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택의 비즈니스 풋볼]장현수 선수에게
입력 : 2018.06.2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장현수 선수에게,

장현수 선수 요즈음 마음고생이 심하시죠? 우리 국민 특히 축구를 좋아하는 국민은 장현수 선수의 실수를 이번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치명적인 것으로 보고 분노하고 있기까지 합니다. 만약 그런 두 번의 치명적(?) 실수가 없었더라면 16강에 들 가능성이 있었고, 설사 그렇지 못했다 하더라도 국민에게 이처럼 큰 실망은 안겨주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겁니다. 한 마디로 ‘대표선수쯤 된 선수가 어떻게 그런 실수를……’ 하고 경악하고 있지요.

어쩌다 그런 실수를 한 것입니까? 우리는 모두 11명의 대표선수들이 출중한 기량을 갖추고 있어서 축구에 관한 한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누구나 알 수 있는 그런 실수는 하지 않을 것이라 여겼고,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만 골라 뽑았을 것이라고 여겼지요. 그런 실수는 상상해 보지도 않던 터라 만약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조차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당혹스럽고, 실망스럽고, 누군가가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그 중심에 장현수 선수가 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공격수가 아무도 없는 빈 골문으로 공을 차 넣지 못하고 밖으로 찼다거나, 수비수가 골문 앞에서 공을 손으로 낚아챘다거나, 화가 난 끝에 상대선수를 때렸다거나 하는 그런 초보적이고 감정적이며 의도된 실수를 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일천한 경험으로 너무 큰 무대에 오르다보니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던 실수가 자신도 모르게 나왔을 겁니다. 그러니 본인도 침착하지 못했고, 상황을 냉정하게 장악하지 못했으며, 그 결과 팀에 패배를 안겼다는 사실에 대해 누구보다도 마음 아파할 것입니다. 정말 우리도 왜 그랬을까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앞섭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 실수라는 것은 경쟁하는 경기에서는 늘 있는 일이라서 그런 다중의 힐난은 당연히 따라오지요. 장수도 전쟁에서 패할 적이 있고 그 결과 나라를 적에게 내주기까지 합니다. 그 사람들이 축구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 늦은 시간에 그 경기를 보았을 리 만무고 오죽 안타까웠으면 이리도 장현수 선수를 원망하겠습니까? 장수가 항복을 마다하고 싸웠지만 패배한 것은 애국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전략이나 전술이나 화력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장현수 선수의 실수는 비난받아 마땅한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 일이 누구 한 사람의 잘못이라고 하기에 우리나라의 축구는 허술하기 짝이 없고, 세계 축구의 벽은 너무 높습니다.

사실 우리는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우선 목전에 닥쳤으니 축구의 기본이나 근본은 제대로 갖춰졌는지는 돌아볼 시간도 없었지만, 우리의 준비과정이 올바른 것인지, 지도자나 협회는 잘 하고 있는 것인지, 선수 선발을 잘 된 것인지 등에 관해 의견이 분분했지요. 일단 시간도 없고 따질 게제도 아니라고 보고 그냥 넘어갔던 것을 장현수 선수도 잘 아실 겁니다. 누구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축구계 전체가 커다란 실수를 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이제 와서 감독이 어떠니, 어떤 선수가 어떠니 하고 말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어서 축구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번 일이 우리 축구발전에 던져진 큰 화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장현수 선수, 너무 마음 쓰지 마시기 바랍니다. 오늘 세계적인 선수들과 겨루고 세계적인 축구강국과 겨뤄 본 것이 훗날 인생에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실수했다고, 떳떳할 것은 없지만, 매사 비난의 대상이 되고 그 일이 앞날에 걸림돌이 된다면 안 될 일이지요. 딛고 일어서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축구라는 경기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하는 스포츠 정신이고 스포츠인의 삶의 모습입니다. 지금까지 장현수 선수에게 쏟아졌던 비난은 안타까움과 축구사랑의 또 다른 애정 표시일 뿐입니다. 또 다시 기회가 된다면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내 독일 전에 최선을 다하기 바랍니다.
장현수 선수 사랑합니다.


최호택(S&P 대표)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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