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눈]한국이 러시아월드컵 희망소설 쓸 수 없는 이유
입력 : 2017.12.0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조편성 결과와 한국축구의 시련 함수관계

2018년 러시아 국제축구연맹(FIFA)월드컵 조 추첨이 완료됐다. 그동안 '설왕설래'에 휩싸였던 대표팀도 이제는 상대국들에 초점이 맞춰지는 가운데 필승해법에 대한 시나리오의 밑그림을 그릴 전망이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4년마다 개최되는 FIFA 월드컵을 앞둔 시점에서 매번 반복되며 기대와 희망을 높였다. 그러나 한국 축구는 이러한 기대와 희망과는 상반되게 FIFA월드컵 무대에서 2002년 한·일 FIFA 월드컵을 제외하고 초라한 성적으로 마침표를 찍는데 그쳤다. 그래서 이번 러시아 FIFA 월드컵만큼은 이러한 한국축구의 오점을 씻어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F조에 한국과 함께 편성되어 맞대결을 펼칠 독일, 멕시코, 스웨덴 등은 선수 구성과 전력 면에서 한국이 쉽게 넘볼 수 없는 강팀들이다.

이는 거꾸로 해석하면 한국이 약체라는 뜻이다. 한국 축구의 역대 FIFA 월드컵 대표팀 중 최강 대표팀은 2002년 한·일 FIFA 월드컵과, 1986년 멕시코 FIFA 월드컵에 출전했던 대표팀으로 평가된다. 이는 FIFA 월드컵 출전 최고 성적인 4강과 사상 첫 득점 및 승점 획득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반면에 러시아 FIFA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있는 대표팀은 아직까지 축구 기본 구성 요소인, 기술+전술+체력+심리적(정신력)면 등의 미흡으로 역대 대표팀 중 최약체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축구 최고의 경연장인 FIFA 월드컵 본선 무대에 서서 과연 기대와 희망의 축포를 쏘아 올릴 수 있을까?

축구는 공이 아무리 둥글다 해도 기본 요소인 기술+전술+체력+심리적 면 등이 갖춰지지 않으면 경쟁력의 우위를 확보하는데 한계성이 존재하는 스포츠다. 이를 직시할 때 축구 기본 구성 요소인 기술+전술+체력+심리적면 미흡에서 비롯된 경기력 저조는 물론 골 결정력 부족과 수비의 취약성, 그리고 프리킥, 코너킥 등 세트피스 부족의 약점을 안고 있는 대표팀으로서는 실로 독일, 멕시코, 스웨덴 등을 상대하기에는 버거운 상태다. 특히 한·일 FIFA월드컵과 멕시코 FIFA월드컵에 비교하여 확실한 수비의 리더와 최전방 공격수가 엿보이지 않는 다는 점은, 경기 분위기와 흐름에도 악영향을 가져다 줄 수 있어 이래저래 한국에게는 승부의 걸림돌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기에 현대 축구의 키워드인 압박과 스피드에 개인, 부분, 전체적으로 얼마나 부합하고 있는지도 의문점으로 남는다. 이제 더 이상 한국 축구의 특징인 투지 있는 축구는 세계 축구에 통하지 않고, 또한 대표팀이 의도하고 있는 포메이션과 스리백, 포백 등과 같은 전술 구도와 플랜B 등 변화 카드도 어디까지나 기술+전술+체력+심리적 면이 갖춰지지 않는 상태에서는 만족스러운 옵션이 될 수 없다. 누가 뭐라 해도 축구에서 승리 방정식은 기술+전술+체력+심리적 면의 완결체다. 그렇다면 한국축구가 왜 여전히 경쟁력에서 자유스럽지 못한가에 대한 정답은 명확히 드러난다. 솔직히 한국축구는 아직 축구 선진국이 아니며 오직 개발도상국일 뿐이다.

