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눈] 모든 수가 틀렸다, 신태용 카드만이 유일 대안
입력 : 2017.06.1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성진 기자= 참으로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절체절명의 상황인 만큼 한 번 더 부탁할 수 밖에 없다. 신태용 감독의 조기 등판만이 현재의 위기를 벗어날 유일한 타개책이다.

A대표팀과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의 동행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대표팀은 14일 새벽(한국시간) 카타르에 2-3으로 패하며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에 위기를 맞았다. 남은 2경기에서 승점 추가에 실패하면 직행은 고사하고 조 3위 플레이오프도 걱정해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종예선 내내 부진한 성적을 냈다. 게다가 단조로운 전술, 불통 리더십 등을 보이며 한계를 드러냈다. 지난 3월 그를 재신임한 대한축구협회도 더 이상 그를 지켜줄 명분이 없다. 15일 열릴 기술위원회는 슈틸리케 경질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하더라도 당장 새로운 대표팀 감독을 선임할 수 없다. 다음 경기가 8월 31일(이란전) 열리기에 2개월 이상의 시간은 있다. 하지만 월드컵 진출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위험을 감수하면서 한국을 맡을 지도자는 거의 없다.

현재로서는 신태용 감독에게 부탁하는 수 외에는 다른 방안이 없다. 신태용 감독은 이미 2차례나 소방수로 등장했다. 그는 고(故) 이광종 감독이 투병 중일 때 올림픽대표팀을 맡아 2016 리우 올림픽 8강행을 이끌었다. 이어 안익수 감독 후임으로 U-20대표팀을 맡아 U-20 월드컵 16강 성적을 냈다.

두 대표팀 모두 짧은 시간 동안 거둔 성과다. 신태용 감독은 U-20 월드컵 종료 후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에게는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남은 2경기를 위한 마지막 부탁이 필요하다.

신태용 감독은 슈틸리케 감독 밑에서 대표팀 코치를 소화했었다. 또한 슈틸리케 감독 부임 직전인 2014년 9월에는 감독대행으로 2차례 A매치를 이끌며 1승 1패를 거둔 바 있다. 대표팀 선수들의 특징, 장단점을 모두 안다.

게다가 신태용 감독의 장점은 선수들의 정신적 케어다. 그는 특유의 소탈하고 선수들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지도로 정신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선수들을 보듬고 동기부여를 일으킨다. 또한 선수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그 안에서 최적의 조합을 찾고 극대화한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실패로 의기소침한 대표팀을 바로 일으켰고, 감독 교체의 어수선함 속에서도 올림픽과 U-20 월드컵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지도력에서 기인한다.

물론 신태용 감독이 대표팀을 월드컵 무대에 올려놓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U-20 월드컵 16강전에서 보듯이 신태용 감독도 오판하고, 실수를 범할 수 있다. 남은 2번의 월드컵 예선은 신태용 감독에게 성공보다 실패 가능성에 무게라 쏠린다.

그럼에도 신태용 감독이 현재로서는 빠르게 수습할 수 있는 대안이다. 6월 A매치부터 대표팀에 합류한 정해석 수석코치의 감독대행도 가능성 있지만, 이와 비슷한 상황을 2번이나 겪었고, 2번 모두 성공리에 마친 신태용 감독이 조금이라도 더 적격이다.

협회는 신태용 감독의 3번째 소방수 기용에 고민을 할 것이다. 뾰족한 수가 없다면 협회로서도 신태용 감독의 2경기 단기 취임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협회는 월드컵 본선 진출을 가정하고 다음 대표팀 감독 선임을 천천히 준비해야 한다.

다만 신태용 감독을 선택할 경우 한 가지 중요한 조건이 있다. 현재의 사태는 온전히 슈틸리케 감독의 책임이다. 남은 2경기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신태용 감독에게 책임을 지우면 안 된다. 신태용 감독은 한국축구의 소중한 자산이기에 그를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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