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눈]김봉길의 패배, 박항서의 승리. 이유와 원인
입력 : 2018.01.2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출전했던 한국과 베트남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김봉길(52) 감독과 박항서(59.한국) 감독의 희비가 엇갈렸다. 그렇다면 김봉길호 패인과 박항서호 승인의 이유와 원인은 과연 무엇인가? 이를 조별리그 부터 준결승전 경기까지를 한번 조명해 보는 것은 우즈베키스탄에 1-4 대패를 당한 김봉길호의 앞으로 발전을 위한 방향성 제시가 될 수 있으며, 이는 한편으로 8월 개최되는 제18회 인도네시아 자카르카.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 우승을 성취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김봉길, 박항서 감독의 출발 공통점

분명 준결승전에 고배를 마신 김봉길 감독과 결승에 진출한 박항서 감독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김봉길 감독은 대회 내내 비판에 휩싸이며 지도자로서 갖게 되는 마음고생까지 그야말로 이중고에 시달리는 시련을 겪었다. 김봉길 감독과 박항서 감독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한국과 베트남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지 불과 3개월여 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팀을 4강 및 결승까지 견인할 수 있었던 것은 누가뭐라 해도 이들의 지도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점만 놓고 본다면 두 감독 평가의 무게 중심을 가늠하기 힘들다.

하지만 4강과 결승 진출까지 양국의 경기력은 판이하게 달랐다. 결국 여기에서 두 감독의 평가 잣대는 엇갈린다. 김봉길 감독이 지휘하고 있는 한국 대표팀은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8강전까지 4경기를 소화하며 무패가도를 질주했지만 조별리그 최종전의 호주전 전반전을 제외하고는 무패에 걸맞지 않은, 저조한 경기력을 보여줘 팀 전력이 강팀으로 평가받기에 턱없이 보족한 모습을 보여줬다.

○강팀의 조건 선수 개인능력

강팀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선수들의 능력이다. 그 만큼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선수 능력에 의한 팀 구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놓고 본다면 김봉길호의 선수 개인 능력은 우즈베키스탄전을 포함하여 총 5경기에서 상대 선수들 보다 우위의 경기력을 전연 보여주지 못했다. 이는 한편으로 U-23세 선수들이 왜 '골짜리 세대'라는 오명을 받고 있는가에 대한 현실이기도 하여 한국축구에 던져주는 메세지는 엄중하고 심각하다. 반면 베트남의 박항서호는 조별리그 1차전에서 김봉길호에게 1-2로 석패한 것을 제외하고는, 다크호스를 뛰어넘어 강팀으로서 부족함이 없는 경기력을 보여주며 기적을 연출해 냈다.

특히 8강전 강호 이라크와 대전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짜임새 있는 팀웍과 투혼은 물론 끈질긴 승부욕은, 과거 한국축구를 연상시키는 착각에 빠질만큼 베트남 축구는 더이상 축구 변방국 모습이 아니었다. 누구도 예상치도 못한 베트남의 기적은 박항서 감독이 만들어낸 지도력의 '매직'이다. 비록 짧은 기간동안 베트남 선수들은 박항서 감독의 지도를 받았지만 팀 조직력도 탄탄했고 공격에서는, 조별리그 2차전 시리아전의 무득점을 제외하고 골 결정력이 뛰어났으며 상대적으로 스리백 수비는 어떠한 경우에도, 스리백이 갖고 있는 5~6명의 수비 숫자를 확보하여 스리백이 갖고 있는 장점을 최대로 활용했다. 그 대표적인 경기가 바로 8강전 이라크와의 한판 승부였다.

이라크는 베트남을 상대로 하여 베트남의 최대 약점인 피지컬 부문의 힘과 높이을 철저히 공략하는 작전에 올인했지만 베트남은 수비 숫자의 우위 확보를 유지하는 가운데, 선수들의 강한 정신력과 기민한 움직임으로 인한 협력 플레이까지 유감없이 발휘 이라크가 펼치는 파상 공세를 극복해 냈다. 여기에 박항서 감독의 적절한 용병술까지 더해져 베트남 축구 사상 첫 국제대회 결승 진출이라는 역사를 쓰는데 성공 김봉길 감독과는 상반된 면을 보여줬다. 팀이 대회에 출전하여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결국 감독은 그 책임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다. 따라서 모든 비판과 비난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의 이번 2018년 AFC U-23 챔피언십 목표는 우승이었다.

