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눈]한국축구 봄을 기다리지만 아직은 혹한
입력 : 2018.01.2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봉길호 발목잡은 5무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김봉길호가 카타르에 0-1로 패(중국 쿤산 스포츠센터)하며 4위를 기록, 실망스런 성적으로 대회를 마쳤다. 김봉길호는 '골짜기 세대'라는 혹평을 받으며 이의 오명을 씻기 위해 우승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조별리그 1차전 베트남전에서 부터 드러난 총체적 문제점이 변화 없이 3, 4위전까지 이어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이런 김봉길호의 문제점 원인이 정상적인 팀 구성과 훈련기간, 실전경험 등의 부족에 있었다는 점을 굳이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이는 결코 내용과 결과 모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김봉길호가 대표팀으로서 부끄러운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①선수기량(기본기) ②체력 ③정신력 ④전술 ⑤경기운영 등 5무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팀이 경쟁력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선 선수들의 기량을 완벽하게 갖추는 것이다. 이는 어려운 이론도 아니고 상식이고 사실이다. 그렇지만 김봉길호 선수들의 기량은 대회참가 16개국 중 하위권에 속할 만큼 기대 이하의 실력이었다. 패스와 측면 크로스의 부정확성으로 인한 단순한 플레이와 더불어 득점력은 저조하여 총 8득점을 얻는데 그쳤고, 제2의 신속한 플레이를 위한 공격 선택 방향으로의 볼스토핑(Ball Stopping)과 논스톱 패스 및 원터치 패스 미흡까지 더해져 적극적인 직진 플레이보다 소극적인 휭.백 패스를 남발하여 플레이의 변화와 스피드를 꾀하지 못했다. 여기에 양쪽 풀백과 더블보란치 포지션 선수 역시 수비수의 기본인 상황에 따른 수비 거리유지와 타이밍의 취약성과 함께 볼만 의식한 수비로 수비불안의 단초를 제공해 6경기 9실점이라는 오점을 남겼다.

축구는 결국 숫자 싸움이다. 상대와의 1:1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면 더 좋은 플레이를 전개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되며 결국 이로 인하여 경기력을 극대화시켜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김봉길호는 선수들의 1:1 능력도 떨어져 이같은 축구 구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제 한국 선수들도 유럽 선수들과 같이 피지컬쪽의 신장면에서 아시아에서는 상위에 속한다. 김봉길호는 이런 유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로빙볼 처리에서도 열세를 보이며 세컨드 볼 대처능력에도 뒤져 경기 흐름을 의도한 대로 이끌어 가지 못했다. 물론 현대 축구의 화두 중 하나는 경기지배를 위한 점유율축구다. 한국축구도 이를 거스를 수는 없고 선수들 역시 이를 따르려는 경향이 팽대해 있다. 이 점은 김봉길호도 그 예외는 아니었지만 볼을 소유하는데에만 집착하여 점유율 축구의 진정한 목적이 과연 무엇인지 이해가 필요했다.

점유율 축구의 목적은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플레이를 구사하여 결과적으로 상대보다 더 많은 득점을 올려 승리하기 위한 수단이다. 따라서 점유율 축구를 위한 플레이는 어디까지나 공격적이고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뒤따른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 개인의 기량이 뛰어나야 한다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에 해당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점유율 축구는 단지 볼을 소유하기 위한 무의미한 방법으로서 그칠 뿐이다. 누가 뭐라 해도 김봉길호에 드러난 모든 문제점의 근원은 선수 기량 부족에 있다. 이런 선수 기량 부족을 안고 있었던 김봉길호가 처음부터 우승을 목표로 삼은 것은 나 부터 알지 못한 허황된 목표와 다를 바 없다. 이런 상태에서는 선수들은 결코 자신감과 희망을 가질 수 없고 오직 결과에 의한 패배 의식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선수들이 자신의 경기력에 만족스러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90분 경기를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 부분에서도 김봉길호는 느낌표가 아니라 의문 부호였다. 김봉길호의 경기력은 매경기 전후반 상반된 면을 보여줬다. 이 같은 전후반 상반된 경기력은 선수들의 체력저하에 의한 영향이 크다. 체력저하는 우선 선수들의 활동량에 의해 결정된다. 그 중 선수들의 체력저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공격적인 측면에서의 과도하고 불필요한 동작이며, 또한 수비적인 측면에서의 무리한 움직임이다. 분명 김봉길호는 우승 목표 실현을 위한 선수들의 필승 의지로 인한 과도하고 불필요한 동작과 무리한 움직임이 경기를 거듭할 수록 심화됐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체력저하는 과도한 동작과 무리한 움직임으로서 뿐만 아니라, 경기가 갖는 의미성에 의한 심리적 압박감으로도 선수들의 체력저하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직시할때 한편으로 김봉길호의 전후반 경기력 차이 또한 선수들이 갖게된 심리적 압박감으로 인한 영향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결국 김봉길호는 이런 복합적 요인으로 인한 체력저하로 개인, 부분, 전체적인 압박의 실효성이 떨어지며 전방과 미드필드 압박이 실종된 채 경기장 4/4 지역에서 수비를 위한 압박에 치중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경기를 계속했다. 체력저하는 곧 집중력 결여와 직결된다. 개인 기량이 아무리 좋은 선수라 할지라도 체력저하로 인한 집중력이 결여되면 실수를 남발하게 되고, 이로 인하여 자신감을 잃으며 자신이 의도하고 있는 플레이를 자연스럽게 펼치지 못하게 된다. 선수에게 자신감은 자신에게 보내는 갈채다. 자신감은 곧 사기진작과 또 다른 동기부여를 제공해줘 편안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선수는 '부상과 체력저하는 결정적인 순간 팀을 최악의 상태로 빠뜨린다'라는 축구의 속설과 '경기는 단 한 경기로 끝나지 않으며 전반 45분으로 종료되지 않는다'라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이에 해당되지 않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체력관리와 정상적인 컨디션 유지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축구에서 정신력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강한 정신력도 체력이 뒷받침 될 때 지속성이 유지될 뿐 이에 부합하지 못하면, 단지 1~2경기 정도와 경기의 일정 시간까지만 정신력에 의한 투지 발휘는 유효하고 그 이외에는 개인 경기력과 전체 경기 내용에 만족스러움을 가져다 줄 수 없다.

