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18시즌 리뷰] 두산 베어스 - 허락받지 못한 왕조
입력 : 2018.11.3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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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성적: 정규시즌 1위(93승 51패), 한국시리즈 준우승

[스포탈코리아] 2018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두산 베어스 팬들은 두 명의 프랜차이즈 스타, 김현수(→LG 트윈스)와 민병헌(→롯데 자이언츠)을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다. 특히 리드오프이자 우익수인 민병헌의 공백은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타이론 우즈 이후 첫 '밥값 하는' 외국인 타자였으나 포지션이 지명타자에 국한된 닉 에반스와 결별한 것이다.

두산은 리그 제일의 야수진 뎁스를 갖춘 팀답게 차기 우익수 후보는 많았지만, 우승을 노리는 팀이기에 확실한 대체자가 필요했다. 그래서 후임 외국인 야수로 토종선수의 공백을 메워보려 했다. 하지만 두산의 외국인 타자 1년 농사가 대흉작이 나면서 결론적으로 공백을 메울 순 없게 됐다.

그러나 외국인 타자의 도움 없이도 두산 타선은 리그를 호령했다. 각종 팀 타격 부문에서 신기록을 경신했다. 올해 두산은 단일시즌 팀 타율(0.309), 팀 득점(944점), 팀 안타(1601개), 팀 총 루타(2518루타), 팀 타점(898점) 기록을 갈아치웠다.

압도적인 화력 덕분에 두산은 페넌트레이스에서 쭉 1위에 머무를 수 있었다. 전반기를 5위로 끝마쳤다가 후반기에 치고 올라갔던 지난해보다는 압도적 통합우승을 일궈낸 2016년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매년 껄끄러웠던 5월에도 14승 9패로 선전했고, 6월엔 18승 8패로 무려 +10의 승패 마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두산은 월별 승패 마진에서 음수는커녕 0조차 없는 압도적 2018시즌을 보냈다.


MVP

타자 부문: 김재환 139경기 44홈런 133타점 104득점 0.334/0.405/0.567 wRC+ 168.8 WAR 6.25




(사진=두산베어스 공식 페이스북)


2016시즌 이후로 간판타자 김현수의 공백을 200% 채워주고 있는 김재환은 매 시즌 커리어하이를 경신하고 있다. 이번 시즌도 어김없었다. KBO 리그에서 최고 수준의 파워를 지닌 김재환은 올해 드디어 40홈런 고지를 넘는 데 성공했다. 김재환이 올해 기록한 44홈런은 베어스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다 홈런(종전 기록: 1998 타이론 우즈 42홈런)이며 홈런왕과 타점왕을 석권했다.  더불어 KBO리그 최초로 3년 연속 3할 타율-4할 출루율-6할 장타율-30홈런-100타점-100득점을 기록했으며, 역대 최초의 3시즌 연속 300루타 타자가 되었다(종전 기록: 이승엽, 심정수, 테임즈, 박병호, 최형우 2시즌 연속).

김재환의 기록이 더 의미 있는 것은 그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타자라는 것이다. KBO리그 역사상 단일시즌 40홈런을 기록한 것은 총 26번 있었는데, ‘잠실 타자’의 사례는 98년 우즈(42개) 이후로 김재환이 처음이며 국내 타자로는 최초다. 이로써 김재환은 파워, 컨택, 선구안을 모두 겸비한 KBO리그 초일류 타자임을 증명해냈다. 2018시즌 MVP 트로피의 주인공이 되는 영광도 누렸다(베어스 역대 8번째).


선발투수 부문: 조쉬 린드블럼 26경기 15승 4패 168.2이닝 157K ERA 2.88 FIP 4.02 ERA+ 175.4 WAR 6.83



(사진=두산베어스 공식 페이스북)


그동안 조쉬 린드블럼은 뛰어난 이닝 소화 능력, 준수한 볼넷/삼진 비율 그리고 많은 피홈런이라는 스타일을 유지했다. 롯데에서의 3년 동안 린드블럼은 리그 10위권의 K/BB 비율(2.75)을 유지했으나, 피홈런이 많았던(9이닝당 1.29개) 탓에 FIP는 4.92로 다소 안 좋은 수치를 기록했다.

