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관전평]행운의 자책골 승리, 팬심은 아직 배가 고프다
입력 : 2017.12.1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남북 축구 대결은 항상 국민적 관심사로서 그 시대상을 반영해 왔다. 이유는 분단과 대립의 상황에서 '이념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변해가는 시대 흐름에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남북한 맞대결은 그 어느 경기보다 긴장감이 높다. 이로 인하여 때로는 실력 차이를 뛰어넘는 승부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2017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2차전 북한과의 맞대결도 예외는 아니었다.

1차전 중국과의 대전에서 허무하게 무승부에 그친 한국, 일본에 비록 패하긴 했지만 잘 싸운 북한, 이런 상징성을 갖고 있는 한국과 북한의 공통된 점은 바로 경기에 임하는 분위기였다. 이에 분위기 반전을 위하여 정신력을 앞세워 경기는 말 그대로 '총성없는 전쟁'이었다. 한국은 중국과의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변화된 경기 내용은 물론이고 대회의 우승과 성공적인 조직력 향상을 위해서, 결과로 보여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북한과의 경기는 승리가 절실했다. 이런 한국은 북한을 맞아 중국전의 4-2-3-1 포메이션 대신 3-4-3 카드를 꺼내들고 경기에 임했다.

축구에서 팀의 포메이션 선택은 중요하다. 어떤 포메이션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선발 라인업과 개인과 전체적인 경기력도 달라진다. 그래서 포메이션 선택은 선수들의 장단점까지 모두 아우르는 가운데 특색이 있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고 이를 염두에 두지 않은 의미성이 결여된 포메이션을 선택한다면 경기력은 물론 조직력을 기대하기 힘들다. 한국은 첫 경기 중국전에 4-2-3-1 포메이션을 선택하여 최전방 김신욱(29, 전북 현대)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북한전에서는 잘 조직된 수비조직 앞에 선발 라인업으로 출전한 김민우(27, 수원 사멍), 진성욱(24, 제주 Utd), 이재성(25, 전북 현대) 등 스리톱이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하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한국이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경기력과 함께 공격의 완성도와 해결 짓는 능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원의 미드필더와 공격수와의 유기적인 연계 플레이를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이고도 과감한 플레이가 뒤따라야 한다. 특히 북한과 같이 수비의 1~2선 간격이 좁아 공간을 활용할 수 없을 때에는 더더욱 이 같은 플레이가 요구된다. 공격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조건에서 공격 빈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어디까지나 경기를 지배하며 승리를 위한 득점을 올리기 위해서는 스피드를 전제로한 직진 패스 및 공간을 이용하는 부지런한 움직임 그리고 과감한 돌파가 답이다. 결국 한국은 90분 경기동안 이 같은 움직임과 플레이에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는 답답한 경기로 마침표를 찍는데 그쳤다.

현대축구는 강한 압박을 기본으로 한 수비가 키워드다. 북한도 그 예외는 아니어서 체력을 밑바탕으로 조직력에 짜임새가 있고 더불어 투쟁심이 뛰어난 밀집형태의 수비 포맷 축구를 구사했다. 이런 팀과의 대전에서는 무엇보다 선수 개인의 변화와 창의성이 뒷받침 되는 효율적이고도 효과적인 플레이가 필요하다. 하지만 첫 출전한 진성욱의 골에 대한 강한 집념과 집중력이 돋보인 플레이를 제외하고 경기력에 의한 필드골을 기록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작전이든 경기운영 측면이든 이는 분명 문제점으로 대두된다. 중원을 책임진 정우영(27, 충칭 리판), 이창민(23, 제주 Utd)도 수비의 중원의 지배자로서 역할을 다했지만 한편으로 공수 조율과 공격을 위한 플레이의 리더는 되지 못했다.

이는 북한의 역습을 노리는 전술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신태용 감독의 불가피한 작전일 수 있지만, 문제는 전후반 일방적인 경기를 펼치면서도 수비적인 성향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3-4-3 포메이션을 끝까지 고집하며 포메이션에 변화를 주지 않았던 점에도 그 원인이 있다. 여기에 후반 20분 김신욱 교체에 의한 플랜B 전술 소화도 엿볼 수 없었다는 점 역시 문제점으로 남는다. 북한의 전술은 강력한 체력을 밑바탕으로 세밀하지 못하고 투박한 전술 그 자체였다. 하지만 한국전에 북한이 일본전에서 보여줬던 신속 정확한 날카로운 역습과 스트라이커 김유성(22, 4·25체육단)과 측면 공격수 정일관(25, 루체른)의 능력을 바탕으로 한 위협적인 플레이는 없었다.

그럼에도 측면 미드필더 김진수(25, 전북 현대), 고요한(29, FC 서울)과 윙백 권경원(25, 텐진 취안젠), 정승현(23, 사간도스) 등 모두가 김유성과 정일관의 발을 묶는데 집중하는 플레이에만 초점을 맞춰 공격 참여에 소극적이었던 작전 또한 아쉬운 부문이 아닐 수 없다. 분명 전후반 경기 흐름은 한국의 일방적인 분위기 였다. 한국은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나타나는 수적 우위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축구에서 감독이 실점을 너무 의식한 전술과 작전 및 전략으로 경기를 운영한다면 발전이 없다. 따라서 한국의 북한전은 비록 후반 18분 리영철의 자책골(26, 선봉)로 얻은 행운의 승리지만 결코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경기는 한국의 1-0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한국은 북한전을 통하여 중국전과 마찬가지로 부분적인 플레이에서 크로스의 정확성과 타이밍에 또 다시 문제점을 드러냈고 세밀한 플레이와 거리가 멀었으며 프리킥, 코너킥 세트피스도 여전히 평범했다. 측면 크로스는 빠르고 정확성이 생명이다. 여기에 타이밍도 매우 중요하다 이 세 가지 조건을 갖추지 않은 크로스는 단지 플레이만을 위한 플레이와 동일한 크로스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차라리 플랜A든 B든 공격 패턴을 최소화 하고 약속된 플레이를 전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래서 신태용 감독은 이 부분에 있어서 과연 어떤 방법이 올바르고 효과적인지 냉철히 판단하고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는 북한과의 대전으로서 끝날 문제가 아니라 한국은 2018년 러시아 국제축구연맹(FIFA)월드컵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직 러시아 월드컵 무대에 설 선수와 팀 조직력도 완성체가 아니다. 하지만 러시아 월드컵을 불과 6개월여 남겨놓은 시점에서 팀 특색을 엿 볼 수 없는 경기로 매 경기 경기력이 차이가 난다면 이는 결코 강팀이 아니다. 무엇보다 상시 소집훈련을 실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이번 동아시안컵과 같이 공식 대회에서라도 코칭스태프와 선수 그리고 선수들 간 믿음과 신뢰를 구축하여 러시아 월드컵을 위한 조직력 다지기를 꾀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사실 중국과 북한전에 축구 팬들이 받아들이는 감정은 패배 같았다. 그러나 더 이상 지나간 과거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 남은 경기는 일본전 단 한 경기다. 중국과 북한전의 단점을 보완하여 일본전 승리를 위한 담금질에 매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만 또 다시 위기라는 소리와 함께 비판에서도 자유로워 질 수 있다. 일본전은 불과 4일 밖에 남지 않았고 승리 후 우승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김병윤(전 전주공고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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