐름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에 한국축구가 이 같은 흐름에 언제까지 대표팀 지휘봉을 외국인 지도자에게만 맡길 수는 없다. 이 점에 일본 축구는 2018 러시아FIFA을 불과 2달여 앞두고 바히드 할릴호지치(66·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감독을 자국 감독으로 전격적으로 교체하며 16강을 달성했다. 일본 축구의 이와 같은 과감한 결단은 장기적인 차원의 자국 지도자 양성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축구 변방인 아시아권 국가의 대표팀 외국인 지도자는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9회 연속 FIFA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성과를 일구며 세계축구에 위상이 높아진 한국축구 현실로서는, 일본축구의 대표팀 자국감독 선임은 '타산지석(他山之石)'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새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파울루 벤투(49) 감독에 대한 책임은 막중하며 기대감 또한 크다. 벤투 감독은 2022년 카타르 FIFA월드컵까지 대표팀을 지휘봉을 잡게 됐다. 사실 벤투 감독은 부임 전 지도 이력에 대한 부정적인 면이 없지 않았다. 그렇지만 부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분명한 축구철학과 함께 비전을 제시하며 한국축구 발전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 같은 벤투 감독의 적극성은 불과 1주일여 만에 전술 주기화 이론을 기초로 한 전문적이고 분업화 한 훈련실시 후 가진, 코스타리카(2-0), 칠레(0-0)와의 평가전에서 확실한 색깔의 축구로 1승 1무의 성과를 거두며 일단 성공적인 출발을 보였다.

벤투 감독의 이 같은 성과는 한국축구에서는 일찍이 찾아볼 수 없었던 점으로 한국축구 철학과 부합한다는 측면과 함께 대표팀 인기는 그야말로 아이돌 가수급으로 치솟아 있다. 벤투 감독의 출발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있다. 자신의 축구 철학을 공유하기 위한 연령별 각급 대표팀 지도자들과 공유를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는 점 또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이는 그동안 단지 '대표팀에 의한 대표팀을 위한' 대표팀 감독의 단순한 행보를 뛰어넘는 열린 마인드로서 제2기 선수 선발건의 분명한 가이드 라인과 미선발 선수에 대한 이유와 원인에 대해서도 자신의 신념을 밝히며, 대표팀의 확실한 목표 추구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줬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물론 대표팀 감독 한명이 바뀌었다고 해서 단 시간내에 한국축구 발전이 이루어 질 수는 없이 없다, 그렇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의 일련의 행보와 전하는 메시지는 긍정적이며 기대감을 갖기에 부족함이 없다. 굳이 논하지 않더라도 한국축구에게 주어진 과제는 지도자 양성과 선수 육성에 의한 유망주 해외 진출이다. 따라서 이 같은 과제를 벤투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상태에서 대표팀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지도자들과의 철학 공유를 실천하며 얼마만큼 한국축구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축구는 국기 스포츠라는 자부심과 함께 긍지를 가지고 있다.

이런 한국축구가 2002년 한일 FIFA월드컵 이후 다시한번 국민과 축구팬들로 부터 국기 스포츠에 부끄럽지 않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에 한국축구는 이번 벤투 감독 선임을 계기로 그동안 외국인 지도자 선임 실패에 의한 대표팀 성적부진으로 축구문화가 쇠락하는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벤투 감독 뿐만 아니라 대한축구협회(KFA) 역시도 축구 발전을 위한 더욱 높은 사명감이 요구된다. 특히 대한축구협회는 필요하다면 현재 대한축구협회에 국한되어 있는 전임지도자 제도(권역별 포함)를 각 시.도축구협회로 확대 실시하여 '골든 에이지'와 같은 훈련을 대체시키며 이에 따른 각 시.도대항 대회를 개최하는 가운데 전임지도자의 해외 연수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

이는 곧 한국축구 발전을 책임지고 있는 유소년, 중, 고등학교 선수들의 영재 발굴과 우수선수 육성에 의한 해외진출 그리고 체계적이며 효율적인 선수 관리는 물론 세계축구에 경쟁력을 갖춘 지도자 양성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며, 한편으로 대표팀 감독의 전술적 면을 포함한 축구철학을 보다 쉽게 공유하여 한국축구 발전을 꾀할 수 할 있는 포괄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대표팀 성적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특수성이 있다. 따라서 결과를 예단하기 힘들다. 그동안 대표팀 성적과 축구발전은 비례한다는 주장과 이에 부정적인 의견이 팽팽히 맞서 왔다. 한국축구의 현실적인 면을 볼 때 이 같은 양측 주장은 모두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한국축구는 아직까지 축구선진국에 비하여 축구행정, 제도, 시스템, 인프라, 활성화 등에서 뒤떨어져 있다. 이런 상태에서 대표팀 성적에 따라서 아마추어와 프로축구의 희비는 엇갈릴 수 밖에 없다. 지도자와 선수에게 도전정신, 목표의식, 동기부여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희망은 없다. 현재의 대표팀에 의한 전례없는 한국축구 인기몰이는 분명 대표팀 국제 경쟁력 강화와 함께 지도자 양성 및 선수의 해외 진출을 위한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만약 한국축구가 이런 황금같은 기회를 믿음과 인내심을 가지고 잡지 못한다면 한국축구 부흥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김병윤(전 용인시축구센터 전임지도자)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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