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생각] 창조적인 축구에 무엇이 필요할까
입력 : 2017.07.1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우리는 흔히 축구의 기술적 요소인 패스, 드리블, 킥, 헤더 등을 이용하여 볼을 차고 달리는 플레이만이 축구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생각은 잘못된 생각으로 선수가 경기에 임하여 가만히 서 있는 것도, 때로는 축구에서 필요로 하고 또한 요구하고 있는 플레이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서 있는 행동에는 분명히 선수 자신이 의도하고 있는 플레이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경기 중 선수의 동작은 볼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축구가 갖고 있는 특성상 11명의 모든 선수가 볼을 중심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때에 따라서는 볼과 관련 없이 무의미하게 움직이는 선수도 있지만, 공격 시 공격 플레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수비 포지션의 일부 선수는 서 있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 같은 행동은 '경기에 임하여 축구만 생각하고 축구만 해라'라는 말에 정면으로 배치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체력안배를 위해서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행동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축구 경기장의 터치라인 길이는 보통 105×110m다. 이에 공격과 수비 플레이를 위해서 선수의 움직임은 단 몇 초면 충분하다. 그래서 공격과 수비 시 수비수들은 여유를 가져서는 안 되며 쓸데없는 행동과 동작도 있어서는 안 된다. 물론 90분 경기 동안 플레이를 위하여 포지션에 관계없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동작을 취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비록 볼을 소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전체적인 경기 양상과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포지션의 역할에 대한 다음 동작 준비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는 경기 양상과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며 더불어 스스로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선수는 경기 중 항상 볼을 소유한 선수의 행동을 예의 주시하고 플레이의 방향과 더불어 예측을 하여야 하며 아울러 볼 소유자와 그 외 동료 선수들과의 거리와 라인도 유지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공격과 수비 시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신속한 동작으로 플레이에 관여할 수 있다.

이 같은 준비 태세는 창조적인 플레이의 첫 걸음이다. 분명 축구의 특성은 선수의 스피드 있는 동작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90분 경기 동안 상황의 변화가 연속되기 때문이다. 그 상황이란 선수들의 숫자, 포지션의 조합과 조화 그리고 선수 개개인의 기술적인 특성에 따라 바뀌게 된다. 가령 상대편이 윙 포워드의 스피드와 돌파 등을 특기로 한 크로스 위주의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면 다음 공격 형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그 같은 예측을 근거로 수비에 대한 대응 전술 및 작전과 대처 방법을 미리 마련할 수 있다. 축구에서 전술 및 작전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전술 및 작전을 염두에 두고 실시하는 훈련은 대부분 그 어떤 상황을 가정하고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경기에서의 실제 상황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선수 개인은 결코 쉽지는 않지만 경기 양상을 계속 머릿속에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선수의 창조적이고 능동적인 축구와 일맥상통하는 부문이다.

선수의 창조성과 능동성은 공격수와 수비수에 국한되지 않는다. 포지션에 관계없이 필요하며 경기 흐름을 스스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해주고, 어떤 상황에서도 신속한 동작으로 플레이에 철저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긴장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준다. 그래서 선수는 경기에 임하여 단 한 걸음을 움직이더라도 무의미한 동작을 삼가하고, 오직 동작 하나에도 의미가 있는 동작을 취할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바로 두뇌 회선이 빠른 선수로 평가 받을 수 있는 지름길이며 축구를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경기에 임하여 선수가 창조성과 능동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험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경험 외적인 면에서 먼저 상황에 따른 플레이와 동작의 이해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축구는 상대방의 압박 속에서 시간과 공간을 점유하기 위하여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의 연속이기 때문에, 선수가 창조적이고 능동적인 플레이를 펼치는데 그 어느 스포츠보다도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이미지트레이닝에 소홀해서는 안 되며 아울러 VTR 같은 미디어를 이용하여 플레이와 동작의 이해력을 높일 수 있도록 힘쓰고, 또한 지도자는 물론 팀 동료와의 미팅을 통해서도 왜, 무엇을, 어떻게 라는 해답을 도출해 낼 수 있도록 하는데 매진하여야 한다. 선수는 이 같은 노력 속에서 이해력이 증진되어 창조적이고 능동적인 플레이와 동작 향상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궁극적으로 축구를 쉽게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김병윤(전 전주공고 감독)
사진=스포탈코리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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