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풋볼토크] 1월 대표팀 강화 훈련의 필요성과 무용성
입력 : 2018.01.0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성진 기자= 대한축구협회의 대표팀 소집 규정을 보면 월드컵이 열리는 해에는 K리거를 중심으로 한 A대표팀이 1~2월 사이에 구성된다. A대표팀의 전력 강화를 위한 소집 훈련이다. 4년에 한 번씩 소집되는 이 A대표팀은 실제 월드컵에 나설 팀과는 다르다. 그래서 4년 주기로 훈련의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 된다.

협회의 국가대표축구단 운영규정 11조(훈련 보강기간) 1항에는 “월드컵 본선에 한하여 해당 해의 1월, 2월 중에 2주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별도의 훈련 보강 기간을 가질 수 있다”고 적혀 있다. 1~2월은 K리그 각 팀들이 동계 전지훈련을 하는 기간이고, 국제축구연맹(FIFA)의 A매치 기간이 아니지만 소집이 가능하도록 되어있다. 월드컵 준비라는 특수성에 따른 K리그의 배려다.

이 규정이 생긴 것은 A대표팀 구성의 대다수가 K리거였기 때문이다. 부족한 훈련 시간을 메우고 조직력 및 전술을 다져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1월에 굳이 소집해야 하는 의문도 생겼다. 많은 선수들이 해외에서 활동하면서 1월 훈련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이 커진 것이다.



▲ 1월 훈련 멤버가 그대로 월드컵에 나서지 않는다
지난 두 번의 월드컵과 이를 대비한 1월 훈련 멤버를 보면 차이가 크다. 굵은 글씨가 월드컵에 출전한 1월 훈련 멤버다.

2010년 1월 훈련 멤버
GK : 권순태, 김영광, 이운재, 정성룡
DF : 강민수, 곽태휘, 김근환, 김형일, 오범석, 이규로, 이재성, 이정수, 조용형, 최철순, 최효진
MF : 구자철, 김남일, 김동찬, 김두현, 김보경, 김재성, 김정우, 김치우, 박주호, 박희도, 백승민, 신형민, 이승렬, 이승현
FW : 김신욱, 노병준, 염기훈, 이근호, 이동국, 하태균

2014년 1월 훈련 멤버
GK : 김승규, 이범영, 정성룡
DF : 강민수, 김기희, 김대호, 김민우, 김주영, 김진수, 박진포, 이용, 이지남
MF : 고요한, 김태환, 박종우, 송진형, 염기훈, 이명주, 이승기, 이호, 하대성
FW : 김신욱, 이근호


2010년에는 1월 멤버 중 15명이 월드컵 본선에 나섰다. 반면 2014년에는 단 8명만이 브라질행 비행기에 탈 수 있었다. 15명에서 8명으로 줄어든 배경에는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1월 훈련을 통해 월드컵에서 기용할 새로운 K리거를 발견할 수 있지만 6개월을 남겨두고 새 얼굴을 찾기란 쉽지 않다. 새 얼굴보다 기존 자원을 최대한 다듬어 본선에 나서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1월 훈련을 굳이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특히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더 무용성에 무게가 실린다.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 23명 중 K리거는 6명이었다. 골키퍼 3명을 제외하면 20명의 필드 플레이어 중 17명이 유럽 및 아시아 각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었다.



▲ 분명한 훈련 목적이 필요하다
사실 협회도 1월 훈련에 대한 실효성 얘기가 항상 나온다. 그리고 내리는 결론은 현재 규정이 정해져 있는 만큼 진행하지는 입장이다. 협회 입장은 당연하다. 한 번이라도 더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대표팀에 득으로 돌아온다.

또한 월드컵 리허설을 할 수 있었다. 2010년, 2014년 1월 훈련은 모두 월드컵 때 사용할 베이스캠프에서 훈련했다. 또한 월드컵이 열리는 경기장에서 평가전을 치렀다. A대표팀은 현지를 느낄 수 있었고, 지원 스태프는 현지의 지원 활동을 미리 몸으로 느꼈다. 월드컵 6개월을 앞두고 현지에서 최종 리허설을 벌인 것이다.

이번에는 다르다. 우선 러시아의 추위로 1월 훈련은 터키 안탈리아에서 한다. 당연히 이전과 달리 월드컵 리허설은 없다. 지난해 10월 러시아 원정 평가전을 가지지 않았다면 A대표팀은 현지에서의 활동을 경험하지 못한 채 월드컵에 임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훈련 성과와 본선 준비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K리거가 중심이 된 A대표팀이 구성될 것인데 과연 몇 명이나 본선에 가겠냐는 것이다. 절반 이상이 최종명단에서는 제외될 것이다. 그렇다면 1월에 소집되는 A대표팀으로 새로운 전술을 테스트하거나 실험을 하더라도 3월 A매치 때는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오답노트를 작성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1월 훈련이 필요한 부분이다. 1월의 훈련과 평가전을 통해 드러난 장단점을 바탕으로 월드컵 준비에 무엇이 필요한지 확인할 수 있다. 어떤 포지션에 어떤 역할을 할 선수가 필요하고 현재 무엇을 더 보강해야 한다는 식이다.

협회도 이 점을 중점으로 생각하고 있다. 조준헌 홍보팀장은 “이전과는 다르게 훈련을 진행하려 한다. 2주 동안 3경기 가량을 해서 다양한 테스트를 해보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것을 위한 기회 비용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선수들의 몸상태도 정상이 아니다. 과연 원하는 움직임이 나올지 미지수다.

월드컵을 준비하기 위한 전력 강화는 필요하다. 1월 훈련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훈련의 필요성 의문은 커진다. 철저한 목적 의식과 준비가 없다면 1월 훈련이 필요 없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게 된다.

사진=스포탈코리아 DB,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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