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2018시즌 리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 A.J. 프렐러와 서 말의 구슬
입력 : 2018.11.1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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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그래프 시즌 전 예상: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5위 (72승 90패)
시즌 최종 성적: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5위 (66승 96패)


[스포탈코리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50번째 메이저리그 정규 시즌이 막을 내렸다. 1969년 리그 확장으로 빅리그 무대에 합류한 이래 단 5번 지구 우승을 차지하는 데 그친 약팀의 전통도 어느덧 반세기에 다다랐다. 샌디에이고는 올해도 지구 최하위를 차지하면서 유서 깊은 약팀의 저력을 다시금 입증해냈다. 50년 동안의 실패.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오랜 ‘우승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샌디에이고의 현주소다. *

* 리그 확장 동기인 워싱턴 내셔널스와 밀워키 브루어스 역시 동병상련의 신세다.

아무도 놀라워하지 않은 96패 시즌이었다. 샌디에이고의 전력 구성은 -212점의 처참한 득실 마진을 기록했던 지난 시즌에 비해서도 이렇다 할 진전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였다. 지난 시즌에는 강력한 구원진과 다소의 운을 앞세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누르고 지구 4위를 차지했지만, 올 시즌에는 그 운마저 별로 따라주지 않았다.

압권은 월간 성적 5승 20패를 기록한 7월이었다. 전반기에만 59패를 적립한 샌디에이고는 결국 올스타 휴식기 동안 팀 내 최대의 트레이드 자원이던 브래드 핸드를 중간계투 아담 심버와 함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떠나보내는 결단을 내렸다. 반대급부로는 촉망받는 포수 유망주 프란시스코 메히야가 낙점됐다. 샌디에이고가 올 시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리그의 이목을 집중시킨 순간이었다.

빅리그 무대에서 가장 큰 인상을 남긴 사건이 대형 유망주 수급이라는 현실은 샌디에이고의 리빌딩이 여전히 반환점조차 제대로 돌지 못한 상태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샌디에이고 타선은 올 시즌 250타석 이상을 소화한 선수 전원이 28세 이하였을 정도로 세대교체에 큰 진전을 이뤘지만, 인상적인 성과라고는 그 젊음이 전부였다. 무엇보다도 ‘출루’라는 해묵은 과제가 거세게 발목을 잡았다. 샌디에이고는 올해도 0.297의 출루율을 기록하면서 해당 부문 리그 최하위를 5년째 석권했고, 총 득점에서도 리그 28위라는 안타까운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설상가상으로 2년 전에는 리그 정상이었던 주루 지표(BsR)마저 하위권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그에 비하면 마운드는 한정된 영역에서나마 기대 이상으로 성공을 거둔 편이었다. 기대주 디넬슨 라멧이 부상으로 이탈한 ‘습자지 선발진’은 예상대로 대체 선수 수준의 존재감을 선보이는 데 그쳤지만(합산 fWAR 4.0), 구원투수들은 핸드의 이적 후에도 빼어난 투구를 이어 나가며 내셔널리그에서 으뜸가는 성적을 합작했다(합산 fWAR 8.7). 이 강력한 구원진을 이끈 주역들은 대부분 다른 팀에서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다 흘러들어온 선수들이었다. 핸드의 인생 역전을 이끈 샌디에이고의 수완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결국 올해도 샌디에이고의 진짜 승부가 벌어진 곳은 펫코 파크의 다이아몬드 바깥이었다. 샌디에이고 수뇌부는 유예해 둔 브래드 핸드 트레이드를 실행으로 옮겨 리그 최고의 포수 유망주를 수급해 왔고, 골칫거리로 전락한 필 휴즈의 계약을 받아주면서 미네소타 트윈스의 경쟁 균형 라운드 B(Competitive Balance Round B) 드래프트 픽을 손에 넣었다. 그러나 진정 변화가 일어난 것은 기존의 원석들 쪽이었다. 그간 수집해온 유망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잠재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서, 샌디에이고의 마이너리그 팜 시스템은 모든 매체가 인정하는 최고의 팜 시스템으로 우뚝 섰다. A.J. 프렐러 단장이 꿰어야 할 ‘서 말의 구슬’이 마침내 한자리에 모이게 된 셈이다.


최악의 활약 – 호스머, 2루 그리고 선발투수들

에릭 호스머: 677타석 0.253/0.322/0.398 wRC+ 95 fWAR -0.1 bWAR 1.4


강팀들은 모두가 비슷한 이유로 선전을 펼친다지만, 약팀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법이다. 샌디에이고의 2018시즌 역시 독창적인 실패와 부진으로 점철된 시즌이었다. 이 중에서도 가장 거창한 실패는 단연 에릭 호스머의 몫이었다.