그러나 김봉길호는 우승을 성취할 수 있는 선수 구성에 의한 팀 전력을 갖춘 강팀이 아니었다. 축구에서 비록 선수 구성이 강팀이 되기 위한 선수구성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강팀이 될 수 있는 조건은 있다. 그것은 바로 팀 조직력+체력+정신력+지도력의 뒷받침이다. 이런 관점을 놓고 본다면 김봉길호가 후자 조건과도 얼마만큼 부합한 팀이였던가 하는 점도 의문부호로 남는다. 팀 조직력이 갖춰지지 않으면 아무리 지도자의 효율적이고도 효과적인 작전과 전술이 뒤따른다 해도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바로 축구다. 그 만큼 축구에서 조직력은 중요하다.

○팀 조직력과 리더 유무 차이점

축구에서 조직력이 갖춰지면 안정적인 공수 밸런스(balance)를 유지하며 개인은 물론 부분, 전체적으로 경기력을 배가 시킬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로 인하여 공격은 스피드하고 선수 상호간 유기적인 플레이 구사가 가능하며, 수비에서도 커버플레이로 인한 견고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김봉길호는 조별리그 첫 경기인 베트남전에서 드러난 단조로운 공격과 양쪽 풀백의 수비 시 거리유지. 타이밍, 커버플레이 부적절성으로 노출된 수비 약점이 개선되지 않은 채 준결승까지 소화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김봉길호는 이 같은 약점으로 인하여 공격 역시도 어려움을 겪으며 우즈베키스탄에 대패를 당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반면에 3-4-3 포메이션 하에서 변형 전술까지 구사하며 공수에서 약점 보다는 강점을 최대로 활용하는 축구를 구사한 박항서호는 결승에 진출 김봉길호와는 전연 다른 평가를 받으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팀에 경기를 조율할 수 있는 미드필드에서의 리더와 공격에서 해결사 역할을 하는 스타플레이어 존재 유무는 경기력은 물론 경기 결과 까지도 좌우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차이점이 있다. 팀에 미드필드에 경기를 조율할 수 있는 리더가 있으면 선수 전체에게 가져다주는 정신적, 심리적 면은 물론 경기를 훨씬 효율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김봉길호에는 미드필드에서 이런 리더 역할을 하는 선수는 존재하지 않았다. 김봉길 감독이 선택했던 4-2-3-1 포메이션에서 더블 보란치 중 한 명이 리더 역할을 수행해야 했지만, 더불 보란치 모두 각자 역할이 상황에 따라 명확하지 않아 미드필드에서의 조직적인 패스와 빠른 공격전개 플레이는 실종됐고, 압박 또한 단순히 압박을 위한 압박에 그쳐 수비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며, 우즈베키스탄전에서는 상대에게 연장 후반 대문을 활짝 열어주는 최악의 수비로 승부에 쐐기를 박는 추가골을 허용했다. 이는 베트남이 펼친 미드필드 플레이와는 상반된다. 베트남은 리더의 부재를 기동력으로 커버하며 수적으로도 우위를 확보하여 적극적인 공격과 수비를 펼침으로써 공수에 안정성을 기했다.

○ 왜 해결사가 필요한가

결정적인 순간 팀을 구할 수 있는 주인공은 바로 최전방 공격수다. 그 만큼 최전방 공격수는 골 결정력도 뛰어나야 하지만 한편으로 볼 관리 능력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김봉길호에게 확실하게 해결사 역할을 할 선수가 없었다는 사실은 양쪽 풀백의 소극적인 공격 참여와 맞물려 공격력 극대화 측면에서 아쉬움이 아닐 수 없다. 한편으로 호주전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한 이근호(21.포항스틸러스)가 해결사 역할에 충실했지만 전체적인 경기력과 볼 관리 능력에서 떨어져 상대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해결사는 아니었으며 오히려 섀도우스트라이커로 대회 2골 2도움의 활약을 펼친 한승규(22.울산 현대)가 더 해결사 다운 역할을 했다. 결국 이 같은 최전방 공격수의 능력 부족은 어렵게 공격하고 쉽게 공격을 허용하는 악순환을 되풀이 해, 베트남의 최전방 공격수 응구엔 꽁 푸언(23.Hoàng Anh)과는 대조를 이뤘다.

