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풋볼토크] 안영학은 축구로 또 하나의 꿈을 그린다
입력 : 2017.12.1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요코하마(일본)] 김성진 기자= “서로 관심을 갖고 축구를 통해 좋은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남북 관계도 좋아지지 않을까요?” 남북의 경계에 서있는 안영학(39)은 축구가 가진 힘을 믿고 있었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안영학은 북한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도 북한 국가대표의 일원으로 참가했다. 선수 생활 내내 일본에서 뛰었지만 그 중 4년은 K리그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안영학의 K리그 진출은 이후 정대세가 2013년부터 3년간 K리그 무대를 누비는 것으로 이어졌다.

“안녕하세요. 안영학 대표 입니다.” 안영학을 지난 10일 요코하마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날짜를 세어보니 2014년 봄 요코하마 FC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것이 가장 최근이었다. 어느 새 3년의 시간이 지났다. 지난 3월 현역 생활을 마친 안영학은 선수에서 유소년 축구교실의 대표가 되어 있었다.

안영학은 ‘불굴’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축구선수였다. 그는 언제나 자신 앞에 놓인 역경을 이겨냈고,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선수 생활 말미에는 자신의 오랜 꿈 중에 하나였던 유럽 진출을 노렸다. 비록 계약 성사 직전 무산 됐지만 오로지 유럽에서 뛰어보겠다는 신념 하나로 입단 테스트를 받으면서 도전했다.




그의 마음가짐과 도전 정신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4년간 부산 아이파크, 수원 삼성에서 뛰면서 국내 축구팬들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금도 많은 부산, 수원 팬들이 안영학을 잊지 못하고 사랑을 보내고 있다. 부산이 올해 진행한 ‘레전드 데이’의 일환으로 안영학을 초청해 행사를 진행한 것도 마찬가지다.

안영학은 유소년 축구교실 대표로 바쁘게 생활했다. 쉽지 않은 운영이지만 다행히 자신이 나온 ‘우리학교(재일교포 학교)’ 등 재일교포 학교 운동장을 협조 받고 있다. 안영학은 “시내 운동장의 경우 임대료만 1시간에 1만엔이나 합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국내에서도 많은 은퇴한 축구인들이 자신의 이름을 건 축구교실을 열고 있다. 최근에는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이 의정부와 구리에 인조잔디축구장을 개장하면서 축구교실도 같이 하고 있다. 안영학에게 그 말을 전하자 “쉽지 않은 일인데 대단하시다. 예전에는 차범근 감독님 축구교실이 있었는데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영학과는 특별한 주제 없이 캐주얼한 만남을 가졌다. 그래서 그와는 오랜만에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나눴다. 안영학이 “아들이 축구보다는 다른 것에 더 좋아한다”고 말한 대목에서는 서로 활짝 웃기도 했다. 하지만 E-1 챔피언십 대회 기간이다 보니 자연히 대화의 주제는 남북 대표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안영학은 “정성룡은 왜 이번에 뽑히지 않았나”고 물었다. 올 시즌 J1리그 우승을 한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주전 골키퍼이기에 당연히 의문이 들 수 있는 궁금증이었다. 전날에는 한국이 중국과 2-2로 비겼다. 이 스코어를 꺼내며 “요즘 한국 대표팀은 어떤가”라고 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안영학은 한 인연을 소개했다. E-1 챔피언십에 출전한 여자대표팀의 강유미가 집안 쪽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는 “유미와는 어렸을 때 축구를 같이 했던 기억이 있다”고 소개했다. 강유미도 재일교포로서 일본에서 나고 자랐으나 축구선수로의 꿈을 키우고 성공하기 위해 17세 때 한국으로 건너왔다. 여자대표팀 주전 선수가 됐으니 그녀의 꿈은 이뤄지는 중이라 하겠다.



자신이 뛰었던 북한 대표팀에 대한 애정과 사랑도 드러냈다. “대표팀도 달라지고 있다. 외국에서 감독을 데려온 것은 잘 선택한 일이다. 그래야 국내 지도자들이 보고 배울 수 있다”고 했다. 한광성(페루자)처럼 유럽에서 선수들이 뛰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여겼다. 그는 “어린 선수들이 이탈리아, 스위스 등에서 뛰고 있다. 과거와 달라진 분위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에 대해 한국의 반응은 어떤지 물었다. “다들 관심을 갖고 좋게 본다. 인스타그램 같이 SNS도 많이 하니까 그런 걸 보면서 신기하고 재미있어 한다”고 하자 “후배들에게 인스타그램을 자주 하라고 말해야겠다. 관심을 가져주니 고맙다”며 웃으며 말했다.

이어 그는 “그렇게 관심을 가지면 좋은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축구를 통해 더욱 남북 관계도 좋아지지 않겠는가”라며 서로를 하나씩 알아가는 작은 것 하나하나가 얼어붙은 남북의 관계를 녹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여겼다. 남북을 모두 보고 아는 그이기에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안영학과는 1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서로 요코하마역에서 헤어졌다. 그는 “후배들을 응원하러 선수단이 묵는 호텔에 갈 것”이라고 했다.

안영학의 명함 뒷면에서는 자신이 운영 중인 축구교실 3곳의 주소와 함께 하나의 문구가 있다. '夢は叶う, 우리말로 꿈은 이루어진다는 문구였다. “제 좌우명 입니다.” 안영학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는 자신의 두 번째 꿈을 향해 하나씩 발을 내딛고 있었다. 안영학의 꿈이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사진=스포탈코리아, 한국프로축구연맹,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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