2018시즌을 준비하던 샌디에이고의 태도는 근래 보여준 철저한 포기와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일부 관계자들은 샌디에이고의 오프시즌 행보를 지켜보며 ‘매드맨’이라 불리던 프렐러 단장의 옛 모습이 떠오른다는 평을 남기기까지 했다. 호스머에게 8년 1억 4400만 달러의 장기 계약을 대뜸 안겨준 ‘문제적 행보’ 때문이었다.

호스머는 전 소속 팀인 캔자스시티 로열스 시절부터 현장과 세이버메트릭스 계열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려온 선수다. 혹자는 그를 공수 양면에서 엘리트 수준의 경기력을 뽐내는 모범적인 클럽하우스 리더라고 평가했고, 반대로 1루수치고는 대단치 않은 타격과 평균만도 못한 수비력을 지닌 과대평가된 선수라 평하는 이들도 있었다.

문제는 올 시즌의 호스머가 후자의 박한 평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5월까지 0.282/0.373/0.461의 준수한 슬래시 라인을 기록하며 구단 수뇌부를 흐뭇하게 만들었던 호스머는 이후 4개월 동안 리그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전전했다. 게다가 세부 지표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도 훨씬 심각했다. 60.4%의 땅볼 비율과 21.0%의 삼진 비율은 모두 호스머의 커리어에서 가장 높은 기록이었다. 반대로 -1.2도까지 추락한 평균 타구 각도는 올 시즌 150개 이상의 타구를 날린 선수들 가운데 가장 낮은 기록이었다. 땅볼 위주의 타격을 펼치면서도 삼진을 무더기로 헌납하는 1루수. 계약 첫해의 호스머는 그야말로 예상의 범위를 넘어서는 대재앙이었다.

물론, 데뷔 이래 짝수 해마다 극심한 부진에 시달려온 호스머 특유의 기복을 고려하면 당장 다음 시즌에 언제 그랬냐는 듯 좋을 때의 모습을 되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 29세라는 젊은 나이도 이 계약을 완전한 실패로 결론짓기에는 이르다는 논리에 힘을 실어준다. 설령 호스머가 유의미한 반전을 이뤄내는 데 실패한다고 해도, 샌디에이고는 계약 내부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이미 마련해 둔 상태다. 호스머 계약의 지불 계획은 총 1억 4400만 달러 중 1억 5백만 달러가 첫 5년 사이에 집중돼 있다. 즉, 계약의 마지막 3년 동안에는 연 1300만 달러의 지출만이 예정돼 있다는 뜻이다. 팀 연봉 구성에 여유가 있는 향후 몇 년 동안 연봉의 대부분을 부담하고, 대신 팀이 본격적인 컨텐더로 나설 훗날의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계산이다.

한편, 샌디에이고의 96패를 견인한 주인공 중에는 경쟁적으로 부진을 이어간 2루수들도 있었다. 지난 시즌 준수한 유틸리티 선수로 거듭날 가능성을 내비쳤던 호세 피렐라는 거짓말처럼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0.249/0.300/0.345, fWAR -0.8). 선발 2루수로 시즌 개막을 맞이했던 카를로스 아수아헤는 한술 더 떠서 메이저리그에 붙어 있는 것도 버거울 지경의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0.196/0.286/0.280, fWAR -0.7). 내야 유틸리티로 활약한 코리 스팬진버그가 가끔 2루에서 이들보다 조금 나은 경기력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그뿐이었다.

올 시즌 샌디에이고의 2루수들은 -0.7의 fWAR을 합작하며 리그 29위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시즌 말미에 팀의 최대 기대주 가운데 하나인 2루수 루이스 유리아스가 무난하게 빅리그 무대에 첫선을 보인 사실을 고려하면, 내년부터는 이들의 모습을 펫코 파크에서 보기가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지난 시즌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디넬슨 라멧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클레이튼 리차드를 개막전 선발로 내세웠던 선발진은, 그 리차드마저 부진과 부상에 시달리면서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고 말았다(리차드 7승 11패 ERA 5.33 fWAR 0.7). 브라이언 미첼을 전업 선발투수로 기용하려던 실험 역시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올 시즌에도 샌디에이고의 선발 로테이션은 저비용 스탑갭 자원과 신인 선수들로 가득했다. 그야말로 ‘대체 선수’의 화신과도 같던 이들의 fWAR 합계는 겨우 4.0이었다. 신인 좌완 듀오 조이 루케시와 에릭 라우어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선보이지 못했다면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리그 최하위를 다퉜을지도 모르는 수준의 성적이었다.



