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생각] 한명의 유능한 지도자가 열명의 훌륭한 선수를 육성한다
입력 : 2017.06.2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 슈틸리케 축구의 허상과 몰락

한국축구가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8차전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2-3의 충격 패를 당하면서, 종합성적 4승1무3패 승점 13점으로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에 경우의 수까지 따져야 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했다. 이처럼 한국축구가 불투명한 상황에 직면한 이유와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그 이유와 원인에 대한 '설왕설래'하지만 그러나 무엇보다 대한축구협회가 축구발전을 위한 근본적인 정책 추진을 소홀히 하고, 오직 대표팀 위주 정책추진 과정에서 감독 선임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한국축구는 2014년 브라질 FIFA월드컵이 끝난 후 슈틸리케 감독을 선임,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체제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투명성이 확보된 검증절차 없이 갑자기 한국축구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된 슈틸리케 감독은, 그러나 짧은 재임 기간에도 불구하고 2015년 1월 아시안컵 준우승과 8월 동아시안컵 우승 및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전에서, 과거의 아시아축구 맹주다운 모습으로 8전 전승에 무실점이라는 성적을 거둬 그야말로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갓틸리케'라는 애칭까지 얻는 영광을 누렸다.

이점에 고무된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선발 원칙과 점유율 축구를 표방하며, 지도자로서 자신의 철학과 지도력이 검증된 명장으로 포장하므로 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전에서, 8경기를 소화하면서 자신의 선수선발 원칙과 지도력이 모두 허상임을 드러내며 실망스러운 경기 내용과 결과로 급기야 6월15일 해임되는 불명예를 안고 말았다.

◇ 근시안적인 대표팀 운영 정책의 실패

이 같이 되풀이 되는 한국축구의 슬픈 현실과 외국인 감독의 잔 혹사는 누가 뭐라 해도 대한축구협회의 근본적인 발전을 위한 '장기 플랜' 정책 추진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근시안적인 대표팀 운영 정책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는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후 지도력이 검증되지 않은 슈틸리케 감독을, 대표팀 감독에 선임 한국축구대표팀 최장수 감독이라는 왕관까지 씌워주며 경질 상황에서도 유임까지 결정하는 믿기 어려운 정책을 추진했다. 결론적으로 이 같은 대한축구협회의 정책은 실패로 끝났고, 신뢰성은 또 한 번 땅에 떨어지며 한국축구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상황을 초래했다.

지금 대다수 축구인과 지도자, 그리고 축구팬들은 이 같은 대한축구협회의 일방적인 정책으로 인한 실패를 되풀이하기 보다는, 이제는 축구 발전을 위한 현실적이고도 타당성이 전제된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 공감대의 우선은 대한축구협회의 대표팀 감독 선임 건에 투명성을 띄어야 하고, 또한 선임 결정도 대한축구협회 수뇌부와 기술위원장 등 특정인 몇 명에 '좌지우지(左之右之)'되던 방식에서 탈피하여, 기술위원은 물론 대표성을 띄는 축구관련 전문가 그룹과 기타 등이 다수 참여하여 확실한 검증 시스템을 구축 선임하는 방법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재 기술위원회가 대표팀 감독 선임 건 이외에 한국축구 발전에 구체적이고도 특별하게 공헌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에 비춰, 기술위원회도 연령대별로 구분하여 구성 이들의 전문성 있는 연구와 노력 및 분석으로 기술 그리고 전술, 기타 등등을 토대로, 연령대에 맞는 차등성에 의한 통일성 훈련의 체계화를 추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분명 한국축구 발전의 키워드는 대표팀 운영과 외국인 감독이 아닌 유소년과 청소년축구라고 볼 때, 이 같은 방법의 정책 추진은 바람직하며 궁극적으로 무조건적인 축구선진국의 모방을 벗어난 한국적인 특성 즉, 국민성과 문화, 그리고 선수들이 지니고 있는 특성까지 아울러 축구발전을 성취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받아들여진다.

