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포커스] 조현우의 손과 발, 대구의 역사다
입력 : 2018.12.0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울산] 이현민 기자= ‘조현우가 킥을 하는 순간, 세징야가 빠져 들어간다.’

대구FC 안드레 감독이 거함 울산 현대를 잡은 비결이다. 두 눈 뜨고 당한다는 게 이런 경우다.

대구가 시민구단의 반란을 일으켰다. 5일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FA컵 결승에서 울산에 2-1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원정에서 두 골을 넣으며 다가올 2차전(8일 오후 1시 30분)을 유리한 상황에서 치르게 됐다.

철저히 분석하고 준비한 결과다. 안드레 감독은 울산이 공격적으로 나올 걸 알았다. 이날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울산이 홈인만큼 볼 점유율을 높여갈 것이다. 몰아칠 경우 우리에게 분명 기회가 온다. 무조건 수비만 하지 않겠다. 효과적인 역습으로 빈틈을 노리겠다”고 밝혔다.

경기장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예상대로 울산이 공격을 퍼부었다. 이때 대구는 침착히 기다렸다가 전방에 위치한 김대원, 세징야, 에드가를 중심으로 역습을 전개했다. 특히 세징야는 전방으로 향하는 침투 패스, 상대 선수를 압도하는 주력과 볼 키핑으로 이곳저곳을 휘젓고 다녔다. 울산의 수차례 공격보다 대구의 한두 번 역습이 더 효과적이었다. 이는 ‘조현우→세징야’로 이어진 약속된 플레이였다. 조현우가 문전에서 볼을 잡으면 전방으로 킥을 했다. 세징야에게 정확히 배달됐다. 정확히 전반 12분, 27분 상황이 대표적이다.

위기도 있었다. 대구는 후반 5분 황일수에게 실점했지만, 1분 뒤 세징야가 드리블에 이은 아크 오른발 슈팅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울산은 이근호, 한승규, 김인성을 총동원해 공세를 펼쳤지만, 대구는 끄떡없었다. 견고한 수비에 조현우의 안정감이 더해졌다. 공중볼은 물론 상대 슈팅은 잘 잡아냈다. 뒷문이 든든하니 기회가 왔다. 후반 43분 울산의 공격을 차단한 후 측면 공격을 시도했다. 류재문의 크로스를 에드가가 헤딩골로 연결했다. 막판 맹공을 차단하며 적지에서 승리를 챙겼다. 이미 결승 진출로 시민구단의 자존심을 세운 대구가 새로운 역사의 페이지를 장식한 순간이었다.

안드레 감독은 조현우와 세징야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사실 그 부분을 훈련했다. 상대가 공격할 때 수비 밸런스가 무너지는 게 보였다. 조현우가 잡으면 세징야가 빠져 들어가는 식의. 역습으로 끌어가던 패턴 훈련을 했고, 실전에서 잘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현우 역시 “울산은 공격이 좋지만, 수비가 약점이다. 세징야, 에드가와 약속된 플레이였다. 우리 경기를 보면 아실 거다. 둘은 K리그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굉장히 좋은 선수다. 빌드업은 안드레 감독님 주문에 맞게 훈련한 것”이라며 노력의 결과라 했다.

이어 조현우는 “2차전에서 울산이 강하게 나온 걸 안다. 상대가 많이 공격하면 더 많은 역습을 하면 된다. 우리는 여기까지 온 자체로 역사다. 꼭 우승컵을 들어 올려 평생 기억에 남는 순간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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