최고의 활약 – 홀로 빛난 구원진

커비 예이츠: 63이닝 12세이브 16홀드 K/9 12.86 ERA 2.14 fWAR 1.8 bWAR 2.0
크레이그 스탬멘: 79이닝 23홀드 K/9 10.03 ERA 2.73 fWAR 2.3 bWAR 1.5
맷 스트람: 61.1이닝 7홀드 K/9 10.13 ERA 2.05 fWAR 0.9 bWAR 1.4


올 시즌 샌디에이고 로스터에서 가장 빛나는 활약을 펼친 이들은 단연 구원투수들이었다. 선발진의 곱절이 넘는 8.7의 fWAR을 합작한 이들의 활약은 사실 어느 정도 예상된 수순이었다. 지난 두 시즌 사이 리그를 대표하는 구원투수로 올라선 브래드 핸드가 건재했고, 지난해 합류한 커비 예이츠도 압도적인 탈삼진 능력을 앞세워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도 핸드가 팀의 뒷문을 책임졌던 전반기 동안 샌디에이고 불펜은 3.6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fWAR 4.7을 합작해냈다.

예상치 못한 현상은 그다음에 일어났다. 올스타 휴식기 동안 핸드와 또 다른 구원투수 아담 심버가 클리블랜드로 떠나갔음에도 불구하고, 후반기의 샌디에이고 불펜은 3.33의 평균자책점과 fWAR 4.1을 기록하면서 이전을 오히려 능가하는 활약을 펼쳐 나갔다. 스탬멘과 예이츠가 연이어 등장하는 8회와 9회의 안정감은 핸드가 있을 적과 비교해도 전혀 모자람이 없었다. 공교롭게도 스탬멘은 지난해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샌디에이고에 처음 합류한 선수이고, 예이츠는 지난해 초 웨이버 클레임을 통해 샌디에이고에서 새 기회를 잡게 된 선수다. 핸드의 공백을 메운 장본인들이 다름 아닌 제2, 제3의 핸드였던 셈이다.

여기에 후반기 26.2이닝 동안 36탈삼진 8볼넷 5자책점을 기록하며 정상급 불펜 투수의 자질을 과시한 맷 스트람이 힘을 보탰다. 올 시즌 스트람의 슬라이더에 방망이를 내민 타자들은 55.9%의 무시무시한 확률로 헛스윙이라는 결과를 마주해야 했다. 일단 타자들의 방망이를 끌어내는 데 성공하고 나면 크레이그 킴브럴의 너클 커브나 조시 헤이더의 슬라이더 같은 정상급 구종들에 준하는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다는 뜻이다.

선발로는 평범한 투수였지만 불펜에서는 이들 못지않게 인상적인 기록을 남긴 로비 얼린의 성적도 주목해 볼 만하다. 얼린은 올 시즌 선발투수로 6.23, 구원투수로는 2.05의 평균자책점을 각각 기록했다. 선발등판 때의 투구 내용도 평균자책점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었지만, 타자들을 두 번째로 상대할 때 평균자책점이 두 배 이상 뛰어올랐다는 점(3.81 -> 7.99)을 고려하면 진짜 적성은 불펜 쪽이리라 추측해볼 수 있다.


이상한 나라의 마이어스

6년 8300만 달러의 프랜차이즈 사상 최고액 연장 계약을 체결했던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윌 마이어스의 앞날은 밝아 보였다. 마이어스는 구단을 대표하는 스타 1루수였고, 장차 리빌딩의 주춧돌로서 샌디에이고의 중흥을 이끌 핵심 재원이었다. 지난 시즌을 조금 부진한 성적으로 마치기는 했으나, 근시일내에 그의 팀 내 입지가 흔들릴 일은 없으리라는 것이 대다수의 예상이었다.

그러나 호스머라는 ‘굴러온 돌’의 등장은 마이어스를 예기치 못한 뜨내기 신세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1루를 내준 마이어스는 신인왕 시절의 포지션이던 우익수 자리로 돌아갔지만, 시즌이 개막하기 무섭게 부상에 신음했다. 두 달 동안의 재활을 마치고 로스터에 복귀하자 이제는 우익수도 그의 자리가 아니었다. 타격의 정교함을 끌어올리면서 올해 또 한 번의 26홈런 시즌을 보낸 우익수 헌터 렌프로 때문이었다. 그렇게 6월부터 7월까지 마이어스의 주 포지션은 좌익수가 됐다.

