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2018시즌 리뷰] LA 에인절스 - 결국 다시 제자리걸음
입력 : 2018.11.2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기사 첨부이미지
팬그래프 시즌 예상: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2위(83승 79패)
시즌 최종 성적: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4위(80승 82패)


프롤로그

[스포탈코리아] 지난해 스토브리그를 가장 뜨겁게 달군 팀을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LA 에인절스였다. 시즌 후 옵트 아웃이 유력했던 저스틴 업튼과도 일찌감치 5년 1억 600만 달러의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던 에인절스는 이후 더 큰 ‘사고’를 쳤다. 오프시즌 최대의 이슈였던 오타니 쇼헤이 영입전의 최종 승자가 된 것이다. 탄력을 받은 에인절스는 이후 이안 킨슬러, 잭 코자트 등을 추가로 영입하며 알찬 겨울을 보냈다. 여러모로 2018시즌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시즌 출발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오타니의 성공적인 데뷔를 필두로, 에인절스는 4월까지 16승 12패를 기록하며 비교적 순항했다. 같은 지구의 시애틀 매리너스와 와일드카드 2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날이 많았다. 언제나 그랬듯 마이크 트라웃이 맹활약을 펼쳤고, 개럿 리차즈, 타일러 스캑스, 앤드류 히니로 이어지는 선발진은 예상보다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부상 악령이 팀을 덮쳤다. 시즌 중반부터 오타니가 부상으로 로테이션을 비웠고, 리차즈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게 됐다. 닉 트로피아노와 JC 라미레즈, 스캑스도 부상자 명단을 들락거리는 등 한순간에 선발 마운드가 붕괴했다. 타선과 수비의 힘으로 7월까지 간신히 5할을 웃도는 승률을 만들어냈지만, 같은 지구의 휴스턴과 시애틀, 오클랜드는 이미 저만치 도망간 뒤였다.

에인절스에 기적 같은 반등은 없었다. 오클랜드에 3위 자리를 내준 이후로는 마틴 말도나도와 킨슬러 등을 트레이드로 내보내며 백기를 들었다. 심지어 트라웃마저 손목 부상으로 3주간 이탈하면서 8월부터는 완전히 동력을 잃고 말았다. 그나마 마지막 9월을 14승 13패로 끝낸 것이 작은 위안거리였다.

에인절스의 최종 성적표는 80승 82패로 작년과 같았다. 그러나 지구 순위는 오클랜드와 시애틀이 약진한 탓에 두 계단이나 떨어진 4위에 그쳤다. 이로써 에인절스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으로 5할 승률 달성에 실패했다. 이는 캘리포니아 시절이었던 1992~1994년 이후 처음이다.



한결같은 트라웃과 공격까지 되는 시몬스(일러스트=야구공작소 최원영)


최고의 선수들 – 마이크 트라웃 & 안드렐튼 시몬스

마이크 트라웃: 140경기 0.312/0.460/0.628 39홈런 24도루 wRC+ 191 fWAR 9.8 bWAR 10.2

안드렐튼 시몬스: 146경기 0.292/0.337/0.417 11홈런 10도루 wRC+ 109 fWAR 5.5 bWAR 6.2


‘트라웃이 또 트라웃 했다’는 한 문장이면 충분하다. 트라웃은 부상으로 아쉬웠던 작년 성적을 뛰어넘은 것은 물론, 개인 최고 시즌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또 한 번 괴물 같은 시즌을 만들어냈다. 올해 트라웃이 기록한 39홈런은 2015년(41홈런) 이후 가장 많았으며,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6할대 장타율로 시즌을 끝냈다. 메이저리그 1위에 빛나는 출루율과 wRC+는 개인 최고 기록을 뛰어넘은 것이었다.

무키 베츠와 함께 유력한 리그 MVP 후보로 꼽혔던 트라웃에게 단 하나 아쉬웠던 점은 바로 부상이었다. 작년 왼 엄지 부상으로 48경기를 결장한 데 이어 올해도 손목 부상으로 22경기를 놓쳤다. 올해도 부상 이전까지 경이로운 타격 페이스를 기록하는 중이었기에 아쉬움이 더 컸다.

트라웃에 가렸지만, 지난해부터 맹활약하고 있는 안드렐튼 시몬스도 빠질 수 없다. 2017년에 이미 본인의 타격 커리어 하이를 작성한 시몬스는 타율, 출루율, wRC+ 등에서 다시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기쁨을 누렸다. 야수로서는 UZR과 Def 부문 전 포지션 1위에 오르며 늘 그랬듯 역대 최고 수준의 유격수 수비를 자랑했다. 덕분에 시몬스는 fWAR 5.5를 기록하며 이 부문 아메리칸리그 야수 8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필딩 바이블 유격수 부문 6년 연속 1위와 통산 네 번째 골드글러브 수상은 덤이었다.




