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눈]한국의 16강 염원은 하늘에 닿지 않았다
입력 : 2018.06.2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기적이 일어났다. 그 기적은 축구에서 통상적으로 1%의 가능성 밖에 없다고 인식되고 있지만, 한국이 그와 같은 기적을 만들어낸 주인공이고 그 기적을 만들어 내기까지 너무나 드라마틱했고 극적이었기에 감동과 감흥은 크고 진하다. 한국의 기적에 희생양이 된 팀은 다름 아닌 FIFA랭킹 1위, 디펜딩 챔피언 독일이었다. 경기종료 추가시간인 후반 48분 김영권(28.광저우 에버그란데)의 선취골, 51분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추가골 이 두 방으로 독일을 집으로 돌려보낸 한국은 한국축구사는 물론 세계 축구사에 대사건의 역사를 썼다.

하지만 안타깝게 16강 진출이라는 염원은 하늘에 닿지 않았다. 2018 러시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조별리그(F조) 3차전 마지막 경기 한국 대 독일전은 한 마디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한국은 기술, 전술, 체력 정신력, 피지컬, 힘 등 그 어느 것 하나 독일에 비해 열세여서 경기 전 승리에 대한 가능성 보다는 참패의 우려가 없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런 우려와는 달리 한국은 독일을 2-0으로 꺾는 기적을 만들어 냈다. 그 기적을 만들어 낸 원동력은 바로 선수들이 기죽지 않고 기동력을 앞세운 경기를 했다는데 있다. 여기에 독일 요함임 뢰브(58) 감독의 소극적인 전략도 한국이 기적의 경기로 마무리 짓는데 한몫했다. 독일은 한국을 상대로 하여 멕시코, 스웨덴과의 16강 진출 다툼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적극적인 공격축구를 구사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경기 시작부터 공격 빌드업의 속도 보다는 실리를 우선하는 안정된 플레이로 경기를 운영했다.

또한 중원과 수비에서의 압박 구사도 특별한 강점을 찾아볼 수 없는 전략이었다. 반면 한국은 최전방 손흥민 부터 압박을 가하는 작전으로 경기에 임하며 양쪽 측면 문선민(26.인천 유나이티드)과, 이재성(26.전북 현대) 또한, 엄청난 기동력으로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 독일의 윙백 조슈아 키미히 (23.바이에른 뮌헨) 측면 공격을 차단하는데 중점을 둬 독일과는 대조를 이뤘다. 한국의 이와 같은 작전은 중원과 수비에서의 수적 우위를 확보하는데도 효과를 가져와, 독일 공격은 한국에게 특별히 위협적인 장면을 보여주지 못했다.

독일 전에 신태용(48) 감독이 꺼내든 수비전술 카드는 이용(32.전북 현대), 윤영선(30.성남 FC), 김영권, 홍철(28.상주 상무) 포백 카드로 윤영선과 홍철 선발은 의외였고 여기에 기성용(29.스완지 시티)이 부상으로 결장한 수비형 미드필드 포지션에 장현수(28.FC 도쿄)를 기용한 것은 변칙이었다. 그렇지만 윤영선과 홍철은 월드컵 데뷔 무대라는 동기부여로 자신들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소금 같은 수비력을 과시했고 장현수는 그동안의 비난을 벗어나려는 강한 의지로 독일 공격 첨병 티모 베르너(22.RB 라이프치히)를 꽁꽁 묶으며, 상황에 따라서 공격 플레이에도 적극적으로 가담 갈 길 바쁜 독일 수비진에 긴장감을 안겨줬다.

독일은 티모 베르너의 공격력이 약화되자 새도우 스트라이커 메수트 외질(30.아스날)과 측면 공격수 마르코 로이스(29.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이를 대신했지만, 한국은 독일의 문전 앞 마무리 플레이와 슈팅을 김영권이 순간마다 맥을 끊는 최상의 수비로 위기를 넘겼고, 또한 골키퍼 조현우(27.대구 FC)의 슈퍼 세이브가 이어져 독일 공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결국 한국의 이와 같은 무실점 선전은 시간이 흐르면서 독일 선수들에게 초조함을 안겨줬고 한국은 점유율에 의한 경기 지배에서 절대적 열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도 날카로운 역습을 전개하며 손흥민이 호시탐탐(虎視眈眈) 독일 골문을 노려 오히려 선취골의 주인공은 독일이 아닌 한국이 될 가능성의 경기 분위기로 이끌었다.

결국 이 같은 경기 분위기는 독일과 16강 진출을 위한 다툼을 벌이는 스웨덴이 멕시코에 리드 상황으로 바뀌면서 독일의 조급함은 가중됐고, 이로 인하여 플레이가 산만해지며 슈팅도 세계 최고의 공격수 들이 시도하는 슈팅답지 않게 골과는 멀었다. 하지만 한국은 패배해도 잃을 것이 없다는 점에 선수들의 침착성은 물론 강한 의지 또한 잃지 않는 가운데 집중력 있는 플레이로 독일을 공략, 급기야 코너킥 상황에서 독일의 수비수 발을 맞고 흐른 공을 골문 앞에서 김영권이 왼발로 마무리 독일을 상대로 그야말로 믿기 힘든 천금 같은 선취골을 만들어 냈다.

한국의 기적 연출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선취골 허용으로 조별리그 탈락이 확실 시 된 독일은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32.바이에른 뮌헨)까지 공격에 참여시키는 요하임 뢰브 감독의 초강수 작전을 허를 찔러 손흥민이 무인지경의 독일진영을 유린 텅 빈 골문에 러시아 월드컵 2번째 골인 추가골을 터뜨려 독일을 완전히 잠재우며 한국에게는 기적을 독일에게는 치욕을 세계 축구사에는 대 사건의 역사를 쓰는 90분 경기를 2018년 6월 27일 러시아의 카잔 아레나경기장에서 펼쳐 보였다

한국은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목표로 했던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세계축구 최고의 독일을 격침시킴과, 동시에 조별리그 꼴찌 탈락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선물을 안겨주며 종합전적 1승2패로 대회를 마감했다. 그동안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바람 잘 날 없었던 대표팀이다. 하지만 가해졌던 온갖 비난도 독일 전 승리로 보상받기에 충분하다. 이제 한국축구에 러시아 월드컵은 없다. 지도자와 선수 모두 느끼고 터득한 점이 많았을 월드컵이다.

한국축구도 러시아 월드컵을 계기로 발전을 위한 동력이 무엇인지 깨달았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를 잊고 오직 독일 전 승리에만 취하여 만족한 채 자만과 오만으로 일관한다면 자신과 한국축구 발전은 결코 이루어 질 수 없다. 각설하고 한국 전 패배로 요하임 뢰브 감독의 운명도 결정지어질 것은 분명하다. 한편으로 그동안 대표팀에 대하여 온갖 괴변과 혹평을 쏟아낸 ‘갓틸리케’는 중국 프로축구에서 과연 안녕할까

김병윤(전 용인시축구센터 전임지도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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