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눈]신태용호 오늘을 즐기되 잃은 것을 잊지마라
입력 : 2017.09.0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던 한국축구가 기사회생했다. 신은 맨 마지막에서야 한국에 9회 연속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본선 진출의 문을 열어줬다. 하지만 한편으로 한국축구가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나 하는 자괴감은 지울 수 없다. 신뢰와 믿음을 잃은 경기력과 선수들의 부상 그리고 실언 논란에 만신창이가 된 대표팀은 말 그대로 간절함과 절박함 만이 차고 넘쳤다. 여기에 여우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신태용 감독 조차도 9차전 이란전에서는 이를 무색케 하는 지도력으로 승리에 대한 불확실성을 안겨줬다.

그러나 모든 것이 어긋나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보이던 2018년 러시아 FIFA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A조) 10차전, 우즈베키스탄과의 일전에서 한국은 여전히 공격전술의 부재로 인한 득점에 실패하며 0-0 무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원정 경기라는 불리함에 발목을 잡혔던 신태용호는 경기 시작과 더불어 그 어느 경기보다도 높은 긴장감이 엄습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체 경기 방법의 선택 즉, 공격적이냐 수비적이냐 하는 전략은 차후의 문제였고, 침착성과 냉정함만이 요구되는 경기가 필요했다. 결국 그 같은 경기의 꼭짓점에는 선취득점과 무실점이라는 상반된 결과론이 자리 잡았다.

그동안 대표팀은 2018년 러시아 FIFA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중원을 제외한 공격에서의 골 결정력 부족과, 수비 취약이라는 꼬리표로 인하여 급기야 복잡한 '경우의 수'까지 몰리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이런 측면에서 우선 먼저 신태용 감독은 수비라인의 포백 카드를 버리고 김영권, 김민재와 함께 장현수를 포어 리베로로 기용하는 변형 스리백 카드로 미드필더 오딜 아흐메도프와 세르베르 제파로프의 특정 선수에 의해 구사되는 패스 위주의 플레이와 미드필드에서 간헐적으로 시도되는 롱 패스에 의한, 우즈베키스탄의 공격 전술을 유효적절하게 차단하고 전후반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내는 안정된 수비력을 과시했다.

기성용의 부상으로 결장한 중원은 이란전에서 드러난 구자철의 역할 문제점으로 과연 우즈베키스탄전에, 공수 역할의 키 플레이는 누가 기용될까 하는 점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신태용 감독은 정우영을 선택했고, 정우영은 우즈베키스탄의 플레이메이커 오딜 아흐메도프의 패스웍을 차단하는 수비력과 함께, 후반전 체력 저하로 경기력 난조를 나타낸 우즈베키스탄 발목을 잡는 많은 활동량으로, 한국의 전체 경기력을 강화시키며 새롭게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는 활약을 펼쳤다.

공격라인에서는 대표팀에서 만큼은 명성에 걸맞지 않은 부진한 플레이로 일관했던 손흥민은 집중 견제를 받는 상황에서 원톱 황희찬과 함께 9경기 7실점이라는 우즈베키스탄의 수비 취약성을 적극 공략하는 개인 플레이 구사는 물론 부분적으로도 조직적인 연계 플레이를 펼쳐 그 어느 경기보다 팀 공헌도가 높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3-4-3 포메이션 하에서 한국이 전반전 부진을 털어내고 후반전에 전반전과는 상반되는 압도적인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우즈베키스탄의 체력저하 원인도 기인하지만 그 보다는 이근호, 염기훈, 이동국 등 노장들의 활약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비록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즈베키스탄의 밀집수비를 농락하는 크로스와 돌파 그리고 결정적인 슈팅을 시도하며 자신들의 녹슬지 않은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

분명 우즈베키스탄과의 맞대결은 '단두대 매치'였다. 그만큼 중요했고 만약 패하게 되면 한국축구에게 대재앙이 업습해 올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단 2경기 만으로 한국축구 운명을 바꿔야할 책임을 진 신태용 감독에게 걸었던 승리에 대한 기대는 어쩌면 사치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태용 감독은 수비 위주의 역습 축구에 능한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비록 위험 부담이 컸지만, 후반전 우즈베키스탄의 체력저하를 이용하는 선수 교체와 윙백 김민우와 고요한을 적극적으로 공격에 참여시키는 효과적인 작전과 지략을 펼쳐, 선수들에게는 더 큰 희망을 자신에게는 더 큰 명예를 국민에게는 더 큰 애정의 호사를 누리도록 했다.

벼랑끝에 몰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던 한국축구 운명은 비록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월드컵에는 나가게 됐다. 돌이켜 보면 2018년 러시아 FIFA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여정은 가시밭길이었다. 정말 답답했고, 무기력했고, 험난했고, 간절했다. 그래서 한국축구는 얻은 것 보다 잃은 것이 더 많고 한편으로 풀어야 할 숙제와 과제를 한아름 떠안게 되는 여정이기도 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10경기를 통하여 드러난 한국축구의 모든 문제점에 대하여 철저히 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에는 대표팀뿐만 아니라 협회도 포함된다. 2018년 러시아 FIFA 월드컵 본선까지는 앞으로 9개월가 남았다.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비록 한국축구가 자력이 아닌 이란의 힘을 빌어 9연속 FIFA월드컵 진출을 성취할 수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한국축구가 2018년 러시아 FIFA 월드컵 본선 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승리에 대한 집중력을 잃지 않고 투혼을 발휘한 선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FIFA월드컵 본선 무대에 선다는 것은 기뻐할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다만 한국축구가 기쁘다고 2018년 러시아 FIFA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여정에서 잃은 것을 모두 잊으면 안 된다. 신태용호는 당분간 오늘은 즐기고 내일은 웃어도 좋다. 그리고 난 후 축구의 구성 요소를 갖추고 이를 토대로 조화를 이뤄 이기는 축구에 매진 하여야 한다.

김병윤(전 전주공고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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