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눈]신태용호, 11월 국내평가전 반전 가능성 있을까
입력 : 2017.10.1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한국축구 더 어둡고 깊은 늪

결론적으로 신태용호의 러시아(7일), 모로코(10일)와의 유럽 원정 평가전은 시기적으로나 명분, 분위기 면에서 볼 때 결코 바람직한 평가전이 아니었다. 러시아는 선수의 기량과 팀 조직력, 압박 등에서 평범한 팀이었고, 모로코는 경기에 임하는 의미와 동기부여가 부족한 2진 팀이었다. 그렇지만 신태용호는 이런 팀을 상대로 경기 내용과 결과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 커녕 오히려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어, 앞으로 신태용호에 대한 논란과 불신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된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축구가 '최악의 위기' 속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사실 이번 유럽 원정 2연전은 신태용호에게 곧 위기이자 기회였다. 만약 좋은 경기 결과와 경기력이 나오지 않거나 또 선수들이 FIFA월드컵 본선을 대비한 국제 경쟁력을 보여 주지 못한다면 신태용호는 더욱 깊은 나락으로 빠질 것이 자명했고, 그 반대의 모습을 보인다면 신뢰를 잃어버린 축구 팬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되돌릴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신태용호는 희망을 보여주지 못한 채 결국 공격축구에 대한 민낯만 고스란히 드러내는데 그쳐, 축구 팬들의 불신 분위기를 전환하는데 실패했다.

■ 답답한 공격, 모래성 수비

물론 이번 평가전이 일본, 중국, 유럽 등 해외파 중심으로 불과 1주일여 밖에 훈련을 소화하지 못하고 치른 경기여서 신태용호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를 하기에는 무리라는 측면이 없지 않다. 더불어 해외파 선수의 경기력 점검과 테스트로 인한 옥석가리기와 러시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본선 준비 일환 성격의 경기였다는 점에서 경기 내용과 결과보다는 선수 개개인의 경기력과 경쟁력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그 보다는 우선 신태용호에게 주어진 시급한 과제는 러시아 FIFA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 보여준 무기력한 경기력을 극복하는 것이었다. 처음으로 실험에 나섰던 신태용호의 유럽 원정 2연전은 무기력한 경기의 해법을 찾지 못하는 답답한 개인, 부분, 전체적인 경기력과, 두 경기 7실점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며 숙제는 풀기는 커녕 더 큰 숙제만 안게 됐다.

공격에서의 빠른 스피드 및 템포조절 그리고 공격라인 간의 유기적인 변화 있는 플레이, 프리킥. 코너킥 등 약속된 패턴 플레이가 신태용호에 절실하다. 만약 이 같은 면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공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없고 또한 골 결정력 부족에 대한 숙제도 풀 수 없음은 자명하다. 언제까지 골 결정력 부족의 이유와 원인을 스트라이커 탓만 할 수는 없다. 솔직히 현 한국축구 현실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 스트라이커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공격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조직력을 향상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만 전력을 극대화하여 신태용 감독이 주장하는 공격축구에 방점을 찍을 수 있다. 수비 역시도 스리백, 포백의 실효성과 풀백자원 부족을 논하기 이전에, 대인마크 능력과 조직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방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고질적인 수비 불안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힘들다.

유럽 원정 2연전에서 신태용호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부문은 바로 선수들의 경기운영 미숙과 잦은 실수였다. 이는 전적으로 선수들의 개인 기량과 경기경험 부족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서, 수비의 위치선정 미흡과 집중력 부족도 이에 해당한다. 특히 모로코와의 대전에서 한국 선수들은 개인적인 스피드와 압박에서도 절대적인 열세를 드러내며, 러시아 FIFA월드컵 본선 무대에서의 경쟁력 전망을 어둡게 했다. 분명 경기는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다. 그러나 신태용호의 유럽 원정 2연전은 아무리 해외파 위주로 구성된 반쪽짜리 신태용호라 할지라도, 신태용 감독의 전술, 전략과 더불어 경기내용 및 결과는 축구 팬들의 비난과 비판을 벗어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안일한 평가전 '약' 아닌 '독'

사실 신태용호는 러시아 FIFA월드컵 본선 진출 후 곧바로 엄습한 예기치 않은 논란으로 기쁨과 희망을 잃었다. 따라서 신태용호에는 여유 속에 반성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러시아 FIFA월드컵 본선 진출 후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신태용호의 유럽 원정 평가전이 추진됐다. 여러모로 현실은 신태용호 편이 아니었다. 굳이 일본의 11월 브라질, 벨기에와의 유럽 원정 평가전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신태용호에의 10월 유럽 원정 2연전은 성급한 측면이 없지 않은 평가전이었다. 이제는 신태용호의 유럽 원정 2연전은 지나간 과거다. 진정 선수 점검과 테스트 및 러시아 FIFA월드컵 본선 대비 해법을 찾는다는 명분은 빛을 잃었다.