한편으로 정신력은 선수가 갖춰야 할 필수적인 조건이지만 지나치면 자칫 과욕으로 표출되어 경기흐름과 팀 분위기에 악영향을 가져다 줄 수 있다. 김봉길호에게 우즈베키스탄전은 그에 대한 교훈을 일께워준 좋은 경기였고 장윤호(전북현대)의 후반전 경고 누적 퇴장은 수적 열세를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다주며 급기야 1-4로 참패를 당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이 만큼 김봉길호의 정신력은 팀 전체적인 필요조건이었지 만은 그 조건을 이행한 경기는 조별리그 첫 경기 베트남전만을 손에 꼽을 정도였을 뿐, 나머지 경기에서의 정신력은 단지 선수 몇 몇 개인에게 주어진 의무와 책임에 불과하여 8강전까지 매 경기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불안한 경기로 일관했다.

김봉길 감독 지도력 도마위에

김봉길호는 이번 2018년 AFC U-23 챔피언십에 대한 결과에 대하여 어떠한 말을 한다해도 그것은 궁색한 변명이고 핑계에 불과하다. 따라서 김봉길호의 냉정한 평가에 의한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선수들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팀을 이끌었던 김봉길 감독에 대한 명.암도 조명 되어야 한다. 김봉길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하여 자신의 과거 지도 이력까지도 부정당하는 아픔을 맛보는 이중고를 겪었다. 이는 초보 대표팀 사령탑으로서 더 더욱 견디기 힘든 아픔일 수 있다. 하지만 김봉길 감독은 조별리그부터 준결승전까지 변화없는 4-2-3-1 포메이션 전술만으로 경기를 소화하며 변화에 소극적이었던 부분 만큼은 한 번쯤 곱씹어 볼 필요성이 있다.

김봉길 감독이 이 같은 한 가지 포메이션 전술을 고수한데는 팀 선수 구성상 전술 변화에 제약적인 면도 있을 수 있고 한편으
로 선수들이 4-2-3-1 포메이션 전술을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어 이 포메이션 전술을 끝까지 고수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김봉길 감독이 선택한 4-2-3-1 포메이션 전술상에서 김봉길 감독만의 색깔있는 축구는 드러나 보이지 않았다. 즉, 전술이 밑바탕인 조직력은 실종된 채 선수 개인 능력과 각 포지션별 각자의 역할에만 의존하는 특징없는 축구를 구사하는데 그쳤다. 축구의 전술운영 조건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여건과 상황 등등에 따라서 변화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은 불문율에 속한다.

결과적으로 김봉길 감독은 이에 순응하지 못하며 비로소 3, 4위전에서 4-1-4-1 포메이션 전술 카드를 꺼냈지만 전술운영에 대한 개인의 철학이 아닌 '아집'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팀이 한 가지 전술을 운영하게 되면 상대에게 쉽게 장점과 약점이 간파당해 경기를 의도한 대로 이끌어 가지 못하게 된다. 김봉길호가 매경기 상대에게 양쪽 측면을 집중적으로 공략 당했던 점은 이와 무관치 않다. 변화있는 전술운영은 때로는 선수를 춤추게 한다. 그렇다면 비록 선수들의 능력이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다 해도, 변화를 주는 전술운영으로 팀과 경기의 전환점 마련과 함께 선수를 춤추게 하며 지도 역량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것이 바람직하다.