성과 위주 정책 NO, 유소년 축구 육성 YES

현실적으로 한국 축구는 세계 축구의 최고 경연장인 FIFA월드컵 무대에서 조별 리그를 통과하여, 16강 이상의 성적표를 받아들 정도의 제도와 정책, 행정은 물론 인프라 그리고 선수들의 능력이 성숙되어 있지 않다. 이런 현실은 한국 축구가 근본적인 축구 발전을 등한시한 채 FIFA월드컵과 같은 세계 메이저급 대회에서의 결과만을 중시하는 성과 위주 정책과 행정에서 비롯된 측면이 없지 않다. 뿌리가 튼튼하지 못한 나무는 결국 고사하고 만다. 축구도 그 예외는 아니다. 무엇보다 한국 축구가 FIFA 월드컵과 같은 세계 메이저급 대회에서 축구 선진국과 대결하여 경쟁력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선 축구 발전의 근간인 유소년 선수 발굴과 육성을 위한 제도와 정책 및 행정 그리고 투자가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이유는 한 나라의 축구발전과 성인축구의 경기 수준이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글로벌 축구 산업 시대다. 한국축구도 이에 동참하며 선진 축구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유소년 선수 육성 정책은 필연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점이 실행되지 않으면 한국 축구는 여전히 미래의 발전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며, 세계 메이저급 대회에서의 결과에 '일희일비' 할 수 밖에 없다. 한국 축구는 2014년 브라질 FIFA월드컵의 실패를 경험한지 불과 4년여 밖에 지나지 않았다. 이 4년여 동안 한국 축구는 발전을 위하여 과연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면 확실한 답을 얻기 힘들다. 결과적으로 한국 축구는 과거를 답습하며 4년의 허송세월 속에 실질적인 발전 없이 러시아 FIFA월드컵을 맞이하게 된 셈이다. 러시아 FIFA월드컵에 출전하는 대표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은 '인지상정'이며 낙관적인 사고력을 갖는 것 또한 궁극적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 한국 축구가 현실을 망각하고 의욕 욕심만 앞세워 FIFA월드컵에 무리한 도전을 계속하고 있지나 않은지 한번 곱씹어 볼 일이다.

한국 축구는 그동안 총 8차례 FIFA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여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FIFA월드컵과 2002년 한·일 FIFA월드컵에서 단 2차례 16강과 4강의 성적을 거뒀을 뿐, 나머지 6차례 FIFA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쓴맛을 보며 종합전적 6승 8무 15패의 전적을 기록하고 있다. 그중 홈에서 개최된 한·일 FIFA월드컵에서 기록한 4승을 제외하면 FIFA월드컵 원정 승리는 고작 2승에 불과하다. 이만큼 한국 축구는 세계 축구와의 실력 차이를 절감하고 있다. 러시아 FIFA월드컵 주사위는 던져졌다. 한국이 독일, 멕시코, 스웨덴 등을 상대로 하여 기대와 희망을 충족시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지금부터 중요한 것은 대표팀이 어떤 준비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하느냐에 달려있다.

FIFA 월드컵 도전과 발전의 과제

실로 축구의 구성 요소인 기술+전술+체력+심리적 면이 독일, 멕시코, 스웨덴보다 우위에 있지 않은 한국으로서는 준비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상대 팀에 대한 개인, 부분, 팀의 전술, 전략 분석은 기본이고 상대팀 감독의 축구철학과 성향까지도 분석 대상에 올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난 후 상대 팀을 의식하지 않고 대표팀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이를 바탕으로, 90분 경기를 소화할 수 있는 강한 체력을 갖춘 상태에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조직력 다지기에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경기의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수없이 많다. 그러나 이 많은 요소들을 90분 경기 동안 감독과 선수들이 인지한 상태에서 유효적절하게 경기를 마무리할 수는 없다. 문제는 우리가 해야 할 것을 90% 정도 가져가고 상대방에 대한 것은 10% 정도만 가져가야만, 전술, 전략은 물론 상황에 다른 플레이에 집중력을 배가시킬 수 있게 된다.