◇ 축구발전을 위한 '장기 플랜' 정책 필요

사실 한국축구는 2002 FIFA 한. 일 월드컵 이후 대표팀 사령탑은 오직 외국인지도자여야 한다는 등식이 성립되어 있다. 이는 전적으로 거스 히딩크 감독에 대한 영향이 크다. 그래서 대표팀 감독은, 파울루 쿠엘류-조 본프레레-딕 아드보카트-핌 베어벡-울리 슈틸리케 계보로 이어져 왔다. 그러나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외국인 감독은 중도 해임을 피할 수 없었고 그때마다 한국축구는 큰 파장에 휩싸이며, 외국 언론으로 부터도 한국 대표팀 감독 자리는 '독이 든 성배'라는 조롱을 들어야만 했다. 이는 곧 대한축구협회가 대표팀 외국인 감독 선임에 있어서, 보다 투명하고 냉철한 잣대의 검증에 실패했다는 것을 입증한다.

결국 이 같은 난맥상 때문에 한국축구는 대표팀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一喜一悲)' 되는 결과가 되풀이 되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발전을 위한 중요성과 현실적인 문제점에 등을 돌린 채 개선과 변화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굳이 이번 슈틸리케 감독의 해임 건이 아니더라도, 이제 대한축구협회는 축구 발전에 역행하는 지속성과 연속성의 '장기 플랜'이 뒷받침 되지 않는 정책에 고리를 끊어야 한다. 한국은 FIFA 랭킹 89위(2017년6월)를 기록하고 있는 카타르전 경기와 더불어, FIFA U-20 월드컵 2007에서 보여준 한국 선수들의 기량과 전술 소화능력은 실망을 넘어 우려스러울 정도였다.

이에 한국축구 발전에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현안 사항은 선수들의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지도자 육성과 지도력 향상을 위한 대한축구협회의 실효성 있는 정책 실행이다. 이를 직시할 때 현재 대한축구협회가 지도자들의 지도력 향상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지도자 교육 역시 개선 방안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만약 앞으로도 대한축구협회가 단지 '지도자 교육에 의한, 지도자 교육을 위한' 효과적이지 못한 정책 실행으로 서만 일관한다면, 한국축구 발전은 쉽게 성취될 수 없고 더불어 이를 바라는 것 또한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 지도자 육성의 당위성

선수들의 기량 향상은 지도자의 질 높은 지도력과 비례한다. FIFA U-20 월드컵 2007에서 한국선수들의 가장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으로 대두됐던 경기력도, 궁극적으로 전술변화와 경기경험 부족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점은 선수들의 기량 부족이었음을 상기할 때 지도자 육성과 자질향상을 위한 대한축구협회의 정책 실행은 곧 사명이다. 만약 선수가 기량이 갖춰지지 않으면 결코 경기력도 만족스러울 수 없다. 물론 경기에 필요한 경험도 중요하다. 그러나 기량이 갖춰지지 않은 경험은 무의미하며 그렇기 때문에 이는 차후의 문제다. 이런 관점에서 학업과 경기 경험 축적이라는 명분으로 개최되고 있는 초, 중, 고 주말리그와 U리그에 있어서도,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꾀할 수 있도록 하는 현실적인 정책 실행 방법에 깊은 관심을 가져 볼 필요성이 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라는 말처럼 한 국가의 축구 발전은 지도자에 달려있다. 한국축구가 세계적인 명장을 보유하지 못해 대표팀 감독을 외국인 지도자로 선임하는데 아무리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해도, 작금의 현실에서 대한축구협회의 지도자 육성과 지도력 향상을 위한 정책 실행 없이는 한국축구 발전은 요원하며 대표팀 위주 정책으로 얻는 결과 역시도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한국축구는 대표팀 외국인 선임으로 히딩크 감독을 제외하고는 매번 벼랑 끝에 몰리며 축구발전을 위하여 얻은 것이 하나도 없다. 아울러 국내 지도자들에게도 대표팀 외국인 지도자가 선수지도에 필요한 지도 지식을 남겨준 흔적 또한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대한축구협회와 지도자들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추락시키고 한국축구에 상호간 갈등과 불신만 조장하는 풍조만을 조성했을 뿐이다. 그래서 이번 슈틸리케 감독 해임을 계기로 대한축구협회는 한국축구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한 정책 추진은 물론, 한편으로 추락된 대한축구협회와 지도자에 대한 믿음과 신뢰 그리고 조성됐던 상호간 갈등과 불신 풍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여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대한축구협회에게 주어진 최고의 의무요 책임이며 한 국가의 축구협회가 해야 할 역할이다. 어차피 약 4,900만 국민과 축구팬들의 눈높이는 축구선진국에 맞춰져 있는 가운데, 누구나 축구전문가이고 또한 축구에 대하여서 만큼은 '내가 최고'라는 인식을 가지고 한국축구를 비난과 비판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 같은 약 4,900만 국민과 축구팬들의 비난과 비판은, 분명 과거의 히딩크 감독 시절과 비교 평가하는 데서 오는 눈높이로 현재의 한국축구 현실과 상황을 직시할 때 정상적으로 보기 어렵지만, 결국은 대한축구협회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상실한 정책 추진으로 인하여 드러난 결과의 산물이다. 현재의 한국축구 상황은 분명 위기 상황이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기 위한 최선책으로 대표팀 운영과 대표팀의 외국인 감독 선임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 실행을 반복한다면, 한국축구에게는 씻을 수 없는 더 큰 정책 오점의 '부메랑'이 되어 다시 돌아올 수 있다.