더 이상 논할 필요성도 없이 유럽 원정 2연전에서 신태용호는 가장 명분없는 경기를 하고 가장 의미 없는 성과를 내며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 준비되어 있지 않은 선수들은 경기가 갖는 중요성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경기에 임하는 강한 목표 의식을 갖고 있지 않아 국제 무대에서 여전히 경쟁력 부족이라는 걸 증명해 보였다. 신태용호에게는 준비되지 않은 유럽 원정 2연전에서와 같은 가시적인 명분 찾기보다 더 중요한 목표는 따로 있다. 그것은 12월 한국, 북한, 일본, 중국이 참가하여 개최되는 동아시안컵(일본 12월8일~16일)에서 공수가 안정된 막강 팀 전력으로 신태용식 공격축구를 펼쳐 발전의 성과물을 얻는 것이다. 이는 곧 축구 팬들로 부터 비난과 비판에 직면해 있는 신태용호의 시련을 극복하기 위한 최상의 방법이기도 하다.

굳이 신태용호가 유럽 원정 러시아와 모로코전에 2-4, 1-3의 완패를 당했다고 해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얻은 것은 없고 잃은 것이 더 많아서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한국축구는 FIFA 랭킹 56위인 모로코 2진에게 까지 짓밟히고 농락당하며 세계축구 흐름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그동안 언론의 부정적인 기사와 함께 축구 팬들은 물론 일반 네티즌까지 온라인상에서 신태용호를 신랄하게 공개 비판하며 불신감만을 키웠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태용호의 유럽 원정 2연전의 경기력은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는 메아리와 같은 존재였고, 또 다른 면에서 한국축구를 자꾸만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평가전에 불과했다.

■ 신태용호 11월 국내 평가전 모습 다를까

축구는 비록 감독의 지도력과 선수의 능력이 조금 부족하다 하더라도 경기에 대한 여건과 분위기, 아울러 선수들의 동기유발이 충만된 상태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며 한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다면 선수들이 그 이상을 해낼 가능성도 있다. 현재 신태용호에게는 바로 이점이 요구되고 시급한 해결 과제로 대두된다. 신태용호는 힘겨운 과정을 겪었으나 어쨌든 천신만고 끝에 9회 연속 FIFA월드컵 본선행에 성공했다. 그럼에도 기다리고 있던 것은 격려나 응원이 아닌 비난과 비판 뿐이었다. 원인은 답답한 경기력이 불씨가 됐고 또한 생각지도 못했던 '히딩크 논란'이 붉어지며 분위기도 심상치 않아졌다. 여기에 유럽 원정 2연전은 불씨에 기름을 붙는 악재로 작용했고 급기야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실로 신태용호는 침몰 직전의 '탓' 많은 배와 같다. 이런 '탓' 많은 배에 돛을 내린다고 무사항해를 할 수는 없다. 근원적인 '탓'을 치유할 수 있는 메스를 가해야만 신태용호는 격랑의 고비를 넘어 등을 돌렸던 축구팬들로 부터도 절대적인 신뢰를 받는 가운데, 2018년 러시아 FIFA월드컵 항구에 무사히 도착하여 세계축구와 당당히 맞서 승승장구 할 수 있다. 누가 뭐라해도 그동안 한국축구는 잘못된 현상이 올바른 판단의 위에 군림하며, '운명' '위기' '간절함' '절박함' '긴박함' 등등의 단어를 쏟아내게 했다. 이 전철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 순간부터 신태용호에 발전의 돛을 올리기 위한 수단과 방법의 조치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여 진다. 실로 유럽 원정 2연전에서 얻은 한국 축구의 현실은 처참하고 신태용호의 모습은 만신창이 그 자체다. 이런 한국축구를 신태용호는 과연 11월 예정되어 있는 국내 평가전에서 반전시킬 수 있을까, 축구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병윤(전 전주공고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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