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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들의 무책임한 샐러리캡 도입 논의, 선수협에 떠넘긴 책임 [오!쎈 이슈]
등록 : 2019.12.03

[OSEN=곽영래 기자]선수협 이대호 회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youngrae@osen.co.kr

[OSEN=조형래 기자]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KBO리그 10개 구단들 수뇌부들의 ‘나몰라라’식 의제 설정으로 인해 선수들의 혼란만 가중시켰다. FA 보상제 개선과 구단 운영비 구조의 절감의 주장이 맞부딪히고 이를 상호 보완하는 과정을 겪고 있는 현 시점에서 구단들이 무책임하게 던져놓은 샐러리캡 의제가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은 지난 2일 KBO리그 10개 구단 선수들이 모여서 진행하는 정기 총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FA 연한 단축과 등급제, 보상제도 등의 FA 제도 개선안, 샐러리캡 도입 등을 골자로 한 KBO 이사회의 결정 내용을 표결에 붙였다.

결과는 일단 파행은 면하는 결과. 찬성 195표, 반대 151표로 가결되며 이사회의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과반수가 넘는 인원이 찬성했지만 반대표도 못지 않았다. 

쟁점은 샐러리캡이었다. 실행위원회, 이사회를 거치면서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에 대한 논의는 구체화되지 않았다. 선수협 이사회에 전달된 안건 역시 달랑 ‘샐러리캡 시행 논의’가 전부였다. 구체적인 기준 등은 추후 정한다는 내용 뿐.표결에 앞서 선수협 수뇌부는 샐러리캡에 대한 내용을 선수들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이대호 선수협 회장은 이사회 당시에도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없던 점을 의아하게 생각했고, 총회가 끝난 뒤에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일단 투표 결과는 이사회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히면서도 "샐러리캡이 구체적인 사항이 나와있지 않았다. 조건부 수용으로 봐야할 것 같다. 확실한 사항을 우리가 알지 못한다. 협상안이 정확히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수들은 갤러리캡이 얼마에 기준점이 있는지를 가장 걱정했다. 하한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도 젊은 선수들이 관심있게 생각한 부분이다. 반대표를 던진 선수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샐러리캡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없었다는 것이다”며 이 부분은 “새로운 선수협 사무총장과 함께 이사회와의 간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며 불분명한 샐러리캡 기준을 문제로 삼았다. 

일단 선수협이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FA 제도가 개선되고 리그 환경도 변혁기를 가질 전망이다. 그러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구단들의 무책임한 태도다. 이번 논의는 사실상 선수협의 FA 보상제 수정 및 등급제 관철의 내용과 KBO를 비롯한 구단의 샐러리캡 도입을 맞교환하는 형식으로 협상이 진전됐다. 당초 FA 총액 상한제 도입을 고려했지만, 이 방안을 지난해 선수협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나온 협상 카드였다. 

선수협은 FA 등급제 등을 주장하면서 다양한 방안에 대한 논의를 촉구했고, 그 결과가 실행위원회를 통해 나왔다. 몇 년 간의 주장을 이제야 받아들여 실행에 옮기는 수순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응하는 카드였던 샐러리캡에 대해선 구체적인 기준 없이 선수협에게 떠넘겼다. 만약 선수협이 이번 제안 역시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지지부진한 협상의 책임을 선수협 쪽에 씌우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선수들의 생존권과 활동권이 걸린 문제에서 구단들은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였다. 

KBO 류대환 사무총장은 “샐러리캡은 지난 이사회에서 처음 상정된 내용이다. 이사회에서도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하다. 샐러리캡은 구단들의 중장기 경영전략에 관련된 내용이다. 그렇다보니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정해진 것이 없이 선수협으로 안건이 넘어갔다. 선수협의 생각을 듣고 조속한 시일내에 실행위원회와 이사회를 열어서 관련 내용을 논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한국형 샐러리캡과 사치세 제도가 당초 취지에 부합하는 것도 아니다. 부자 구단들의 리그 독점을 막고 전력 평준화를 꾀하는 제도인데, KBO리그는 구단 운영비 절감 차원에서 도입을 논의했다. 현재 샐러리캡과 사치세 제도를 시행 중인 미국 프로스포츠와 동일 선상에 놓고 기준을 정하기도 힘들다.

무엇보다 지금의 샐러리캡 도입 등 선수 연봉 상승 등의 이유를 제공한 것은 선수가 아닌 구단들이다. 구단들의 과잉 경쟁으로 인해 선수들의 몸값이 폭등했고, 과거 FA 원 소속구단 우선협상 기간이 있을 때에도 탬퍼링 의혹이 끊이지 않는 등 구단들이 몸값을 부추긴 경향이 있다. 돈 많이 준다는 구단들의 태도를 선수들이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원인을 선수들에게 넘기며 샐러리캡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그동안 선수들과 협의가 필요한 제도 개선 등에 대해서도 대체적으로 통보 형식이 많았다. 구단들이 선수 측에게 일방적으로 통보를 하는 방식이었다. 구단들은 리그를 구성하는 선수들을 동등한 위치에서 보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 됐다. 

이대호 선수협 회장은 “우리도 이사회와 토론도 할 수 있다. 우리가 힘든 것도 있고, 팬들이 궁금한 점이 있다. 대표이사님, 단장님, 선수들, 팬들이 모두 모여서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 있으면 좋겠다. 모두의 생각을 공유하면 우리도, 팬들도, 구단도 서로 모르는 점을 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선수협이 구단들과의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를 나누고 협상을 절실하게 원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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