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택의 비즈니스풋볼] 축구협회, 책임이 쇄신이다
입력 : 2018.07.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리나라의 축구가 실패했다고 국민 모두가 외치고 있는데 정작 실패를 주도했던 사람들은 말이 없다. 그런 팬들의 외침이 지쳐서 잦아들기를 기다리는 것인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서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책임을 지겠다는 건지 우리는 못 물러나니 마음대로 해보라는 건지도 확실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런 와중에 김판곤 국가대표감독 선임위원장이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을 찾기 위해 해외에 머물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의 주머니에는 차기 감독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이 적힌 메모지와 감독 후보 명단 그리고 감당할 수 있는 연봉이 적힌 쪽지가 들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게 옳은 순서인가 하는 회의도 머릿속에 있을 것이다.

순서가 잘못 되었다. 전임 감독선임에 관여했고 그 결과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또 다시 차기 감독을 선임하는 자리에 남아있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국민의 세금으로 움직이는 조직이라면 마땅히 국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새로운 협회 구성원이 차기 감독을 선임하는 게 옳은 순서다. 감독선임이 분초를 다투는 그리 급한 일인가.

우선 협회는 국민에게 이번 월드컵에 대해 책임지겠다고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 그런 후 책임의 최 일선에 있는 감독과의 계약을 파기해야 했다.(물론 그 전에 감독이 먼저 물러나겠다고 하는 게 순서겠다.) 그 일이 마무리되면 협회 안의 책임 있는 사람들이 물러났어야 하며, 그런 연후에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하고 감독을 물색하는 것이 순리다. 그런 정도의 순서도 모르고 일을 하고 있다면 이게 무슨 한 나라의 축구협회란 말인가. 축구협회는 책임은 없고 권한만 있어 보인다.

여러 번의 기자회견을 통해 반성할 줄 모르고 책임질 줄 모르는 축구협회라는 것을 확인 못한 바는 아니지만 문제는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 한 우리 축구의 미래도 불신의 덫에 치어버린다는 것이다. 잘못을 인정 안 하는 걸 보면 책임질 일도 없다는 말이다. 실망한 나머지 국민과 팬이 등을 돌리고 축구에 무관심해진다면 축구의 몰락은 불을 보듯 빤한데 협회만 이를 모른 체하고 있다.

우선은 협회가 먼저 나서서 신뢰회복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그 일은 말할 것도 없이 책임지는 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책임지는 일이란 책임자가 물러남을 의미한다. 이것은 일의 순서이기도 하지만 국민과 팬이 원하는 축구협회 쇄신 수준의 절대 요구다. 그런 순서 생략하고 가는 걸 보면 물러나지 않고 끝까지 해보겠다는 표시로 읽힌다. 책임질 줄 모르는 협회라니!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최호택(S&P 대표)
사진=스포탈코리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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