두 말할 나위도 없이 감독의 경기운영은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는 우선 경기 분석을 토대로 경기운영을 어떻게 가져갈것인가 하는 철저한 계획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벤치에서 관찰에 의한 경기운영이 뒤따라야 한다. 감독의 효율적인 경기운영은 때로는 선수들의 플레이와 더불어 분위기까지 변화시킬 만큼 효과적이어서 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2018년 AFC U-23 챔피언십에서 김봉길호에게 그 어느 경기보다 경기운영의 효율성이 요구됐던 경기는 조별리그 2차전 시리아와의 경기였다. 김봉길호는 시리아와 0-0 무승부를 기록하여 조별리그 통과에 '경우의 수'에 몰리며 심리적 부담감을 갖게되는 예기치 않은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 심리적 부담감은 호주전에 정신력의 반짝 상승 효과로 작용하여 비록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결국 시리아전을 통하여 안게된 심리적 부담감으로 인하여 여유와 침착성을 잃게됐고 체력소모 또한 더욱 가중시켰다. 여기에 선수운영의 딜레마까지 빠지게 된 김봉길호는 호주전 후반전 부터 8강 말레이시아, 준결승 우즈베키스탄, 3, 4위 카타르전까지 경기력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태를 보이며 비판의 수위만 높이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분명 시리아전은 승리에 초점을 맞춘 경기운영이 필요했다. 다시말하면 2선 미드필더까지 적극적으로 공격에 참여하는 선 공격, 후 수비 축구 전략에 초점을 맞춰 승리를 이끌어 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봉길호는 이에 소극적이어서 호주전에 3-0 리드 상황에서 급격한 경기력 난조에 빠지는 현상을 초래하여 연속 2실점을 허용하며 턱밑까지 추격을 당하는 아찔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사실 호주와의 대전 후반전은 김봉길 감독 경기운영의 평가 잣대에 대한 최종점이었다. 경기 흐름과 분위기 등등 모든 상황이 호주에게 넘어간 상태에서 이를 반전시킬 경기운영의 효과적 방법과 용병술은 없었다. 한 대회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팀은 많은 위기와 고비를 맞게된다. 이 때 눈에 보이지 않게 팀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감독의 경기운영은 큰 역할을 한다. 만약 감독이 벤치에서 상대방 감독의 행동과 제스처까지 파악하고 이에 대처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 경기운영을 할 수 있다면 이는 팀과 선수의 발전은 물론 감독 스스로에게도 성장의 디딤돌이 될 수 있음은 자명하다.

한국축구의 수난

김봉길호는 이번 AFC U-23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고사하고 내용과 결과까지 실로 잃은 것이 너무 많다. 특히 대회 3위팀까지 주어지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아시아예선 톱시드 배정권 마져 확보하지 못해 김봉길호에게 덧씌워지는 멍에는 더 더욱 크고 엄중하다. 사실 김봉길호의 실패는 김봉길호의 문제만이 아닌 한국축구 전체의 문제다. 현재 한국축구는 연령별대표팀의 수난사가 계속되고 있다. 2014년 AFC U-19 대표팀 챔피언십 조별리그 탈락에 이어 2016년 AFC U-16 대표팀과 U-19 대표팀의 잇달은 챔피언십 조별리그 탈락 그리고 2017년 U-20 대표팀의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16강전 탈락까지, 이 같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주역들의 잇달은 몰락은 진정 한국축구에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뚜렷한 색깔 없이 부분, 전체적으로 유기적인 협력 플레이에 의한 조직력과, 공.수 밸런스 유지 또한 찾아볼 수 없는 상태에서 상대에게 너무나 쉽게 기회를 제공해 주며 답답함을 너머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일관하고 있는 한국축구, 이는 모두 다 잘할 수 있는 축구 자체를 막고 있는 선수기량 부족 때문이다. 과거 선배 선수들이 축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피와 땀으로 일궈 놓은 '아시아의 호랑이'는 이제 옛 말이 돼 버렸다. 지금 한국축구에 봄의 온기는 없다. 느낌은 혹독한 겨울에 가깝다. 과연 이런 느낌이 이번 2018년 AFC U-23 챔피언십에서 기대치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성과물을 얻는데 그친 김봉길 감독과 선수들 때문일까?

김병윤(전 전주공고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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