그런데 후반기에 또 부상자 명단에 올라간 마이어스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이보다도 훨씬 난감한 도전이었다. 마이어스의 부상을 틈타 수준급의 장타력을 인정받는 데 성공한 신인 우익수 프란밀 레이예스의 활약 때문이었다. 팀의 후반기 주전 우익수로 떠오른 레이예스는 285타석에서 16홈런을 기록하는 괴력을 뽐내며 데뷔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그에게 우익수 자리를 양보한 렌프로는 대신 좌익수 자리를 차지했다. 밀려난 마이어스가 맡게 된 포지션은 유망주 시절 이후로는 경험한 적이 없던 3루수 자리였다.

일단 3루수로서 시즌을 무사히 마치기는 했지만, 마이어스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샌디에이고의 외야는 어느새 포화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중견수 자리에는 마뉴엘 마고와 트래비스 얀카우스키가 버티고 있으며, 코너 외야를 두고는 마이어스와 렌프로, 레이예스가 경합을 벌이는 형국이다. 여기에 포수 유망주 프란시스코 메히야마저 코너 외야 경쟁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터줏대감 포수 오스틴 헤지스가 포수로서의 능력은 훨씬 출중한 데다, 타격에서도 올 시즌 상당히 발전한 모습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3루에서 확실한 정착을 장담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올해 4월을 뜨겁게 달궜던 깜짝 스타 크리스티안 비야누에바의 주 포지션도 3루고, 마이어스가 올 시즌 3루에서 기록한 UZR/150은 자그마치 -24.7에 달했다. 수비에서 확연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풀타임 3루수로 기용하기에는 부담이 있다는 뜻이다. 내년이면 루이스 유리아스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라는 초대형 내야수 유망주들이 본격적으로 빅리그에 진입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와 같은 마이어스의 딜레마는 투수진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된 샌디에이고 야수진의 리빌딩이 어느새 본격적인 ‘옥석 고르기’를 필요로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샌디에이고는 마이어스를 제2의 오브리 허프로 키울 수도 있고, 한창 주가가 오른 코너 외야수들을 트레이드하러 나설 수도 있다. 심지어는 마이어스를 트레이드 매물로 삼는 선택도 불가능하지 않다. 샌디에이고에게도 마침내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프렐러와 서 말의 구슬

현시점에서 샌디에이고의 팜이 메이저리그 제일의 팜이라는 데 이견을 표할 사람은 많지 않다.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 등의 전문 매체들은 메히야(MLB.com 26위)가 트레이드로 합류하기 전부터 이미 샌디에이고의 팜을 1순위로 꼽고 있었다. 여기에 2018년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라이언 웨더스(MLB.com 92위)까지 합류한 지금은 다른 팀들과의 격차가 더 벌어졌으리라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산처럼 쌓인 구슬이 모두 보배로 탈바꿈하는 것은 아니다. 샌디에이고는 이미 ‘6년 전의 자신’이라는 반면교사에게서 살아 있는 가르침을 얻었던 팀이다. 2012년 프리시즌으로 시계를 잠시 되돌려보자. 당시 샌디에이고의 팜은 베이스볼 아메리카에서 3위,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에서 1위로 선정된 리그 수위권의 팜이었다. 그러나 샌디에이고는 투타 간의 세대교체 엇박자, 교통정리 과정에서의 오판 속출, 조급한 승부수 남발로 이때의 호기를 무산시키고 만다.

지금의 샌디에이고도 조만간 리빌딩의 성패를 좌우할 큰 분기점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세대교체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인 야수진은 포지션 중복을 해소하기 위한 ‘선택과 포기’를 필요로 한다. 정상급 재능들이 본격적으로 활약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한 선발진은 에이스급 투수를 외부로부터 수혈해 올 필요가 있다. 이렇게 보면 샌디에이고가 얼마 전 크리스 아처 트레이드에 관심을 표했던 것도, 근래 들어 일본의 키쿠치 유세이 영입에 흥미를 보이는 것도 모두 리빌딩의 ‘박자’를 맞추기 위한 고민의 흔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올 시즌은 프렐러 단장이 샌디에이고에서 맞이한 다섯 번째 시즌이었다. 부임 2년 차였던 2015년의 야심 찬 승부수에도 불구하고, 프렐러 체제의 샌디에이고는 아직 승률 5할 이상의 위닝 시즌을 한 차례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프렐러 단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내년 시즌은 한 걸음 나아가는 시즌이 될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결국 내년에도 샌디에이고의 진정한 성패는 승률이 아닌 선택과 내용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이제는 정말로 구슬을 꿸 때가 왔다.


야구공작소
이의재 칼럼니스트 / 에디터=박기태


출처: Baseball America, Baseball Prospectus, Baseball Reference, Brooks Baseball, Fangraphs, M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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