신인왕을 차지한 오타니(일러스트=야구공작소 최원영)


최고의 신인 – 오타니 쇼헤이

오타니 쇼헤이(투): 10경기 51.2이닝 4승 2패 63삼진 ERA 3.31 fWAR 1.0 bWAR 1.2

오타니 쇼헤이(타): 114경기 0.285/0.361/0.564 22홈런 10도루 wRC+ 152 fWAR 2.8 bWAR 2.7


올해 오타니를 빼놓고 에인절스를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범경기 때 크게 부진하면서 많은 걱정을 샀던 오타니는, 그러나 정규시즌 투수로 나선 첫 두 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또한, 타자로는 3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하는 등 초반부터 충격적인 활약을 펼쳤다. 오타니는 이후 코치진의 철저한 관리 속에 투수와 타자로서 각각 메이저리그에 빠르게 연착륙했다.

물론 악재도 있었다. 6월에는 오른쪽 팔꿈치에 문제가 생겼고, 이후 3개월간 투수로 나서지 못하면서 팀 선발진이 무너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수술 대신 주사 치료를 선택한 덕분에 타자로는 계속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마운드에서 보여주지 못한 활약은 타석에서 모두 만회했다.

무엇보다 8월부터의 활약이 돋보였다. 7월에 월간 타율 0.203을 기록한 오타니는 8월에 들어서자 타율 0.328로 살아났으며, 이때부터 시즌이 끝날 때까지 13개의 홈런을 몰아쳤다. 후반기 오타니의 장타율은 0.596으로 6할대에 육박했으며, OPS는 0.953에 달했다. 같은 기간 순수장타율 0.309는 메이저리그 타자들 가운데 다섯 번째로 높았다.

올해 오타니는 투타에서 fWAR 3.8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신인상까지 수상하는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냈다. 특히 타자로 기록한 22홈런은 시즌 전 전문가들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였다. 정규시즌 종료 직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오타니는 내년에 투수로는 뛸 수 없다. 하지만 타석에 서는 것은 가능하고, 여전히 타자로는 생산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보다 더 많은 타석을 보장받고 좌투수 상대 약점을 보완한다면, 데뷔 2년 만에 30홈런 시즌을 만들어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아직도 계약기간이 3년이나 남은 푸홀스(사진=OSEN)


최악의 선수들 – 잭 코자트, 루이스 발부에나, 그리고 알버트 푸홀스

잭 코자트: 58경기 0.219/0.296/0.362 5홈런 18타점 wRC+ 59 fWAR 0.3 bWAR 0.1

루이스 발부에나: 96경기 0.199/0.253/0.335 9홈런 33타점 fWAR -0.9 bWAR -0.9

알버트 푸홀스: 117경기 0.245/0.289/0.411 19홈런 64타점 wRC+ 90 fWAR -0.2 bWAR 0.5


에인절스는 올해 시몬스를 제외한 모든 내야수로부터 고통받았다. 특히 시즌에 앞서 3년 3,800만 달러를 주고 영입한 코자트에 대한 실망이 컸다. 코자트는 개막 이후 좀처럼 타격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더니, 결국 6월 이후 왼 어깨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지난해 신시내티 레즈에서 24홈런과 fWAR 5.0을 기록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개막전 3루수로 출발했던 루이스 발부에나는 한술 더 떴다. 작년부터 타격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진 발부에나는 올해 반등은커녕 수비까지 망가진 모습을 보이며 올 시즌 250타석 이상을 소화한 야수 중 9번째로 나쁜 fWAR을 기록했다. 시즌 초 에인절스는 발부에나를 3루에 두고 코자트를 2루수로 활용하려 했으나 두 선수의 동반 부진과 부상으로 계획이 무산됐다. 이로 인해 에인절스 내야진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푸홀스는 이제 안쓰럽기까지 하다. 작년(fWAR -2.0)에 비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멘토 역할 외에는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했다. 부상으로 인해 데뷔 이래 두 번째로 20홈런을 넘기지 못했고, 9월부터는 경기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푸홀스의 계약 기간은 앞으로도 3년이 더 남아있다.



