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준의 포지션 찾아 삼만리
입력 : 2018.11.1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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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KIA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의 더블헤더 경기가 열린 10월 6일, 1차전에 우익수로 경기에 나선 선수가 있었다. 그 선수는 이어진 2차전에서 3루수로 출전했고, 경기 후반부엔 2루로 자리를 옮겼다. 다음날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선 1루수, 우익수, 3루수 포지션을 소화했다. 연이틀 동안 내야와 외야를 오갔다. 기아의 3년 차 유망주 최원준의 이야기다.

최원준은 멀티 플레이어로 두 번째 시즌을 소화했다. 좌익수와 포수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거쳤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5개의 포지션에서 선발로 출장하기도 했다. 한 경기에서 3개의 포지션을 소화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입단 당시 수비가 약점이라고 평가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최원준은 멀티 플레이어로 활약하면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득: 팀 내 제1의 백업, 많은 타석 경험

최원준의 멀티 포지션은 한 해 동안 뜨거운 감자였다. 김기태 감독은 “여러 포지션에 뛰는 것에 대해 반대 의견도 있지만, 그래도 경기에 출장하는 것이 좋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최원준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한 덕분에 많은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2018시즌 최원준과 포지션 경쟁자들 타격 성적 비교>


최원준의 매력은 타격이다. 팀 내 유망주 중 단연 최고의 타격 능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아직 선배를 밀어내고 주전 자리를 차지하기엔 역부족이다. 지난 시즌 우승에 이어 올해도 가을야구에 진출한 기아의 선수층은 탄탄하다. 순위경쟁 중인 팀의 사정상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도 어려웠다. 그런데도 최원준은 326타석을 소화했다. 팀 내 백업 야수 중에서도 압도적이다. 베테랑 백업 정성훈도 201타석밖에 나서지 못했다.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지 못했다면 보장받기 힘든 타석 수다.

포지션을 넘나드는 최원준의 활약은 개인뿐 아니라 팀에도 큰 도움이 됐다. 우승을 차지한 지난 시즌도, 가을야구에 진출한 이번 시즌도 기아의 약점은 주전과 백업 야수의 격차였다. 그리고 이를 최원준 한 명으로 극복했다. 어떤 선수가 부상을 당해도 첫 번째 대안은 최원준이었다. 개인의 기회도, 팀의 성적도 모두 잡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실: 입단 3년차, 여전히 주 포지션은 없다

고교 시절부터 뛰어난 타격을 보여줬던 최원준이지만, 약점도 있었다. 바로 고정된 수비 포지션이 없다는 것이었다. 프로가 된 최원준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최적의 수비 포지션을 찾기’였다. 하지만 프로에서 3시즌을 보낸 지금, 최원준의 주 포지션을 묻는다면 여전히 마땅한 답을 찾을 수 없다. 수비력은 과거보다 발전했다. 그렇지만 어느 포지션도 한 시즌을 믿고 맡기기엔 부족하다. 적은 표본이지만 그의 3루에서의 타구 처리율은 79.1%, 유격수에게서의 타구 처리율은 84.7%로 모두 리그 평균을 밑돈다(리그 평균 타구 처리율 3루 87.78%, 유격 88.58%).

최원준에 대한 시선도 비슷하다. ‘멀티 플레이어’ 보다는 ‘명확한 포지션이 없는 선수’란 의견이 강하다. 시즌 초 발표된 아시안 게임 예비엔트리가 현장의 의견을 나타냈다. 수비력이 검증되지 않은 다른 신인 선수들과 달리, 그곳에서 최원준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명확한 포지션이 없었던 것은 감점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의 성장에 멀티포지션이 도움을 주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유망주에게 멀티 플레이어를 요구하는 것은 공, 수 양면의 성장에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비 포지션이 고정된 후 타격의 안정을 찾았다는 인터뷰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같은 팀의 유틸리티 플레이어 서동욱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것에 대해 “포지션마다 포구하는 자세와 던지는 밸런스가 달라서 매일매일 준비해야 하는 부분이 힘들다”며 “어떻게 그런 부분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지 요령을 터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틸리티 플레이어의 어려움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최원준에 대한 KIA의 명확한 입장이 필요한 시기



다음 시즌 최원준은 그라운드 어디에 서있게 될까(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최원준이 여러 포지션을 소화한 것엔 득과 실이 공존했다. 하지만 지금부턴 다르다. 이 이상 멀티 포지션을 지속할 시 개인은 물론 팀에게도 손해가 커질 확률이 높다. 기아의 야수진은 평균 나이가 전 구단 중 가장 높다. 미적거리다간 세대교체에 실패할 공산이 크다. 최원준을 여러 포지션에 기용하는 것은 그는 물론 다른 유망주들의 성장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이상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최원준이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수비와 타격 모두 일취월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야구 역사상 그런 유형의 선수는 없었다. 메이저리그까지 눈을 돌려서 소수에 불과하다. 자칫 유망주 한 명을 잃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 최원준과 팀의 미래를 위해 KIA의 명확한 방향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의 종착지는 3루수나 중견수일 확률이 높다. 이범호는 내년 시즌 38세로 수비 하락세가 분명하고, 버나디나와 재계약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견수 자리 또한 공석이다. 기아 코치진이 두 포지션 중 하나를 최원준에게 넘기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나는 주전이 아니다. 확실한 자리는 없지만 어떻게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감독님이 신뢰해 주신다는 것으로 생각한다”, 멀티 포지션 논란에 대한 최원준의 답이다. 기아의 ‘백업’ 최원준으로선 옳은 말이다. 하지만 ‘미래의 주전’ 최원준은 다르다. 이젠 승리를 위한 백업이 아닌 미래를 위한 유망주로서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야구공작소
이승찬 칼럼니스트 / 에디터=서주오, 도상현, 조예은


기록 출처: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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