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풋볼토크] 툭 하면 감독 경질.. 레알 정책이 지단 사임 일으켰다
입력 : 2018.06.0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성진 기자= 레알 마드리드는 세계 최고의 팀이다. 스타 선수들도 즐비하고 그들을 지휘하는 감독도 세계적인 명장들 뿐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냉혹한 면도 있다. 조금이라도 부진하면 가차없이 감독을 경질하는 결정이다. 레알의 이러한 행보는 결국 최고의 성과를 낸 지네딘 지단 감독이 먼저 팀을 떠나는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지단 감독은 지난 5월 31일 전격적으로 레알 감독을 사임했다. 전혀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았기에 레알의 모든 구성원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UEFA 챔피언스리그(UCL)를 우승한지 5일 밖에 지나지 않았기에 충격 여파는 더욱 컸다.

지단 감독이 사임을 결정한 명목상 이유는 동기부여 상실이다. UCL 3연패 등 재임 기간 3년 동안 무려 9번의 우승을 한 그로서는 선수들을 이끌고 새로운 동기부여나 목표를 심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정상에 서있을 때 떠나는 것도 좋은 모습을 남기는 방법이기도 했다.

그런데 시즌 내내 지단 감독을 흔든 경질설을 떠올린다면 지단 감독의 결정이 이해될 수 있다.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은 “지단 감독의 사퇴를 예상하지 못했다. 슬프다”고 말했지만 그는 레알이 부진한 모습을 이어갈 때 시즌 종료 후 감독 교체를 암시하기도 했다. 실제 UCL 우승 전까지도 지단 감독의 후임이 누가 될 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 파리목숨 레알 감독, 평균 재임 11개월
레알 감독은 유독 단명했다. 지단 감독이 2016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2년 5개월을 재임했지만 그 이전에는 평균 11개월을 지낼 만큼 감독의 재임 기간이 짧았고, 수시로 교체됐다.

1998년 5월 경질된 유프 하인케스 감독을 시작으로 지단 감독의 전임인 라파 베니테스 감독 때까지, 레알은 한 시즌에 우승을 하나라도 하지 못하면 경질했다.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 존 토샥, 반데를레이 룩셈부르구 감독 등이 무관을 이유로 경질된 케이스다.

우승을 했더라도 팀과 마찰이 있거나 다음 시즌이 무관이면 경질됐다. 우승을 하고도 경질된 감독도 있다.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2006/2007시즌 라리가 우승, 베른트 슈스터 감독은 2007/2008시즌 라리가,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우승을 차지했지만 경질의 칼을 피하지 못했다.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은 지단 감독 이전에 경질의 칼을 피한 유일한 장수 감독이었다. 그는 1998년 11월부터 2003년 6월까지 3년 7개월간 레알을 이끌었다. 물론 라리가 2회, UCL 2회,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UEFA 슈퍼컵, 인터컨티넨털컵 각 1회 우승을 했다.

조제 모리뉴 감독도 2010년 5월 31일부터 2013년 6월 1일까지 3년을 채웠고 라리가, 코파 델 레이,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를 한 차례씩 우승했었다.



▲ 감독을 믿지 않는 레알, 최고의 명장을 놓쳤다
무조건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인 레알에 있어 감독은 그저 소모품이나 다름 없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그것은 감독을 믿고 기다려주지 않는 레알의 조바심이 원인이다. 레알은 시즌을 무관으로 마치면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입은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레알이라는 팀의 가치, 역사, 존재감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감독이 팀을 이끌고 자신의 색깔을 완벽히 내는데는 최소 2~3년의 시간이 걸린다. 원하는대로 선수를 영입해줄 테니 바로 결과를 내라는 것은 감독이 자신만의 축구 철학을 발현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지단 감독은 레알의 팀 정신을 잘 알고 있는 이였다. 그리고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재임 때 수석코치를 맡았고 레알 2군인 카스티야 감독을 거쳤기에 지도자로서도 레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레알에 최적화’된 감독이었다.

그렇기에 베니테스 감독 경질 후 흔들리던 레알을 빠르게 수습하고 지난 5월까지 9번이나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레알 수뇌부는 라리가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지 후임 감독 운운을 했다. 시즌을 무관으로 마치면 지단 감독을 경질할 것이라는 전망 보도나 페레스 회장의 언급은 수시로 나왔다. 지단 감독으로서는 자신을 흔드는 주위 분위기에 진저리가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지단 감독은 전격적으로 사임했다. 레알은 당황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감독을 소모품으로 아는 레알의 자업자득이다. 레알은 누구보다 팀 정신을 아는 감독을 스스로 놓쳤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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