아쉽게 10승은 못했지만 드디어 가능성을 보여줬다.(일러스트=야구공작소 최원영)


발전한 선수 – 앤드류 히니

앤드류 히니: 30경기 180이닝 9승 10패 180삼진 ERA 4.15 fWAR 2.8 bWAR 1.5


에인절스 선발진에서 희망을 찾으라면 단연 앤드류 히니다. 팔꿈치 염증 때문에 조금 늦게 시즌을 시작했지만, 선발 30경기 180이닝을 소화하며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켰다. 히니는 본인의 커리어 사상 가장 빠른 평균 92마일의 패스트볼을 뿌리며 팔꿈치 부상을 완전히 털어냈음을 알렸다.

히니는 올 시즌 커브 비중을 데뷔 이래 가장 높은 25%까지 끌어올리며 재미를 봤다. 좌타자를 상대할 때는 체인지업 없이 철저하게 패스트볼과 커브 조합을 고수한 전략도 주효했다. 6월 5일 캔자스시티를 상대로 기록한 1피안타 완봉승은 올 시즌 히니의 성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였다.

매해 갖은 부상에 시달렸던 과거와는 달리 드디어 건강한 시즌을 보낸 것도 고무적인 모습이다. 다만 전반기를 ERA 3.78로 마친 것에 비해 후반기 ERA는 4.64로 다소 아쉬웠다. 올해 처음으로 규정이닝을 넘긴 히니가 내년엔 체력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키 포인트 – 늘어만 가는 고민 해결하기

에인절스는 최소한 트라웃과 함께하는 2020년까지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시몬스, 코자트, 콜 칼훈 역시 2020년까지 활용할 수 있으며, 푸홀스는 2021년, 업튼은 2022년까지 계약돼있다. 문제는 같은 지구의 휴스턴이 향후 몇 년간은 지금과 같은 전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큰 데다가 오클랜드도 막강한 가을야구 티켓의 경쟁자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에인절스 입장에서는 복장이 터질 노릇이지만, 계속 달리기로 한다면 결국 전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지난해 목표로 했던 내야와 선발진 보강이 모두 수포가 된 에인절스는 올해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히니, 스캑스, 슈메이커 모두 부상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더군다나 리차즈가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취득했고, 오타니가 내년에는 투수로 뛸 수 없기에 선발진 보강이 한층 더 시급해졌다. 이에 올겨울 FA 시장에 나온 선발투수들에게 그 어느 팀보다도 적극적인 구애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포수에 대한 고민도 깊다. 시즌 중반 말도나도를 휴스턴으로 보내며 주전 포수 마스크를 맡길 선수가 애매해졌다. 우선 지난 10월 26일 시카고 화이트삭스로부터 케반 스미스를 웨이버 트레이드로 데려오며 포수진의 깊이를 강화했다. 현재로썬 스미스가 호세 브리세뇨와 출장 시간을 나눠 가질 가능성이 큰데, 이 둘이 각각 제 몫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총평

사실 올해 에인절스가 그저 밋밋하고 암울한 팀이었던 것만은 아니다. 2016년 리그 하위권을 맴돌았던 타격은 올해 다시 평균 수준을 회복했다. 야수진 fWAR은 합계 24.4로 아메리칸리그 6위에 해당했는데, 이는 Def 기준 메이저리그 1위에 빛나는 팀 수비력 덕분이었다. 즉 2016년부터 매해 반복되고 있는 선수단 줄부상만 떨쳐낸다면, 에인절스는 다시금 경쟁력을 회복할 여지가 있다.

어쨌든 에인절스는 트라웃을 트레이드하지 않는 이상 리빌딩 체제로 돌아설 수 없다. 그나마 최근에 유망주 팜 순위가 중위권 수준으로 나아지긴 했지만, 조 아델을 비롯한 대부분의 팀 내 유망주들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내부적으로 마땅한 전력 상승 요인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결국 향후 몇 년간은 외부 영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에인절스는 장장 19년 동안 이어졌던 마이크 소시아 감독과의 동행을 끝냈다. 빌리 에플러 단장은 그 자리에 브래드 아스머스를 새 감독으로 앉혔다. 또한, 휴스턴에서 활약했던 덕 화이트 코치를 새 투수코치로 데려오는 등 과거와 작별을 고했다. 내년이 4년 계약의 마지막 해가 되는 에플러 단장으로서는 나름의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2019시즌부터 LA 에인절스가 선보일 새로운 야구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관심이 쏠린다.


야구공작소
장원영 칼럼니스트 / 에디터=양정웅


기록 출처: FanGraphs Baseball, Baseball Reference, Baseball Savant, Baseball America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