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눈]카타르전 충격패가 남긴 여섯 가지 이야기
입력 : 2017.06.1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8차전, 한국으로서는 본선 무대로 가기위한 벼랑 끝 일전이었다. 그래서 무엇보다 한국에게 주어진 시나리오의 해답은 '3점' 즉, 승리였다.

한국 2-3 카타르

실로 충격적인 패배이고 한국축구에게 참사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났을까? 물론 경기에서 승리할 수도 있고 패할 수도 있는 것이 축구다. 그렇지만 카타르에 패하며 한국축구가 처한 현 상황을 직시할 때 그 같은 원론적인 이분법적 사고를 논할 때가 아니다. 오직 패배에 대한 이유와 원인이 과연 무엇이었던가를 세밀하게 복기해 볼 필요성이 있다.

첫 번째는 한국은 카타르전에 대한 과거의 역대전적과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3차전 경기 결과(3-2 승)와 FIFA 랭킹 등과 같은, 현실적이지 못한 요인에만 집착하여 경기에 임했다는 점이다. 이는 곧 카타르에 대한 정보부족과 동시에 경기를 앞두고 상대팀 분석에 소홀하고 안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축구에서 상대팀 분석은 승리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로 결국 한국은 이 같은 과오로 인하여, 선수 개인 기량을 바탕으로 조직력까지 갖춘 카타르 축구의 무서운 성장에 치욕적인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두 번째는 슈틸리케 감독의 무능한 지도력이다. 이 같은 평가는 이미 제기되어 국민과 축구팬들은 등을 돌린 지 오래지만 카타르전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무능은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것은 먼저 카타르전을 불과 6일 앞두고 가진 이라크와의 평가전과 카타르전에, 선발 선수를 무려 5명이나 변화를 줘 경기에 임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수비 포메이션 역시도 스리백에서 카타르와의 경기에서는 진작 포백 카드를 선택하는 이중적인 전술 운영을 보여줬다. 이 같은 점은 팀 전술, 전략에 의한 조직력이 경기 구성을 위한 중요한 조건이라고 볼 때 지도자로서 기본적이고도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며, 또한 이해하기도 어려운 지도력으로, 한국은 이로 인하여 카타르에 이미 경기전부터 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원인을 제공해 준 셈이다.

세 번째는 현실적이지 못한 4-1-4-1 포메이션 선택이다. 4-1-4-1 포메이션은 슈틸리케 감독이 이라크와의 평가전에서 구사했던 스리백 카드와 함께,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에 단 한 번도 선보인 적이 없는 포메이션이다. 물론 한 국가의 대표선수라면 다양한 포메이션과 전술 소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카타르전에 나타난 선수들의 4-1-4-1 포메이션 소화 능력은 단지 슈틸리케 감독의 나홀로 포메이션에 불과했을 뿐, 진작 경기에 임해서는 선수들의 위치와 움직임은 4-2-3-1 형태의 포메이션으로 변형되어 대표팀의 고질적인 1~2선 간격이 좁아지며 전체 경기력에 악 영향을 가져다 줬다.

네 번째는 효율적인 선수 활용방법의 부족이다. 결과론이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카타르전에 팀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포지션 파괴와 선수 기용으로 선수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책임전가 경기를 되풀이 했다. 그 대표적인 선수는 측면 윙 플레이어 포지션을 소화했던 존재 가치를 의심스럽게 한 지동원이며, 이어서 카타르 선수들에게 놀이터 같은 공간을 제공해주며 무기력한 수비력으로 일관한 풀백 최철순이다. 그리고 중앙수비 곽태희 역시도 카타르 선수 앞에 관중에 불과하여 수비취약이라는 지탄을 피할 수 없도록 했다. 진정 의외의 포메이션과 예상 외 선수기용 등과 함께 효율성 없는 선수 활용 방법에 올인한 카타르전은 한국축구에 큰 상처로 남기에 충분하다.

