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풋볼토크] 15년 묵은 ‘히딩크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입력 : 2017.09.0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성진 기자= 거스 히딩크 감독 측의 A대표팀 관심 발언 하나가 한국 축구계를 뒤흔들고 있다. 히딩크 감독이 나서서 대표팀을 맡아주면 2002 한일 월드컵 4강 때처럼 내년에 열릴 2018 러시아 월드컵 때도 대표팀을 우수한 성적으로 이끌 것 같다는 기대심 때문이다.

그런데 절묘한 타이밍에 히딩크 감독 측의 반응이 나왔다. 대표팀이 우즈베키스탄에서 월드컵 본선 확정을 결정한 6일이었다. 미우나 고우나 ‘내 팀’인 대표팀이 2년의 시간동안 고생해서 따낸 본선행 티켓의 기쁨을 누리는 것도 잠시였다. 여론은 히딩크 감독 측의 반응이 나온 그 순간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보이며 히딩크 감독의 대표팀 감독 재취임을 바라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어불성설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전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최종예선 내내 부진했고, 뒤를 이은 신태용 감독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기력을 펼쳐 다들 실망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히딩크 감독이 만병통치약처럼 모든 것을 해결해줄까? 절대 불가능하다. 히딩크 감독이 한일 월드컵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한국 축구 전반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 과거와 달라진 대표팀 소집 환경
2000년 12월 히딩크 감독이 부임 했을 때 조건은 ‘원하는 대로 선수를 소집해서 훈련하고, 원하는 대로 해외 원정을 포함해 A매치 경기를 한다’였다. 대한축구협회는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 K리그 각 구단들도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그래서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대표팀 장기 합숙 훈련이 이루어졌다. 또한 전 세계를 돌며 A매치를 치러 경기력을 향상했다.

물론 히딩크 감독의 전략, 전술과 탁월한 리더십이 한일 월드컵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그러나 한국 축구 전반의 희생이 없었다면 히딩크 감독도 그러한 성공을 거둘 수는 없었다.

지금은 국제축구연맹(FIFA)와 협회의 A매치 소집 규정을 철저히 따라야 한다. 히딩크 감독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대표팀 강화를 위한 합숙훈련을 한다고 토트넘에 손흥민을 한 달씩 차출을 요청할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하다.



▲ 히딩크 감독은 이미 지는 해다
감독 선임의 가장 중요한 것은 최근의 모습이다. 히딩크 감독은 2015/2016시즌 첼시 임시 감독을 마지막으로 현장을 떠났다. 1년의 공백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최근 몇 년간 히딩크 감독이 과연 성과를 냈느냐다.

하위권에 처졌던 첼시를 맡아 10위로 시즌을 마쳤던 2015/2016시즌은 논외로 치자. 직전 팀이었던 네덜란드에서는 성적 부진으로 사임했다. 네덜란드축구협회는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4강에 올려놓은 히딩크 감독의 실력을 믿고, 2014 브라질 월드컵 이후부터 지휘봉을 맡겼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첫 경기부터 패하면서 부진한 출발을 보였다.

바닥으로 떨어진 네덜란드는 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히딩크 감독은 유로 2016까지 되어 있던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취임 1년 만에 물러났다. 당시 네덜란드 언론은 “최악의 경기력, 미드필드 싸움에서 패하며 현대축구를 따라가지 못하는 전술” 등으로 혹평했다. 2014년 11월 네덜란드 ‘알헤메인 다흐블라트’는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에서는 어설픈 성과로 욕 먹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신 같은 존재”라는 표현을 할 정도였다.

2010년 8월부터 터키 감독도 맡았지만 결과는 유로 2012 본선 진출 실패였다.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안지에서도 2년을 보냈지만 우승이라는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 그래도 히딩크를 활용하는 방법
여전히 히딩크 환상에 젖어 있는 이들이 많다.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히딩크 감독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그가 갖고 있는 인적 네트워크다.

히딩크 감독은 2006년 7월부터 4년간 러시아 감독을 했고, 안지 감독도 맡았다. 첼시 구단주이자 러시아 석유사업 재벌인 로만 아브라모비치와 두터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것을 보면 떠오른 것이 있지 않은가? 월드컵을 대비한 현지 준비다.

히딩크 감독은 돌다리 삼아 대표팀이 충실하게 월드컵 준비를 진행할 수 있다. 10월에 러시아와 평가전을 추진하는 것도 히딩크 감독의 연이 컸다는 후문이다. 9개월 남은 월드컵을 철저히 준비하려면 러시아를 잘 알고, 러시아 내부에 인적 네트워크가 있는 히딩크 감독을 활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또한 대표팀에서 문제점을 드러난 시스템 부재도 히딩크 감독의 도움으로 보완할 수 있다. 팀은 감독 혼자서 이끄는 것이 아니다. 전문성을 가진 코치와 지원 스태프가 필요하다. 한일 월드컵 성공의 뒤에는 히딩크 감독을 도왔던 핌 베어벡, 압신 고트비 등 수많은 전문가 그룹의 존재가 있었다.

홍명보 감독도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히딩크 감독의 도움으로 안지에서 지도자 연수를 했다. 안톤 두 샤트니에 전력분석 코치가 브라질 월드컵 직전 홍명호 감독의 코칭스태프에 합류한 것도 안지에서 두 샤트니에 코치가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던 것이 컸다.

누구보다 러시아를 잘 아는 히딩크 감독은 이럴 때 활용하는 것이다. 게다가 히딩크 감독은 2011년에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의 요청으로 대표팀 명예감독을 이미 수락하지 않았는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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