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택의 비즈니스 풋볼]우리 모두 축구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입력 : 2017.10.1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또 다시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의 위업이라고 말하 것은 적어도 며칠 전 러시아, 모로코와의 A매치를 보면 협회의 면피성 자화자찬으로 들릴만하다. 그 정도의 실력이라면 유럽 변방에서는 단 한 번도 월드컵에 참가하기 어렵다. 자랑할 만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자랑은 ‘AFC 아시안컵 대회’에서나 어울리는 말이다. 본선에 나가는 것을 자랑으로 알기 전에 어떤 노력이 있어야 본선에서 성적을 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누구도 사려 깊지 못하다.

전에도 말한 바 있지만 스포츠 경기는 경쟁을 통해서 자신이 우위에 있음을 증명해 보이는 동시에 패자는 패배를 통해 후일의 승리를 도모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다는 말은 당치 않다. 자칫 그런 말은 패자의 변명으로 들릴 수 있으며, 승부야 아무려면 어떤가 하는 경쟁의식의 뇌사상태로 읽힐만하다.

이제 와서 러시아와 모로코의 대표 팀 경기를 논하는 것은 의미 없지만, 그것은 승패에 관한 문제고, 지도자나 선수나 ‘이게 축구냐’는 비아냥을 들어도 좋을 만큼 철학도 개념도 없어 보이는 경기를 한 것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

그날 밤 감독 못지않게 많은 사람들이 잠을 이루지 못한 것은, 감독과는 그 원인이 다르겠지만, 마치 승리를 간절하게 원하는 그래서 전술도 전략도 필요 없다는 식의 축구를 본 때문이다. 선수들의 ‘감독 구하기’ 경기 정도로 보였다면 지나친 말일까.

월드컵에 한 번 더 참가하고 그 결과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축구 백 년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 지도자를 양성하고, 유소년 유망주를 발굴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며, 현재 운영되고 있는 축구행정 전반에 걸쳐 점검을 해야 한다. 경기인 출신 축구 인들이 협회를 장악하고 이끌어 가는 것이 효율적인지도 검토되어야 한다. 각성하고 물러나라는 말이 아니라 되돌아보고 잘잘못을 따져 바로 잡으라는 말이다.

더뎌도 괜찮다. P. 드럭커 교수의 ‘뒤뚱거려도 앞으로 나가는 것이 빨리 뛰어가는 것보다 낫다’는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늦었을 때라는 것을 알았을 때가 가장 이른 때’라는 말도 들어둘 만하다. 아홉 번이나 그것도 연속적으로 월드컵 본선에 참가했다면 그 정도는 깨달았어야 배움이 있는 것 아닌가.

축구는 몇 년 안에 없어질 경기가 아니다. 아예 관심 밖에 둘 것이 아니라면 이제는 연속 참가기록은 접어두고 단 한 번 참가를 하더라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열 번을 참가하고도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다고만 할 것인가.

최호택(S&P 대표)
사진=스포탈코리아 DB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