다섯 번째는 전략적인 경기운영의 미흡이다. 분명 카타르전은 승리가 필요했던 경기였다. 그래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전 원톱, 투톱이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단지 공격 숫자를 많이 두어 공격축구를 구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여기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지도력은 부합되지 않았다. 기성용을 전진배치시켜 공격 숫자상으로는 우위를 확보했지만, 중원에서 공수를 조율해야할 선수가 엿보이지 않아 카타르에 2실점을 허용하는 빌미를 제공했고, 한편으로 전형적인 타켓형 선수 선발을 배제하여 공격 옵션의 딜레마는 물론 공격의 원활함과 파괴력 있는 플레이의 실종을 초래했다. 더불어 2-2 동점 상황 시 역습에 대한 대비에 소홀한 채 오직 득점만을 위한 플레이에 집착하는 경기운영으로 결국 패배를 자초하고 말았다. 이는 승리를 위해서는 대단히 비효율적 경기운영이 아닐 수 없다.

여섯 번째는 카타르의 공격 축구를 전연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카타르는 비록 A조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동기부여와 홈이라는 이점까지 가지고 있어 충분히 공격축구를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이를 전연 예상하지 못했고 또한 이에 대처할 수 있는 전술, 전략 준비 역시도 엿보이지 않았다. 이 같은 승리에 필요한 키워드 즉, 전술, 전략, 부족은 경기 시작과 함께 슈틸리케 감독이 신봉하는 점유율 축구는 한낮 공염불에 불과했으며, 이로 인하여 경기 흐름과 분위기도 완전히 카타르에 넘겨주며 급기야 손쉽게 2실점을 허용한 후에야, 한국은 팀 조직력이 아닌 선수들의 능력과 필승 의지로 승부의 추에 균형을 맞췄지만 승부는 거기까지였다.

그 밖에 한국이 카타르에 패배할 수 없게 된 세부적인 이유와 원인은 여러가지가 존재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부분은 바로 선수 개인의 능력이다. 카타르 선수들의 개인 능력은 분명 한국 선수들에 비하여 스피드하고 기술적인 면에서도 앞섰다. 그 차이를 한국축구는 인정해야 하고 패배에 대하여서도 더 이상 '설왕설래'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기성용은 패배 후 "모든 것이 부족했다"라고 인정했다. 선수의 이런 솔직한 고백은 도약과 발전에 희망을 갖게 한다. 단 그 희망에 있어서 선수보다 패배에 대한 더 무거운 책임을 지니고 있는 개인과 단체는 분명하고 명확한 입장 표명으로 희망이 부끄럽지 않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한국축구는 카타르전 패배로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 후폭풍을 조금이라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먼저 슈틸리케 감독에게, 또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맡기는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 과거 한국축구는 FIFA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국내 감독을 경질한 뼈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다. 이 점을 직시할 때 이번 카타르전 패배는 그 중대성이 과거 FIFA 월드컵 본선에서의 국내 감독 경질 못지않게 엄중한 상황으로 급변했다. 그렇다면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은 카타르 현지에서 기술위원장이 직권으로라도 결정지었어야 한다. 그것이 한국축구가 카타르전에 승리하며 그토록 간절히 바랐던 '승점 3점'의 해답과도 같다.

한국축구는 그동안 슈틸리케 감독에게만 개선과 변화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이제 공은 대한축구협회와 기술위원회의 최고 책임자에게 넘어왔다. 그렇다면 결코 자유로울 수 없고 여기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과 함께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대한축구협회는 한국축구가 만약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본선 무대에 설 수 없게 될 때, 한국축구는 전반적인 면에 심각한 위험이 초래되며 자칫 '소생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카타르에 패배했어도 한국축구는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이런 지속성에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은 바로 대한축구협회의 역할이다. 그 역할의 첫 걸음은 발전을 위한 개선과 변화이며 공감대 형성이다. 만약 이 같은 점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한국축구는 대한축구협회, 지도자, 선수, 축구인 모두 공멸한다. 이제는 카타르전 패배만을 이야기 할 때가 아니다. 오직 한국축구 발전을 위한 희망을 갖으며 발전을 위한 개선과 변화에 대하여 이야기 할 때다. 그 첫 과정에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9~10차전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전이 있다.

김병윤(전 전주공고 감독)
사진=스포탈코리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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