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눈] 발베르데의 실버볼, FIFA가 선사한 ‘인종차별’ 면죄부
입력 : 2017.06.1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성진 기자=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이 잉글랜드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세계적인 선수들은 없었지만 대회 기간 동안 몇 년 뒤 스타가 될 유망주들이 대거 등장했다. 또한 부정적인 면에서도 이름을 떨친 선수가 있었다. 우루과이의 페데리코 발데르데(19, 레알 마드리드)다.

발데르데는 대회 내내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였다. 중원에서 어떠한 역할을 맡더라도 100% 소화했다. 그를 중심으로 우루과이는 4강에 올랐다. 결승 진출은 실패했고, 이탈리아에 승부차기로 패하면서 4위로 대회를 마쳤지만 경기력은 분명 인정할 만했다.

하지만 발데르데는 최악의 인성을 보인 선수이기도 했다. 인종차별의 의미를 담긴 골 세리머니가 발단이었다. 포르투갈과의 8강전에서 골을 넣은 뒤 양손 검지로 두 눈을 찢는 제스처를 취했다. 최근 들어 동양인을 비하할 때 취하는 제스처였다.



발베르데는 자신의 트위터에 “친구를 위한 개인적인 세리머니”였다고 했지만 라커룸에서는 단체로 같은 제스처를 했다. 인종차별 논란이 일자 그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우루과이가 승부차기를 할 때 그가 키커로 나서면 관중들은 야유를 보냈다. 11일 이탈리아전 때도 야유는 엄청났다. 그는 오히려 야유를 더 보내라는 듯 두 손을 귀에 대는 제스처로 관중을 도발했다.

우루과이는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 U-20 월드컵에서 최악의 팀으로 등극했다. 4위라는 성적과 달리 발베르데가 취한 논란의 행동과 경기 전날에는 숙소에서 4강전에서 상대했던 베네수엘라 선수를 가격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결국 이탈리아전을 마친 뒤 우루과이의 파비안 코이토 감독은 “여러 사건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할 정도였다. 하지만 발베르데나 그 외 선수들의 반성은 없었다.

그럼에도 FIFA는 발베르데에게 대회 MVP 2위에 해당하는 실버볼을 수상했다. 수상 후보를 결정하는 FIFA 기술연구그룹은 발베르데의 플레이가 뛰어났다고 평가를 했다. 기량만 놓고 보면 발베르데의 수상에 이견은 없다. 하지만 기량만 좋다고 뛰어난 선수라 할 수 있다. 기량 못지 않게 인성도 훌륭해야 한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오넬 메시 같은 선수들이 모든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것은 기량과 선수로서 타의 모범이 되는 자세를 갖췄기 때문이다.

U-20 월드컵의 골든볼, 실버볼, 브론즈볼도 마찬가지다. 기량 못지 않게 대회를 빛낸 선수에게 수여되는 것이 맞다. 골든볼을 수상자인 도미닉 솔란케(잉글랜드)나 브론즈볼 수상자 앙헬 에레라(베네수엘라)는 모든 면에서 수상하기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그러나 발베르데는 대회를 대표할 얼굴이 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했다.

이는 FIFA가 내부적으로 정한 입장과도 연결된다. 많은 이들이 인종차별 행위로 여겼고, 코이토 감독은 사과 발언까지 했지만 FIFA는 발베르데의 행동을 인종차별로 보지 않았다. FIFA 사정을 아는 관계자는 발베르데의 해명과 자국 TV 방송의 제스처를 따라했다는 것을 받아들인 분위기였다. 한 관계자는 “인종차별을 반대하면서 그런 것에 대한 제대로 된 움직임도 없더라”며 혀를 찼다.

FIFA는 발베르데를 U-20 월드컵의 대표로 선택했다. 발베르데가 행한 인종차별적 행동도 유야무야 넘어가게 됐다. 그리고 발베르데는 FIFA의 보증 아래 일련의 논란을 면죄받은 셈이 됐다.

사진=페데리코 발베르데 트위터, FIFA 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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