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생각]역전 한일축구, 누구의 책임인가
입력 : 2018.07.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일본은 지난 6월28일 2018 러시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H조 조별리그 마지막 3차전 폴란드(0-1패)와의 대전에서, 16강 진출을 위한 '페어플레이 점수'를 염두에 두고 경기 막판 약 10분간 공을 돌리는 경기 운영으로, 16강에 진출할 때 까지만 하더라도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하지만 일본은 불과 5일 만에 16강 전에서 만난 FIFA 랭킹 3위 벨기에를 상대로 하여 비록 2-3으로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지만, 벨기에 보다 경기력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선전을 펼쳐 국제적 망신 극복은 물론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일본축구에 대한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일본 축구의 선전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 밑바탕에는 일본축구의 기본에 충실 하는 선수 육성에 의한 패스축구 즉 '스시타카'가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그 근본에는 한국축구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으니 실로 아이러니 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일본축구 최대 목표는 '한국축구 타도'였다. 일본 축구는 이와 같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1980년 초부터 축구강국 브라질에 어린 유소년 선수들의 유학을 적극적으로 추진 일본축구 발전의 자양분으로 삼았다. 그 결과 일본축구는 발전의 동력속에 1990년대 중반부터 한국축구와 대등 및 우위에 서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에 1세대는 바로 현재까지도 현역 선수 생활을 이어가며, 이번 러시아 월드컵 출전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미우라 가즈요시(51.요코하마FC)다. 일본축구는 이 같은 장기적인 프로젝트의 선수육성과 제도, 정책, 행정, 시스템 등등의 치밀한 계획으로 발전을 거듭하여 비록 벨기에에 덜미를 잡히며 더 큰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패배에 결코 부끄럽지 않은 최고의 경기력으로 러시아 월드컵을 마감했다.

일본은 이번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대회 개막 두달 전 팀을 이끌던 바히드 할릴호지치(66.유고슬라비아) 감독을 해임하고, 국가대표팀 기술위원장이었던 니시노 아키라(63)를 감독으로 선임 논란에 휩싸이며 러시아 월드컵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여기에 일본축구의 감독 교체에 대한 의도는 분명했다. 그것은 그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바로 일본식 축구특유의 '스시타카'로 러시아 월드컵에 도전장을 던지겠다는 목표였다.

여기에서 신임 니시노 아키라 감독은 지휘봉을 잡고 이의 구현을 위해 자국 국민들조차 부정적이었던, 노장 선수들을 대거 선발 일본 축구는 '아저씨 저팬'이라는 조롱을 받으며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일본축구는 조별리그 1차전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를 상대로 하여 승리(2-1)를 거두며, 일본축구 역사상 월드컵 무대에서 남미팀을 상대로 첫 승리라는 역사를 쓰는 반전을 일궈냈다.

이제 일본축구는 세계축구의 변방이 아닌 강호들과 자웅을 겨뤄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해 있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축구 '타도'를 기치로 내세워 이를 발판으로 급기야 세계축구에 그 존재감을 확실히 아로새긴 일본축구. 반면 발전과는 거리가 먼 채 정체의 늪에 빠져 매번 월드컵 등과 같은 국제 메이저 대회에서 뜬 구름 잡기식 목표만을 쫓고 있는 한국축구. 분명 현 시점에서는 한국축구와 일본축구 상황은 역전됐고, 이제는 오히려 한국축구가 '일본축구 타도'라는 원치 않는 목표 실현에 매달려야 하는 서글픈 현실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서 한국축구는 일본축구 발전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문화에 대하여서도 눈여겨 볼 필요성이 있다. 그것은 선수들의 성숙한 의식이다. 일본은 벨기에에게 통한의 패배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후 자신들의 벤치는 물론 라커룸까지 모두 깨끗하게 청소하고 경기장을 떠나는 성숙한 의식을 보여줘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심지어 그들은 러시아어로 "감사합니다"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라는 메모를 남기기까지 했다. 이는 세계의 모든 팀과 선수들에게 좋은 본보기다.

일본축구의 이런 행동은 처음이 아니다. 한국을 찾아왔던 많은 팀과 선수들에게서도 이 같은 면은 이미 나타나 있었다. 그럼에도 한국축구는 이를 단지 인상 깊은 모습으로 치부하는데 그쳤다. 일본축구의 이 같은 성숙된 축구문화를 한국축구는 깨우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과거와 같이 무조건적인 일본축구에 대한 필승 의식은 이제 낡은 구시대적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축구가 내세우는 정신력에 의한 투지와 체력만으로는 더 이상 일본축구를 희생양으로 전락시키기에는 지금 일본축구는 한국축구보다 가진 것이 많다. 내일도 축구는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한.일전 축구대결 또한 축구가 존재하는 한 영원불변하다. 현재 일본축구는 패스를 바탕으로 한 '스시타카'라는 특색 있는 색깔 축구 결정체가 생성되어 있다. 이에 한국축구도 투지와 체력을 앞세운 축구를 강조하기 보다는 완벽한 기술을 갖춘 기술 축구에 의한 특색있는 축구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선진 선수육성과 제도, 정책, 행정, 시스템과 함께, 선수들의 성숙한 의식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만 한국축구가 발전을 꾀하여 4년 마다 월드컵만 바라보며 성적에 '일희일비'하던 악순환의 고리도 끊을 수 있게 된다. 사실 한국축구는 그동안 월드컵 성적지상주의 추구로 발전이 정체된 채 더 이상 희망을 갖기 힘든 상황에 처해있다. 이에대한 원인으로 제도, 정책, 행정, 시스템의 난맥상이 손꼽힌다. 그럼에도 이의 주체인 대한축구협회(KFA)는 이런 문제 의식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축구인과 축구팬들의 불만에 목소리는 높다. 이에 대한축구협회는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지도자나 행정가를 선임하는 식으로 대응 본질을 비켜갔다. 이는 결코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법이 될 수 없고, 이로 인한 축구인과 축구팬들의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비판은 오히려 더욱 거세지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대한축구협회는 이 시점에서 한국축구 발전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점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돌아보고 이를 인식하고 공감하는 가운데 인식을 바꾸고 비판에 공감하지 않으면, 진정 대한축구협회가 한국축구 발전읋 위하여 내놓는 대책은 공허한 메아리로 남을 수밖에 없다. 지금 일본축구는 뛰고 있는데 한국축구는 여전히 걷고 있다. 따라서 한국축구 발전을 위한 개혁은 필연이고 그 개혁의 중심에는 바로 대한축구협회가 있다. 진정 대한축구협회의 생각과 발상의 전환에 의한 변화가 뒤따르지 않으면 한국축구의 발전은 요원하다.

김병윤(전 용인시축구센터 전임지도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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