응구엔 꽁 푸언은 비록 개인 기량은 돋보이지 않았지만 볼 관리 능력이 뛰어나 공격 2선에서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과 함께 공격의 다양성을 이끌어 내며 선취골 허용▶동점골▶역전골▶동점골에 이어, 카타르 마져 ‘11m의 러시안 룰렛(승부차기. penalty shoot-out)'으로 칠몰시키고 팀을 결승에 진출시키는 알토란 같은 플레이를 펼쳤다. 감독에게 쏟아지는 비판과 찬사는 종이 한장 차이다. 그 한장 차이에 숨은 비밀은 지도력이다. 이번 2018년 AFC U-23 챔피언십에 한국과 베트남을 지휘했던 김봉길 감독과 박항서 감독의 출발 시 같았던 공통점은 결과적으로 큰 차이를 드러내며 마침표를 찍고 말았다. 그 차이는 김봉길 감독은 선수와 팀의 장점을 더욱 극대화 시키고 단점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전술과 경기 운영에 미흡했고, 박항서 감독은 이와는 확연히 다른 선수들의 정신력과 경기 상황까지도 아우르며 탄력적인 전술과 경기 운영의 지도력을 보여줬다는 사실이다.

○무관심 김봉길호, 정책적 육성 박항서호

여기에서 비판과 찬사의 이유와 원인을 논하기 이전에 그 근원이 과연 어디에 있는가도 한번쯤 되짚어 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것은 김봉길호에게 과정상 얼마만큼의 관심을 기울였나 하는 점이다. 이 점을 놓고 본다면 김봉길호는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김봉길 감독과 선수들이 스스로 찾아야 할 만큼 관심 밖이었고 오직 2018년 AFC U-23 챔피언십 무대에서 비판만이 전부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상태에서 우승 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수적인 조건인 2018년 AFC U-23 챔피언십 참가국들에 대한 정보 또한 충분하지 않았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에 반하여 베트남은 자국 축구협회는 물론 범 정부 차원에서 U-23 대표팀을 오래전부터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프로젝트(Project)를 가동 이들이 베트남 축구의 황금세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 했다.

불과 20여일 동안과 몇년 동안의 훈련과 경험으로 나타나는 차이점은 굳이 논하지 않더라도 그 차이점은 실로 크다. 아울러 하루가 다르게 성장세에 있는 U-23 연령대 선수들에게는 그 차이점은 더더욱 크다. 20여일 동안의 훈련으로는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적 축구에 의한 조직력 다지기는 물론 선수 장.단점과 함께 선수들 역시 감독의 축구 성향을 파악하기 조차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김봉길 감독과 U-23 대표팀 선수들에게 이번 2018년 AFC U-23 챔피언십 성과는 받아들이기 힘든 충격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를 발전을 위한 값진 약으로 삼고 드러난 모든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비판과 '골짜기 세대'라는 오명을 씻고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비록 비판을 피할 수 없는 U-23 대표팀으로 자리매김했지만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제18회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우승이라는 목표는 분명하고 여기에 '병역혜택'이라는 동기부여 역시 확실하다. 이에 우승에 대한 가능성은 유효하다. 금메달 획득을 위한 충분한 훈련 기간의 보장과 지원 여기에 이번 2018년 AFC U-23 챔피언십에 팀 사정과 군입대, 부상 등등으로 제외됐던 팀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는 능력있는 선수는 물론 와일드 카드(Wild card) 3명 등 모두 10여명의 선수가 합류한다면 U-23 대표팀은 정상 전력을 갖추고 2018년 AFC U-23 챔피언십에서 보다 모든 면에서 성장한 모습의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될것은 틀림없다. 지금 현재는 결승에 진출하며 준결승전 진출 시 와는 비교할 수 없는 찬사를 받고 있는 박항서 감독이 부럽기만한 한국축구다. 그 부러움이 자칫 U-23 대표팀 김봉길 감독과 선수들에게 비수가 되어서는, 자칫 8월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에 더 큰 비수의 부메랑이 되어 한국축구에 돌아올는지 모른다.

김병윤(전 전주공고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