드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두산으로의 이적은 린드블럼의 최대 약점을 해결해 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올 시즌 린드블럼의 9이닝당 피홈런은 0.85개로 크게 줄었고, 덕분에 FIP도 대폭 감소했다(FIP 4.02, 리그 3위). 또한 리그 유일의 규정이닝을 채운 2점대 평균자책점 투수가 되어 이 부문 타이틀을 획득했다.

또한 경기당 6.5이닝에 달하는 뛰어난 이닝 소화 능력과 리그 최다 퀄리티스타트(21회)를 기록하며 에이스에 가장 걸맞는 활약을 펼쳤다. 더불어 스탯티즈 기준으로 투수 WAR 전체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이번부터 진정한 의미의 '리그 최고 투수'를 상징하는 최동원상의 수상자가 되었다(외국인 최초).

린드블럼은 영원한 에이스였던 더스틴 니퍼트를 떠나보낸 두산 팬들의 아쉬움을 털고 불안을 말끔히 해소해줌과 동시에 '린동원'에서 '린철순'으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구원투수 부문: 함덕주 62경기 27세이브/4블론 3홀드 75K ERA 2.96 FIP 4.07 WPA 1.59 WAR 2.96



(사진=두산베어스 공식 페이스북)


 2015시즌 불펜의 마당쇠로 등장하여 '두산의 미래'라고 불린 함덕주가 성공적인 불펜 복귀에 성공했다. 지난해 선발투수로 자리 잡았으나, 올 시즌 팀 사정상 마무리투수가 된 함덕주는 팀의 수호신으로 활약했다.

두산이 시즌 초반부터 선두로 치고 나갈 수 있었던 데에는 함덕주가 혹사 논란이 일 정도의 가혹한 등판 일정을 소화해 준 덕분이었다(아시안게임을 다녀온 이후에도 흔들림 없었다). 함덕주는 마무리투수 중에서 가장 많은 67이닝을 소화했고 세이브 부문 공동 3위에 올랐다(1위 정우람 35세이브, 2위 손승락 28세이브). 2016년 이현승의 25세이브를 넘어 베어스 좌완투수의 단일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경신했다. 블론세이브는 단 4번에 불과해서 세이브 성공률은 87.1%로 리그 정상급 수준이다. <2점대 평균자책점+20세이브+세이브 성공률 80%>를 충족한 불펜투수는 리그에서 함덕주가 유일하다.

등판시 중요도를 반영한 WPA(Win Probability Added, 추가승리확률)에서도 함덕주는 정우람, 최충연, 김강률 등 시즌 최고 불펜투수들 중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두산의 불펜 WPA가 -1.79로 리그 전체 3위인 점을 생각한다면, 두산 불펜에서 함덕주의 기여도가 컸음을 알 수 있다. 1995년생 아기곰의 심장은 베어스의 수호신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굳건했다.


이외에도 ‘2018 정규시즌 챔피언’ 두산 베어스에 크게 공헌한 선수들은 다음과 같다.

