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형’이 들려주는 호주 이야기 – 옥스프링 코치와의 인터뷰(1)
입력 : 2018.11.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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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형’이 들려주는 호주 이야기 – 옥스프링 코치와의 인터뷰(1)
일시: 10월 24일
참석자: 옥스프링 코치(롯데 자이언츠 및 시드니 블루삭스), 옥스프링 코치 전담 통역사, 김가영(야구공작소)


[스포탈코리아] 2018년부터 호주 프로야구 리그(ABL)에 ‘질롱 코리아’라는 신생팀이 합류하게 됐다.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팀은 한국인으로 구성된 팀이다. ABL은 11월부터 1월까지 윈터리그로만 운영이 되는 리그다. ABL은 아직 메이저리그(MLB)나 일본 프로야구(NPB)만큼 한국팬들에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중계를 통해 시청할 수 있는 만큼 겨우내 야구에 목말라 있을 이들에게 질롱 코리아의 창단은 매우 좋은 소식이다.

이번 시즌 ABL의 개막을 앞두고 크리스 옥스프링 코치를 만나보았다. 크리스 옥스프링은 호주 출신의 야구선수다. MLB, NPB, KBO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현재 KBO에서는 롯데 자이언츠의 2군 투수 코치로, ABL에서는 시드니 블루삭스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그에게서 ABL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호주 리그의 수준, 호주의 야구 문화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관계로 1편에서는 ABL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 2편에서는 옥스프링 코치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크리스 옥스프링은 미국, 일본, 한국, 호주 리그를 모두 경험한 베테랑이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호주리그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사진=야구공작소)


▪ 만나게 돼 반갑다. 이번에 호주리그인 ABL에서 한국 질롱 코리아 팀이 창단됐는데 한국 야구 팬들에게 ABL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해달라.

ABL은 호주에서 11월부터 1월까지만 진행되는 윈터리그와 같은 개념의 리그이다. 현재 8개의 팀이 있는데 6개의 호주 팀과 이번에 창단된 질롱 코리아, 뉴질랜드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ABL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고 앞으로 성장과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다른 리그와 비교했을 때 ABL의 흥미로운 요소라면 미국, 일본, 네덜란드, 대만, 뉴질랜드, 한국 등 세계의 다양한 국가에서 야구를 하고자 하는 선수들이 모인다는 점이다. 나라마다 야구의 스타일도 다르고 신체적인 조건도 다르기 때문에 이를 함께 비교해서 보는 것도 ABL을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요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 호주 사람들은 스포츠를 사랑하고 매우 열정적으로 즐긴다고 들었다. 호주에는 야구 이외에도 다양한 스포츠 리그가 있는데 호주에서 야구의 인기는 어느 정도인가?

호주 사람들은 스포츠를 매우 사랑한다. 경기장에서의 열기를 즐긴다. 한 가족이 어느 한 팀을 응원하면 대대로 그 팀을 응원하는 편이다. 호주에서 야구에 대한 관심 역시 증가하고 있다. 한 예로, 2014년에 LA 다져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호주에서 개막전을 했는데 8만 장의 입장권이 모두 팔렸다. 도시마다 아마추어 야구가 있어서 주별로 팀 대항전을 한다. 일년 내내 경기가 열리는데 아마추어 리그는 서머리그에서 더 활성화되어 있다. 그러면서 야구에 관심을 보이는 젊은 선수, 그리고 팬들도 많아지고 있다.


▪ 호주의 다른 스포츠리그와 비교해볼 때 ABL 팬들의 성향은 어떤가?

ABL은 팬과 선수 간의 스킨십이 좋다. 야구장이 작아서 선수들과 더 가까이 교류할 수 있다. 선수들과 팬들이 말로 서로 교감하는 경향이 더 강하고 서로 친밀하다. 덕아웃에 들어가는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마치 가족이나 오랜 친구 같은 교감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선수들과 예전에 같이 운동했던 친구, 직장 동료들이 와서 응원하기도 한다. 그것이 더 나아가 개인적인 친분으로 발전하는 예도 있다.


▪ ABL의 투·타 균형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투수와 타자의 수준은 다른 리그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인가?

