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풋볼토크] 2017년 한국프로축구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입력 : 2017.10.2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성진 기자= 며칠 전 열렸던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자로 문재인 대통령이 등장했다. VIP의 시구는 안전을 이유로 사전 고지가 되지 않는다. 당초 이 경기의 시구자는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 선거 때 투표 독려 차원에서 투표율 1위 지역의 시구를 공약했다. 이번 시구는 공약 이행 차원에서 진행됐다. 그는 역대 5번째로 시구를 한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시구는 공약 이행에 따른 것이지만, 과거에도 대통령 시구가 있었기에 이를 본 뒤 바로 든 생각은 프로축구에서 대통령 시축을 보는 것이었다. 언제부터인가 국가 지도자의 모습을 축구장에서 만나는 일이 사라졌다. 물론 시장, 도지사의 모습은 자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시도민구단의 구단주 역할을 위해 찾는 것이다.

과거에 시축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축구장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에는 대통령배 국제축구대회라는 친선 A매치 대회가 있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한 대통령 시축 행사가 있었다. 박정희, 전두환, 김영삼 전 대통령 등은 시축을 위해 그라운드에 모습을 보였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대표팀을 응원했다. 2005년에는 광복 60주년을 기념해서 남북 통일축구가 열렸고, 노무현 대통령이 관전하기도 했다.

지난 5월 국내에서 열린 U-20 월드컵 때 대회 조직위원회는 문재인 대통령 초청을 계획했다. 하지만 여러 사항이 맞지 않아 무산됐고 이낙연 국무총리가 결승전 참관으로 대신했다. (참고로 문재인 대통령은 야구만큼 축구도 좋아한다. 대통령 당선 전인 지난 1월 발간한 자신의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그는 “(축구를 할 때) 미드필더, 옛날에는 센터하프라고 했다. 반대표로도 뛰었다”고 적었다. 또한 부산법조인체육대회 축구 최우수선수상도 받는 등 축구에 대한 애정이 크다)



반면 프로축구 경기장을 찾은 기록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전현직 대통령 중 프로축구 경기장을 찾은 이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고교 때부터 축구부 골키퍼로 뛰었을 만큼 평소 축구에 대한 애정이 깊었던 그는(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8 서울 올림픽 준비하던 대표팀의 경기를 TV로 보다 전화를 걸어 작전 지시를 내렸다는 일화도 있다), 1983년 5월 8일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의 출범 첫 경기인 할렐루야와 유공의 개막전을 관전했다.

김영삼 대통령의 경우 1995년 10월 1일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대표팀과 보카 주니어스의 친선경기에서 시축을 한 적도 있다. 당시는 아르헨티나의 카를로스 메넴 대통령도 방한했었고, 2002 월드컵 유치로 인한 우호 분위기 조성이라는 뒷배경이 있었다.

그리고 프로축구가 대한민국에서 가치를 인정 받는 스포츠인가 하는 물음표가 떴다.

솔직히 산업의 관점에서 볼 때 야구나 축구나 모두 적자 투성이다. 그럼에도 프로야구는 자신만의 가치 창출에 성공했다. 프로스포츠팀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수익 창출을 볼 때 분명 프로야구는 고가의 상품이 됐다. 특히 포스트시즌은 단순히 프로야구의 우승팀을 가리는 경기가 아닌 매년 가을에 벌어지는 범국민적인 이벤트로 자리잡았다. 미국 NFL의 결승전이라 할 수 있는 슈퍼볼이 미국 최대의 이벤트인 것처럼 말이다.

프로축구도 가치를 드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여러가지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고 실천에 옮기며 현재보다 더 나은 프로축구를 만들려고 한다. 각 팀 종사자들은 발품을 팔아가며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외려 프로축구는 대중이 진입하기 힘들어 하는 스포츠가 되는 분위기다. 대중이 좋아하는 축구와 프로축구를 보는 인식 간극이 너무 큰 것이다. 이는 프로축구의 브랜딩과 이미지 구축이 여전히 명확하지 못하다는 것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대중이 바라보는 프로축구는 모호하고, 쉽게 와닿지 않은 스포츠다. 것이다. 불명확한 이미지는 대중과 멀어지고, 마니아에 집중하게 된다. 폭넓은 경쟁력은 사라지고 관심도 떨어진다.

브랜딩과 이미지 구축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프로축구는 그러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시구 모습을 보고 가만히 부러워만 할 수는 없다.

프로축구 경기장에서도 대통령의 시축이 연례 행사처럼 열리게 해야 하지 않을까?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청와대 페이스북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