양의지: 133경기 23홈런 77타점 0.358/0.427/0.585 wRC+ 160.5 WAR 6.64

최주환: 138경기 26홈런 108타점 0.333/0.397/0.582 wRC+ 148.6 WAR 4.51

허경민: 133경기 10홈런 20도루 0.324/0.376/0.459 wRC+ 113.4 WAR 4.05

후랭코프: 28경기 18승 3패 149.1이닝 134K ERA 3.84 FIP 4.61 ERA+ 135.1 WAR 4.13

이용찬: 25경기 15승 3패 144이닝 102K ERA 3.63 FIP 4.56 ERA+ 139.4 WAR 3.93

김강률: 65경기 11홀드 6세이브 76이닝 81K ERA 4.62 FIP 3.93 WPA 1.50 WAR 1.50

박치국: 67경기 17홀드 3세이브 67이닝 60K ERA 3.63 FIP 3.91 WPA 0.17 WAR 1.73


LVP

투수 부문: 장원준 24경기(16선발) 3승 7패 71.2이닝 ERA 9.92 FIP 6.57 ERA+ 51.0 WAR -2.18


두산과 4년간 84억원의 계약을 맺은 장원준의 첫 3년간 대활약은 '혜자'였다. 우완 에이스 니퍼트의 뒤를 든든히 받쳐주는 좌완 토종 에이스의 존재는 두산의 2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큰 공헌을 했다.

그러나 장원준의 '피칭 주행거리(Odometer)'는 언제 터질 지 모르는 뇌관으로 여겨졌다. 사실 장원준은 롯데에서도 엄청난 이닝을 소화한 상태로 두산으로 이적했다(9시즌 1,326이닝 / 같은 기간 전체 1위). 결국, 장원준의 피칭 주행거리는 올 시즌 한계치에 접어들었다.

장원준은 시즌 내내 한 자릿수 평균자책점을 위해 사투를 벌였다. 보다 못한 김태형 감독은 시즌 중반에 장원준을 2군에 내려 조정의 기회를 줬지만  장원준의 기량은 회복되지 않았다. 한국시리즈에서는 불펜투수로 나왔지만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결국 장원준은 스탯티즈 WAR의 시즌 최하위를 기록하면서, 당대 최고의 좌완투수로 불리는 자신의 커리어에 최악의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타자 부문

지미 파레디스 21경기 1홈런 1도루 4타점 0.138/0.197/0.246 wRC+ -2.4 WAR -0.74

스캇 반 슬라이크 12경기 1홈런 4타점 0.128/0.205/0.231 wRC+ 4.5 WAR -0.45


풀타임 준비를 마친 다수의 유망주보다도 우선순위로 우익수 주전 자리를 얻은 파레디스는 두산 역사상 최악의 외국인 타자가 됐다. 그가 남긴 것은 응원가뿐이라는 농담이 진담처럼 들릴 정도였다. 파레디스를 대체해서 합류한 스캇 반 슬라이크는 류현진의 동료라는 이름값 덕분에 엄청난 기대를 모았으나, 결국 파레디스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그래서 두 외국인 타자는, '모래주머니'를 달고도 페넌트레이스 역대 최다승 타이 시즌을 만들어낸 두산 베어스의 대단함을 강조하는 수단이 됐을 뿐이었다.


Best Moment: 완전 무결 할 '뻔'했던 잠실더비

KBO리그의 유일의 ‘한지붕 두 식구’답게 두산과 LG의 경쟁의식은 특별하다. 잠실야구장을 똑같이 홈으로 쓰는 두 팀이 맞붙을 때 '잠실 더비'라는 명칭이 붙는다.

LG 트윈스의 전성기였던 1990년대는 베어스가 LG 상대로 무려 8번의 열세 시즌을 보냈던 '기죽은 10년'이었다. 그러나 OB 베어스가 두산 베어스로 바뀐 이후, LG가 우세 시즌을 차지한 것은 단 4번에 불과했다. 반면 두산은 20년 동안 무려 14번의 우세 시즌을 가져가며 잠실 라이벌을 압도했다(동률 2번).

그중에서도 2018시즌은 더욱 특별했다. 8월이 되기 전에 일찌감치 우세 시즌을 확정 지었고, 시즌 LG전 15연승에 성공했다. 사상 두 번째로  '한 팀 상대로 시즌 전승'을 거두기까지 단 1번의 승리를 남겨놓은 상황(1982년 OB-삼미가 최초). 차우찬의 134구 완투승이 아니었다면 두산은 LG에게 굴욕적인 낙인을 남길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올시즌 두산은 LG를 상대로 15승 1패의 압도적 상대전적을 보였고, 이것이 정규시즌 우승에 가장 큰 도움이 됐다.