투·타의 균형은 시즌마다 다른 것 같다. 어떤 시즌은 투수가 더 강하고 어떤 시즌은 타자가 더 강하다. 내가 처음 ABL에서 시즌을 시작했을 때는 투수가 매우 강했다. 근데 지난해 같은 경우는 타자가 더 강하더라. 투·타의 밸런스가 엎치락뒤치락하는데 전반적으로 보면 조금씩 그 격차가 줄어들고 있고 서로 균형이 맞춰져 가고 있는 것 같다.



옥스프링 코치는 2010년부터 시드니 블루삭스에서 선수이자 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2010-2011시즌과 2012-2013시즌에는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웠다.(사진=ABL.com)



▪ 이번에 창단한 질롱 코리아 선수들은 KBO 2군 선수들과 비슷하거나 그 아래 수준일 것으로 예상하는데 ABL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나?

질롱 코리아는 잘할 것이다. 우선 팀 구성이 좋다. 베테랑 선수에서부터 젊은 선수까지 다양한 선수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젋은 선수들은 베테랑 선수들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베테랑 선수들은 젊은 선수들과 경쟁해야 한다. 이러한 팀 구성은 서로간의 경쟁을 더 강하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 최근 들어 ABL에 좋은 선수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들었다. 지난 4시즌 동안 활동하면서 어떤 변화가 느껴지나?

매년 선수들의 기량이 발전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도 많이 들어오고 있고 리그 수준도 매년 올라가고 있다. ABL에서 뛰다가 MLB*, NPB로 진출하는 선수들도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선수들이 섞여 있고 선수 간에도 서로 배우려고 하는 자세가 되어 있다. 이 부분도 긍정적인 것 같다.

*ABL에서 뛰었던 선수 중 MLB로 간 대표적인 선수로는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 리스 호스킨스, 최지만, 디디 그레고리우스, 트래비스 블랙클리 등이 있다.


▪ ABL에서의 첫 세 시즌과 마지막 시즌 간의 성적 차이가 조금 있는 것으로 안다. 혹시 이것이 ABL에 좋은 선수들(NPB 2군, MLB 유망주)이 들어오는 최근 흐름과 연관이 있을까?

아니다. 내 투구 스타일을 바꿨기 때문이다. 구단에서 한번 다른 스타일로 던져보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한번 바꿔봤다. 처음 ABL에서 시즌을 시작할 초기에는 내가 투구의 스타일을 정하고 던졌는데 지난 시즌에는 구단에서 요구하는 구종이 있었다. 그래서 한번 그 구종으로 던져봤는데 결과적으로 성적은 좋지 않았다.


▪ 베테랑의 관점에서 바라본 ABL의 젊은 투수들의 모습은 어떤가?

아마추어에서 프로리그로 올라오면 누구나 다 처음에 어려움을 겪는다. 아마추어와 프로는 스트라이크 존도 다르고 수준도 다르기 때문에 처음에는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변화구 같은 경우는 어린 선수들이 익히는데 누구나 다 힘든 과정을 겪는 것 같다. 프로 세계는 아마추어에서 잘했던 선수들이 올라와서 또 서로 경쟁해야 하는 세계이고 본인도 얼마나 노력하고 빨리 적응을 하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


▪ MLB, ABL, KBO의 육성 시스템 간에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각 리그에 따른 특성보다는 같은 리그에 속해 있는 구단이라도 구단마다 선수 육성에 대한 기조가 다른 것 같다. 그래서 각 구단의 방향성이 육성 시스템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듯 하다. 육성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단이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단은 선수에게 바라는 바를 명확히 전달하면 어떤 선수는 빨리 성장하고 어떤 선수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이 과정에서 선수와 계속 대화를 하고 선수에게 재촉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 ABL의 리그는 매우 짧은 기간에만 운영되는 리그인데 선수들은 윈터리그 준비를 위해 비시즌 기간에 어떻게 몸 관리를 하는가?

ABL은 크게 두 그룹의 선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다른 리그에서도 뛰고 있는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다른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는 자신이 뛰고 있는 리그의 일정과 구단의 지침에 따라 움직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선수마다 집중하는 부분이 다 다르다. 이런 경우 우선 구단과 상의하기도 하지만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관리하는 것 같다.


