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첫 우승인데, 또 시련이...이한샘 ''축구가 하고 싶어요''
입력 : 2018.12.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홍은동] 서재원 기자= 커리어 첫 우승 확정 순간에도 눈물을 쏟았다. 이한샘(29, 아산무궁화)의 꿈은 단 하나, 축구를 하는 것뿐이다.

2018년은 이한샘에게 잊지 못할 시즌이었다. 군 복무를 위해 아산에 입단해 축구 선수로서 제 2의 전성기를 누렸다. FA컵에서는 전북현대를 상대로 2골을 몰아치며, 아산의 기적을 만들기도 했다. 1년의 노력 끝에 얻은 커리어 첫 우승. 그러나 이한샘은 웃을 수 없었다. 오히려 눈물만 났다. 당장 내년을 기약할 수 없는 현실이 서럽기만 했다.

K리그를 구한 영웅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지난 9월 전 프로축구 선수 장 모 씨에게 승부조작을 제안 받았다. 5천만 원의 검은 유혹. 잠시 흔들렸을 법도 했지만 이한샘은 단 1초의 고민 없이 거절했고, 자진신고를 통해 K리그가 위기로 빠지는 것을 방지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이마저도 시련이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옳은 일을 했지만, 자신만 부각되는 게 부끄러웠다. 당장 중요한 건 아산의 우승이었고, 동료들의 생존이었다.



3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열린 K리그 시상식에서도 이한샘은 한 발짝 물러나 있었다. 시상식 전, 자유 인터뷰가 진행됐지만 이한샘은 자리에 앉지 않았다. 벽에 기대 멀뚱히 서있기만 했다. "수상은 기대하지 않는다. 축하만 해주러 왔다"며 자신보다 동료들의 수상을 바랐다.

시상식에서도 아산의 미래만을 걱정했다. 아산에 남을 14명. 이한샘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당장 내년을 기약할 수 없기에, 시상식을 즐길 수 없는 입장이었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왔다. 좋은 자리인데, 웃음이 나지 않는다. 버스 안에서도 정적이 흘렀다. 생각할수록 답답하기만 하다"라고 고개를 떨궜다.

시상식 당일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사회는 아산의 시민구단 전환에 유예기간을 부여했다고 발표했다. 12월 20일까지 시민구단 전환을 확정할 경우, 다음 시즌 K리그2 참가를 허가해준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결정된 상황은 없다. 이한샘도 "결정된 상황은 없다고 들었다. 8월 12일에 전역을 하는데, 당장 8개월 동안 어떻게 운동할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한샘의 꿈은 소박하기만 하다. 그는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 남은 희망은 시민구단으로 전환인데, 힘든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어렵겠지만, 더 깊이 생각해주셨으면 한다. 축구를 하고 싶다. 축구를 할 수 있게만 도와주셨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이한샘은 K리그2 베스트11 수비 부문에 선정됐다. 시상식 후 다시 만났지만 표정에 변화는 없었다. 축하한다는 인사에도 "일이 잘 풀렸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답만 남겼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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