Worst Moment: 지우지 못한 10년 전의 악몽

2018 페넌트레이스는 1최강 / 3강 / 4중 / 2약으로 정리할 수 있다. 물론 1최강은 두산 베어스로, 2위 다툼을 한 3강 그룹과의 승차가 최소 14.5경기, 최대 18경기였다.

한국시리즈 직행은 당연했고 통합 우승까지도 당연하게 여겨졌다. 더욱이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SK는 넥센과의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가는 혈전을 펼쳤으며 김광현과 켈리를 소모한 상태에서 올라왔다.

비록 시즌 전적은 8승 8패로 호각이었으나 SK가 켈리와 김광현을 1~2차전에서 쓰지 못하는 점, SK의 특장점인 타격 지표 또한 두산이 한 수 위였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은 두산을 한국시리즈 챔피언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한국시리즈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됐다. 중요했던 1차전, 두산 선발 린드블럼이 투런 홈런 두 방을 얻어맞고 패전투수가 되면서 힘없이 경기를 내줬다. 두산은 2승 2패에서 맞이한 5차전에서도 병살 4개와 실책 2개를 범하는 등 허술한 플레이로 경기를 내주며 팬들을 실망하게 만들었다.

결국 2승 3패로 몰린 두산은 6차전을 일리미네이션 게임(지면 탈락인 경기)으로 임했다. 두산은 집중력을 발휘하며 3:0으로 뒤지던 경기를 후반 4:3으로 뒤집었고, 9회에 에이스 린드블럼을 마무리로 올리는 초강수를 뒀다. 만약 이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6차전을 두산이 가져가면서 시리즈의 흐름을 다시 가져올 수 있었다.

2아웃까지 무난하게 잡아낸 린드블럼은, 그러나 승리까지 스트라이크 1개를 남겨둔 상황에서 최정에서 동점 홈런을 얻어맞고 만다. 그는 타구를 바라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결국 경기는 13회 연장 끝에 SK가 한동민의 역전포와 에이스 김광현의 세이브를 앞세워 승리했다. 양 팀 에이스의 구원 성패에 시리즈의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두산은 SK에게 최다 경기차 업셋 우승을 허용하는 굴욕(기존 2001년 두산 13.5게임 차 우승)을 맛봄과 동시에 10년 전 가을에 SK에게 당한 치욕을 씻어내는 데도 실패하고 말았다. 4번 타자 김재환의 부상, 중도 합류한 정수빈에게 의존할 정도로 답답했던 타선, 투수진의 총체적 부진 등의 패인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한국시리즈에서의 두산의 플레이가 정규시즌 내내 압도적이었던 플레이와 달랐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마치며

두산 베어스에 2018년은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시즌이었다. 정규시즌의 모습은 역대 어느 왕조들과 견줘도 뒤지지 않았다. 그러나 가을에서의 모습은 모든 팬의 기대를 짓밟아버릴 정도로 초라했다.

무엇보다 2018시즌 통합 우승을 달성함으로써 '4년간 3우승'으로 왕조의 시작을 당당히 알릴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두산 왕조’의 개창은 2000년대부터 최강팀에게 우승의 코앞에서 뺏겼던 '콩산'의 부끄러운 과거를 깨끗이 청산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였다. 그래서 팬들의 실망감은 적지 않다.

그러나 아직 여지는 남아있다. 두산은 최근 6년간 한국시리즈에 5번 진출한 팀이며, 내년 역시 별다른 일이 없다면 강력한 한국시리즈 우승 후보다. 이번 실패를 발판 삼아, 베어스는 와신상담의 자세를 갖춰야 한다. ‘징비록’을 쓰고 만 이번 시즌을 되풀이하지 않고, 다음 시즌엔 ‘용비어천가’를 쓸 수 있도록.


야구공작소
김태근 칼럼니스트 / 에디터=양정웅


기록 출처: Statiz, KBO 기록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