▪ ABL의 최저연봉, 혹은 급료는 어느 수준인지 궁금하고, 명시적인 FA 제도나 선수단 복지체계 현황은 어떠한가?

연봉은… 내가 받는 액수 외에는 잘 모른다. 그래서 최저 연봉은 정확하게 모르겠다. 경기 중에 다치면 팀이나 리그에서 부담하는 의료 비용이나 보험으로 해주는데 은퇴를 하고 난 뒤 따로 받는 연금은 없다. 그 외 다른 복지 부분은 없는 것 같다. 팀마다 다르다.


▪ ABL에서 활약한 KBO 선수들은 대부분이 투수였는데 유독 타자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MLB에도 호주에서 태어나거나, 혹은 ABL를 거쳐 간 투수들이 몇 명 있다. 투수가 많은 이유는 우선 투수가 아무래도 중요한 포지션이다 보니 어느 리그에서든지 투수에 대한 수요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타자는 기술력이나 힘에서 남미나 북미 선수들과 비교해 아직 기량이 조금 떨어진다. 호주에서도 타자보다는 투수를 좀 더 집중해서 키우려는 경향이 있다. 어린 선수 중에 재능 있는 선수가 있으면 투수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훈련을 시키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타자보다는 투수로 해외 리그에 진출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 이번 ABL에 한국팀이 창단된 것을 계기로 앞으로 한국과 호주의 야구 교류가 활발해졌으면 좋겠다. 현재 ABL에서 뛰는 선수 중 KBO 리그에서 통할 만한 선수가 있는가?

호주에서도 활동은 하지만 일단 한국의 코치 생활에 더 많이 집중하고 있다. 호주에서 보내는 시간도 많지 않아서 사실 지난 몇 년간 호주 선수들에 대한 정보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한다. 지난 몇 년간 호주 선수들이 어떠한 과정으로 성장을 했는지 많이 보지는 못했다. 그래서 어느 선수가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가능성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온다면 투수가 올 가능성이 더 많은 것 같다.


▪ 그럼 혹시 KBO 리그 진출에 관심 있는 ABL 선수가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가?

우선 ‘오픈 마인드’를 가져라. 문화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열린 자세로 임해야 한다. 그리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어떤 한계를 두지 않고 계속 시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평소에 스스로 자신의 기록이나 경력을 정리하고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와 같은 것을 준비해야 한다.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서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매체가 잘 발달했지 않나. 구단마다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으니 자신의 투구 혹은 타격 영상 등을 잘 모으고 편집해서 동영상, 유튜브 등 다양한 방법들을 활용해서 언제 어디서든 자신을 홍보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라. 궁금한 것이 있다면 주변에 물어보고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고 이를 활용해라.


▪ 비슷한 맥락의 질문인데, 반대로 질롱 코리아를 통해 재기를 꿈꾸는 한국 선수들이 많을 것 같다. 이 선수들에게 ABL 적응을 위한 조언을 해준다면?

역시 이번에도 오픈 마인드를 제일 중요하게 강조하고 싶다. 질롱 코리아는 코치진에서부터 선수까지 모두 한국인으로 구성된 팀이지만 호주에서 생활해야 하고 다른 팀과도 활발한 교류가 있을 것이다. 한국과는 다른 사고방식, 다른 음식, 다른 생활 스타일 등 많은 부분이 처음에는 어색할 것이다. 문화가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른다. ABL에서 활동하고 있는 호주 출신 선수 중에는 자기도 다른 리그에서 뛰거나 뛰었던 선수들이 있다. 그들도 자신이 타지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알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온 선수들을 많이 배려해주려고 노력한다.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빨리 적응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 2편에서는 KBO 리그에서 현역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생각, 지도자 생활이라는 제2의 야구 인생을 보내고 있는 지금의 모습에 대한 옥스프링 코치의 말을 들어본다. 또한 ‘외국인’으로 10년 가까이 한국에서 지낸 옥스프링 코치의 소회도 알아보고자 한다.


야구공작소
김가영 칼럼니스트 / 에디터=양정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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