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택의 비즈니스 풋볼]한국 축구 이러다 지레 지친다
입력 : 2018.06.2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러시아 월드컵이 시작될 때부터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트릭이니 뭐니 하면서 마치 우리만 아는 고도의 전술인 양,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 트릭이 통하기만 하면 스웨덴은 물론이고 16강은 식은 죽 먹기로 알았다.

안 될 말이었다. 열한 명이 하는 축구에서 트릭이란 하나의 전술일 뿐이며 그런 정도라면 가히 세계적 명장들이 모이는 월드컵 마당에서 통할 리가 없다. 그들이라고 아무 생각 없이 우리와 경기를 할 까닭이 있겠는가. 우리 팀 감독을 격하해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누가 보아도 그런 정도의 트릭은 삼장법사 손바닥 안이었다.

스포츠에서 트릭은 안 된다. 물론 트릭이란 말이 전술전략의 재미있는 표현쯤이라는 걸 알지만 그런 전술전략이라면 이미 선진국 축구에서 써보지 않은 것이 없고 우리는 뒤쫓을 뿐이다. 그들의 트릭이 우리의 그것보다 한 수 위인 것만이 틀림없다. 언제나 월드컵이고 올림픽이고 시작만 되면 어디와는 비기고, 어디와는 이기고, 어디와는 어떻고 하면서 승패를 나누어 놓는다. 그대로 된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설사 그대로 되었다고 한들 신통할 것도 없다. 우리가 최선을 다한 결과일 뿐이다.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다고만 말할 것도 못 되지만 진다고 해서 참가 못할 이유 또한 없다. 단지 우리는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아가는 과정이며 그런 시행착오를 거쳐서 다음 대회를 준비하면 그만이다. 누구나 말하기를 열심히 최선을 다하라고 했지 누가 일등 하라고 했느냐고 아이들을 다그치지만 어째서 월드컵이나 올림픽에서는 그런 말을 하지 않고 지고 나면 질책에 질책을 거듭하는지 알 수가 없다.

우리나라 축구는 당분간, 아니 오랫동안 우리가 원하는 성적을 거두기 어렵다. 어느 특출한 선수 하나가 혹은 여럿이 승리를 일굴 수는 없다. 이기는 것보다는 최선을 다해 기본기를 익히고 축구를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기 전에는 승리란 욕심이며 그야말로 트릭일 뿐이다. 기성용, 손흥민, 황희찬, 구자철, 이승우 선수를 비롯한 대표선수는 우리나라가 배출한 걸출한 선수이지 그들이 한국 축구의 능력 그 자체는 아니다. 그들을 통해 축구가 즐겁고 재미있는 스포츠라는 사실을 확인해 갈 뿐이다.

2002년 월드컵에서 어떻게 4강에 올랐건 그것은 정점이었다,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깨달음이 문제다. 이러다 지레 지치면 월드컵은커녕 국내 프로리그도 시들해질 것이 걱정이다. 우리는 스포츠의 기본부터 배우고 기본기를 익히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유럽이나 남미처럼 강해진다. 이 말은 트릭이 아니다.

최호택(S&P 대표)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