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풋볼토크] 도쿄 올림픽 로드맵 준비됐습니까?
입력 : 2017.06.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성진 기자= 신태용 감독과 함께한 U-20 대표팀의 질주는 16강에서 멈췄다. 그리고 U-20 대표팀은 해산했다. 하지만 영원한 해산이 아니다. 이들은 곧 다시 모여야 한다. 3년 뒤에 있을 2020 도쿄 올림픽을 위해서다.

올림픽은 만 23세 이하 선수가 출전한다. 2020 도쿄 올림픽은 이번 U-20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들이 해당된다. U-20 월드컵은 미리 보는 도쿄 올림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U-20 월드컵이 끝났지만 3년 뒤를 대비한 준비도 서서히 시작해야 한다.

3년의 시간은 길면서도 짧다.



▲ 2012년의 사례를 통한 장기 로드맵의 중요성
감독 교체가 잦은 대표팀 운영에서 장기 로드맵이 성공했던 적이 딱 한 차례 있다. 바로 2012 런던 올림픽 준비였다. 대한축구협회는 2009년 U-20 대표팀 감독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 홍명보 감독은 1989년 이후 출생한 20세 이하 선수들을 이끌고 짧게는 그 해 열린 U-20 월드컵, 길게는 런던 올림픽을 준비했다.

홍명보 감독과 함께한 선수들은 U-20 월드컵 8강에 올랐고 이듬해에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 분위기를 이어가 런던 올림픽에서도 동메달을 획득하며 완벽한 성공을 거뒀다.

당시 홍명보 감독은 런던 올림픽만을 바라봤다. 그래서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는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과 경험 축적을 위해 21세 이하 선수 위주로 구성했다. 또한 A대표팀과의 선수 차출이 충돌되면서 주전급 선수 상당수가 올림픽 대표팀이 아닌 A대표팀에서 뛰며 어려움도 겪었지만, 대학무대에서 잠재력을 갖춘 선수들을 발굴하는 기회로 삼았다.

2009 U-20 월드컵 출전 선수 : 이범영, 김승규, 김다솔, 윤석영, 김영권, 홍정호, 오재석, 임종은, 장석원, 정동호, 서정진, 최성근, 김보경, 구자철, 문기한, 서용덕, 김민우, 박희성, 이승렬, 김동섭, 조영철
2012 런던 올림픽 출전 선수 : 정성룡, 이범영, 윤석영, 김영권, 오재석, 황석호, 김창수, 김기희, 백성동, 기성용, 김보경, 남태희, 박종우, 구자철, 정우영, 지동원, 박주영, 김현성

당시 U-20 월드컵에 출전했던 선수 중 6명이 런던 올림픽에 출전했다. 두 대회를 모두 뛴 선수는 6명뿐이지만 4년의 시간 동안 수많은 선수들이 거쳐갔다. U-20 월드컵에 출전했던 선수 중 상당수는 올림픽 예선을 뛰기도 했다. 비록 최종명단에 들지 못했지만 U-20 월드컵 때부터 쌓아온 선수풀이 있었기에 올림픽을 알차게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이다.



▲ 장기 로드맵의 딜레마, 아시안게임
사실 4년의 런던 올림픽은 한국축구의 연간 스케줄을 볼 때 이례적인 일이었다. 월드컵, 올림픽만큼 중요한 아시안게임 때문이다.

일본, 중국과 달리 한국은 아시안게임도 월드컵, 올림픽만큼 중요하게 여긴다. 아시안게임서 금메달을 따면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그래서 매 대회 때마다 가능한 최고의 선수를 소집한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도 국내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을 모두 모았고, 그 결과는 금메달 획득이었다.

그래서 딜레마가 생긴다. 아시안게임을 올림픽 출전 해당 연령 선수들을 위한 기회로 쓰면, 아시안게임 출전 해당 연령 선수들이 배제된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홍명보 감독은 20명의 엔트리 중 16명을 올림픽 출전에 해당하는 선수들로 구성했다. 나머지 4명 중 2명은 와일드카드(박주영, 김정우)였고 2명은 출전 해당 연령 선수(신광훈, 김주영)였다.

올림픽을 위해서라는 공감대가 있었기에 홍명보 감독의 선택에 대한 지지가 있었지만, 출전 해당 연령 선수들 중에 유능한 선수들도 많았기에 지지 만큼 뒷말도 있었다.

반면 아시안게임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일본과 중국은 올림픽을 대비해서 21세 이하 선수들을 내보낸다.

그래서 대한축구협회 앞에는 내년에 있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선수 구성에 대한 두 가지 선택지를 놓여졌다. 올림픽을 위해 어린 선수들을 기용할지 아니면 인천 아시안게임 때처럼 결과를 내기 위해 해당 연령 선수들을 모두 소집하는 것이다.

이는 7월에 있을 AFC U-23 챔피언십 선수 운용과도 연결된다. 내년 1월 중국에서 열리는 U-23 챔피언십은 올림픽 예선을 겸하지 않지만, 아시안게임을 미리 볼 수 있다. 그리고 7월 19일부터 23일까지 예선이 진행된다. 한국은 베트남, 동티모르, 마카오와 예선을 치른다.

아직 U-23 챔피언십에 나설 대표팀 감독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 대회 준비 과정이 도쿄 올림픽 준비와 연결된다. 아시안게임까지를 위해서라면 도쿄 올림픽 준비는 아시안게임이 끝나는 9월 이후부터 시작하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런던 올림픽 때처럼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선임하고 장기 계획을 수립해 대표팀을 운영하는 것이다.



▲ “소속팀에서 뛰어야 한다”
일본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U-20 월드컵에서 일본을 이끈 우치야마 아츠시 감독을 U-23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다. 대회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고, 우치야마 감독이 U-20 월드컵서 일본을 16강에 올려놓은 만큼 적절한 선택이다.

한국은 아직 이와 관련한 준비가 없다. 신태용 감독의 계약기간은 U-20 월드컵 종료 때까지다. 한국이 8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계약도 자연스럽게 종료됐다. 신태용 감독은 최근 몇 년간 A대표팀 코치, 올림픽대표팀 감독, U-20 대표팀 감독을 했기에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3년 뒤를 생각한 계획을 머릿속에 그렸다. 현실적인 어려움도 품고 있었다. 이용수 부회장은 “A대표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카타르전을 다녀온 뒤 U-23 대표팀 감독을 선임할 것”이라며 “내년 U-23 챔피언십과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현재 22세 이하 선수의 50여명의 명단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도쿄 올림픽까지 보고 (U-20 대표팀 선수들이) 한 단계씩 올라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지만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뛰어야 한다”며 각자 소속팀에서 확실한 주전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기에 우선적으로 선수들의 경기력 증강을 위한 해법도 찾아야 한다. U-20 월드컵에서 잠재력을 발휘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계속 발전하려면 소속팀에서 뛰어야 한다.

U-20 월드컵에 나선 선수들 대부분은 소속팀에서 충분히 뛰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다. 선배들과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했기 때문에 실전에 나설 기회도 그만큼 많이 얻지 못했다. 그렇다고 소속팀에서 해당 선수의 편의를 봐줄 수는 없다. 스스로 알을 깨고 실력을 키워야 한다.

U-20 월드컵은 끝났지만 연령별 대회는 연속성을 갖고 진행된다. 아시안게임, 올림픽이 기다리고 있다. 이에 대한 대비와 올림픽 출전에 해당하는 선수들에 대한 집중 관리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사진=스포탈코리아 DB, 대한축구협회,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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