◇ 대한축구협회의 사명감과 책임

이번 슈틸리케 감독 해임은 한국축구가 원점으로 돌아가 백지 상태에서 대한축구협회의 개선과 변화에 의한 정책 실행으로 축구발전에 의한 선진국으로 가기위한 기회다. 그래서 지금 약 4,900만 국민과 축구팬 그리고 축구인 모두는, 또 다시 '도로 대한축구협회'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냉정한 현실에서 한국축구가 과연 세계 40~50위권 국가에 해당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는가는 곱씹어 볼 일이다. 솔직히 한국축구는 아직까지 축구 선진국이 아니며 오직 이를 갈망하는 개발도상국일 뿐이다. 이의 현실에서 대표팀 외국인 감독은 한국축구를 하루아침에 축구선진국으로 도약시킬 족집게 과외 지도자도 아니며, 또한 한국축구 전반적인 문제점을 단기간 내에 치유할 수 있는 '만병통치' 지도자도 될 수 없다.

그렇다면 대한축구협회는 오늘 비록 약 4,900만 국민과 축구팬들로 부터 비난과 비판을 받을지라도, 한국축구가 다시는 벼랑 끝에 서는 상황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한 지도자 육성과 지도력 향상을 위한 체제를 확고히 구축하여, 한국축구가 대표팀 외국인 감독이 아닌 국내 감독으로도 신명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것이 곧 대한축구협회의 사명이고 책임이며 박수를 받을만한 최고의 가치성을 지닌 정책에 대한 해답이다. 실질적으로 한국축구는 9회 연속 FIFA월드컵 진출이 좌절되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이후 한국축구에 주어질 과제는 오로지 초심으로 돌아가 제도와 정책, 행정에서 부터 활성화 및 저변확대 그리고 축구문화, 축구산업까지 실로 축구에 대한 전반적인 면을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그만큼 한국축구에 되풀이 되는 대표팀 외국인 감독 해임이 안겨준 메시지는 크고 엄중하다. 2013년 대한축구협회가 창립 80주년에 발표한 '비전선포식'의 5대 추진목표와 10대 정책분야 그리고 32대 실천과제는 단지 보여주기식 발표로서 만 끝나서는 안 된다. 단언 컨데 '1명의 유능한 지도자는 10명의 훌륭한 선수를 육성할 수 있다' 이 말은 '비전선포식'에서 제시한 목표와 정책 그리고 과제보다 시급하고 앞서는 명제다.

김병윤(전 전주공고 감독)
사진=스포탈코리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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