이는 선수들이 경기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면 상황 판단이 느려져서 플레이의 템포조절이 어려워지는 단점을 노출시키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색깔 없는 경기력으로 비판의 한복판에 서며 위기에 몰렸던 대표팀에게 새로운 코치 영입은 경험 부족과 전술적 부분의 강화 측면에서, 코칭스태프뿐만 아니라 팀 전체적으로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요소로 받아들여진다. 더불어 대표팀은 지난달 콜롬비아와 세르비아를 상대로 한 평가전에서, 1승 1무의 성과를 내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도 확인했다. 그래서 현재 잠재돼 있는 비판이 다시 붉어질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있다. 그것은 바로 12월 8일부터 16일까지 일본에서 개최되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풋볼 챔피언십에서의 경기력과 결과다. 만약 이 대회에서 경기력과 함께 결과가 좋지 않다면 대표팀은 또다시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그렇지만 러시아 FIFA월드컵을 불과 6개월여 남겨놓고 있는 현시점에서 볼 때, 대표팀이 설령 경기력과 결과의 두 마리 토끼를 잡지 못하더라도 그동안 드러났던 취약한 수비와 공격 전술 부분 및 프리킥, 코너킥 등 세트피스 문제점에 대한 시험에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어낸다면 이제 대표팀에 대한 비판은 종지부를 찍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이유는 더 이상의 비판은 단지 불필요한 소모전에 불과할 뿐 러시아 FIFA 월드컵을 위한 성장 동력이 되기 어렵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상대 팀들은 한국을 사실상 가장 만만한 '1승 제물'로 여기고 현미경 같은 분석과 준비를 하게 될 것은 틀림없다. 따라서 장점보다 약점이 더 많은 한국으로서는 '죽음의 조' '최상의 조'는 무의미하다.

조 추첨 후 "최상의 조는 아니지만, 최악의 조도 아니다" "독일, 멕시코에 만나봤고 지지 않았다" :해볼 만 하다" "첫 경기 스웨덴전이 관건" "독일과 마지막 3차전에서 맞붙는 건 변수" 등등 기대와 희망을 갖게 하는 언론 보도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는 오직 디펜딩챔피언 독일과 북중미의 강자 멕시코 북유럽의 강호 스웨덴 앞에서는 뜬구름 잡기식 소설에 불과하다. 냉철히 판단할 때 한국은 독일, 멕시코, 스웨덴과 맞대결하여 불명예를 먼저 생각해야 할 만큼 적수가 되지 못한다. 이는 러시아 FIFA월드컵 참가 32개국 중 FIFA 랭킹이 러시아 다음으로 낮은 것이 이를 증명하고 또한 러시아 FIFA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과 지난 10월 가진 유럽원정 러시아, 모로코와의 평가전에서 보여준 실망스러운 경기력과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다가올 러시아 FIFA월드컵에서 한국 축구가 비록 역경이 닥쳐올지라도 좌절하지 말고 과거와는 또 다른 발전을 위한 기회로 삼는, 미래지향적인 정책과 제도 및 선진행정 추진 그리고 투자가 뒤따를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경주할 필요성이 있다. 그것만이 곧 혁신과 쇄신 속에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한 정답이다. 한 국가의 축구에 대한 민족주의와 FIFA월드컵에서의 경험적인면 등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 축구는 일제 강점기 축구를 매개체로 민족정신을 일깨우며 설움과 울분을 토해냈다. 그 후 한국 축구는 30여 년 만에 FIFA월드컵 본선에 첫 출전 했고 이를 발판삼아 8연속 FIFA월드컵 본선 진출을 달성하며 '만천하'에 대한민국 국민과 한국 축구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드러냈다. 만약 앞으로 대한민국 국민과 한국 축구가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한국 축구도 언젠가는 60년 만에 FIFA월드컵 무대에서 볼 수 없게 된 이탈리아 축구와 같이 암흑기에 빠지며 대한민국 국민과 한국 축구는 편하지 않을 수도 있게 될지 모를 일이다.


김병윤(전 전주공고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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