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풋볼토크] 신태용 감독은 왜 꽃길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나
입력 : 2018.07.0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성진 기자= 대한축구협회가 새로운 A대표팀 감독 선임에 나섰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지난 수 개월 동안 준비한 한국 축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철학을 정립하면서 새로운 감독의 기준도 마련했다.

김판곤 위원장이 세운 능동적인 축구를 하겠다는 철학과 최소한 월드컵 예선을 통과하거나 리그 우승 등의 경험이 있는 감독 선임 기준은 공감한다. 그런데 김판곤 위원장과 선임위는 신태용 감독에 대한 평가와 함께 자신들이 마련한 감독 후보들과의 경쟁을 공언했다.

신태용 감독에 대한 평가는 이루어져야 한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경질 후 최종예선 2경기를 남겨 놓고 지휘봉을 잡았고, 실질적으로 자신이 생각한 축구는 지난해 10월 이후부터 가능했다. 6월까지 8개월 가량의 시간 동안 어떤 지도자라도 자신의 축구 철학을 마음껏 펼치기는 어렵다. 강팀들을 상대하는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 점을 고려할 때 김판곤 위원장이 신태용 감독을 차기 감독 후보 경쟁에 포함시킨 것도 이해할 수 있다.



▲ 한계 드러낸 신태용 축구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분명 한계를 드러냈다. 그가 2016 리우 올림픽 8강, 2017 U-20 월드컵 16강에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독일을 꺾는 결과를 냈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오판으로 무너졌다.

올림픽에서는 8강 상대였던 온두라스의 역습을 뻔히 알고도 공격에 무게를 두다 역습 한 방에 실점하며 패했다. U-20 월드컵에서는 체력 관리에 실패하며 16강에서 탈락했다. 그리고 월드컵에서는 선수단의 피로누적을 자초하는 선수단 운영 실패를 보였다. 스웨덴전의 수비적인 전략과 선수 기용도 문제로 지적됐다.

국제대회에서의 결과는 차치하더라도 김판곤 위원장이 세운 축구협회의 철학이 과연 신태용 감독이 그간 보여준 축구와 부합하는지 봐야 한다. 월드컵에서는 상대의 전력이 강하기 때문에 수세적인 경기를 해야 한다. 하지만 수세적이더라도 능동적인 축구를 할 수 있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볼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다.

그러나 스웨덴전에서는 자기 진영에서 지키기 급급한 축구를 했다. 이전의 평가전도 마찬가지다. 전력 감추기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 박수 받으며 퇴장할 기회 놓쳤다
신태용 감독은 독일전 승리로 유종의 미를 거두고 돌아왔다. 대표팀이 귀국한 뒤 곧바로 화제가 된 것은 신태용 감독의 유임 여부였다. 유임 여론도 있었지만 신태용 감독이 먼저 용퇴를 밝히는 것이 옳았다.

8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16강을 달성한 뒤 여론은 허정무 감독의 유임이었다. 그러나 허정무 감독은 며칠의 숙고 시간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통해 용퇴를 밝혔다.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는 것이다. 모두가 허정무 감독의 결정을 존중했고, 그는 박수를 받으며 대표팀을 떠났다.

이번 월드컵에서 일본을 16강에 올려놓은 니시노 아키라 감독도 마찬가지다. 전임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이 5월에 경질된 뒤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짧은 시간 동안 일본 선수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월드컵에서 발휘하도록 했다. 그 결과는 조별리그 1승 1무 1패 그리고 16강 진출이었다. 니시노 감독은 귀국 후 당초 계약대로 2개월 임기만 한 뒤 지휘봉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페르난도 이에로 감독도 모든 책임을 자신이 갖고 물러났다. 그는 대회 개막을 앞두고 스페인 지휘봉을 잡았다. 데뷔전이 월드컵 조별리그였다. 16강이라는 스페인의 이름에 걸맞지 않은 성적으로 월드컵을 마쳤지만 누구도 그를 탓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에로 감독은 모든 짐을 자신이 안았다.

신태용 감독도 이러한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그는 지난해 8월 취임 초부터 온갖 비판과 비난에 시달렸다. 하지만 독일전 승리로 부정적인 목소리를 바꿨다. 그리고 유임을 원하더라도 책임을 갖고 물러나겠다고 말했다면 아름다운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었다. 취임 초부터 가시밭길을 가던 그였지만 마지막은 꽃길을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신태용 감독은 침묵하고 있다. 지금 분위기는 선임위가 자신에게 내릴 평가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차라리 평가를 내리기 전 물러나겠다고 밝힌다면 선임위의 감독 선임 작업도 한층 빨라질 수 있다.

김판곤 위원장은 월드컵 기간 동안 대표팀과 함께 움직였다. 그는 함께 하면서 선수들과 대화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었다. 김판곤 위원장은 “정말 선수들이 배고파하고 있다. 동기부여를 느꼈다. 강력한 대표팀이 구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겠는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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